시즌 12승을 목표로 삼았던 유망주. 이번 경기를 이기면 생애 첫 한 시즌 선발 10승은 물론 목표 달성의 8부 능선을 넘는다고 볼 수 있다. 상대 전적도 좋은 편이고 현재 위기를 맞고 있는 상대팀이지만 결코 방심할 수 없는 경기다. 두산 베어스의 새로운 영건 에이스로 떠오른 이용찬(23)이 14일 넥센 히어로즈를 상대로 시즌 10승에 도전한다.
올 시즌 이용찬은 19경기 9승 7패 평균자책점 2.50(13일 현재)을 기록하며 굉장히 뛰어난 활약을 펼치고 있다. 2년 전 광속구를 던지는 대신 변화구 구사력이 좋은 편이 아니라는 평을 듣던 젊은 마무리는 어느새 떨어지는 변화구도 능수능란하게 던지는 기교파 선발로 탈바꿈했다. 현재까지 따낸 9승은 다승선두 장원삼(13승, 삼성)에 이어 국내 투수 2위 기록이고 평균자책점은 전체 3위이자 국내 투수 1위다.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도 13회로 전체 6위에 류현진(한화, 14회)에 이어 국내 투수 2위로 뛰어나다.
팀이 지난 7~12일 한 주간 4승 1패로 고공비행을 했으며 이용찬은 최근 2경기서 모두 뛰어난 투구로 2승을 따냈다. 전반기 종료 시점만 해도 두산에 앞서 3위를 기록했던 상대팀 넥센은 현재 45승 2무 48패로 6위에 머무르며 침체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올 시즌 이용찬의 넥센전 성적은 2경기 1승 1패 평균자책점 2.13으로 뛰어나다. 단순한 분위기 상으로는 이용찬의 승리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그러나 천적이 없는 것은 아니다. 넥센 4번 타자이자 홈런 선두(24홈런) 박병호는 올 시즌 이용찬을 상대로 4타수 2안타로 강한 면모를 보였다. 두 개의 안타가 모두 2루타였으며 후반기 들어 박병호는 17경기 3할1푼 7홈런 13타점으로 힘을 과시 중이다. 허투루 몰리는 공을 던졌다가는 장타 허용 가능성은 그만큼 커진다.
또한 넥센 타선의 특성도 감안해야 한다. 넥센 타자들은 대체로 무브먼트가 좋은 공을 던지는 투수의 공을 기다리는 편이다. 2010시즌 LG의 외국인 투수였던 에드가 곤잘레스는 시즌 개막 전 대단한 하드 투시머로 평가받았으나 9경기 6패 평균자책점 7.68로 퇴출되고 말았다. 이 배경에는 넥센 타자들이 곤잘레스를 약 올리며 공을 기다린 데도 이유가 있었다.
한 야구 관계자는 당시 곤잘레스에 대해 “무브먼트가 워낙 좋아 배트가 나가면 절대 칠 수 없었다. 대신 기다리면 존 밑으로 빠져나가는 공이 많아 넥센 타자들이 때려내려는 척 하려다 기다리며 약 올리는 타격 자세를 보여줬고 성정이 침착하지 않은 곤잘레스는 이 경기 이후로 완전히 말려들었다”라고 밝혔다. 이용찬도 스윙을 하려다 기다리는 넥센 타자들의 모습에 동감하며 “개인적으로 LG 타선 못지 않게 넥센 타자들이 까다롭다. 그래서 전반기 넥센이 잘 나갈 때 마주치고 싶지 않았다”라고 이야기했다.
포크볼 움직임이 좋은 이용찬인 만큼 넥센 타선이 이 전략을 채택할 가능성은 분명 높다. 이용찬의 이닝 당 투구수는 16.1개. 규정이닝을 채운 투수 21명 중 8위로 많은 편이다, 말릴 때는 한없이 말리는 경우도 보여준 이용찬인 만큼 포수 양의지와의 볼배합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단순한 천적 관계나 상대 전적, 상대 선발 한현희가 두산 타자들에게 낯설다는 점보다 상대가 기다리는 타격을 펼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 이용찬이 가장 경계해야 할 부분이다.
이용찬은 캐릭터가 재미있는 투수다. 난감할 때 적당히 능글맞게 농담으로 넘기는 여유도 갖췄으며 자기 고집을 쉽게 꺾지 않는 신념도 있다. 2년 전만 해도 변화구종 구사력에서 좋은 점수를 얻지 못했으나 이제는 결정구로 포크볼과 싱커성 패스트볼을 쉽게 꺼내들 정도로 습득력도 뛰어나다. 사실상 첫 풀타임 선발 시즌을 성공적으로 보내고 있는 이용찬이 아홉수 없이 10승 고지를 점령할 수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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