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년 만의 금의환향. 류중일 삼성 라이온즈 감독은 "감개무량하다"고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포항 출신 류 감독은 포항 중앙초등학교 2학년 때 야구를 시작했다. 5학년 때 야구부가 해체되는 바람에 대구(대구초등학교)로 전학을 왔다. 반년 만에 야구부가 해체돼 이정훈 천안 북일고 감독과 함께 삼덕초등학교로 옮겼다. 류 감독은 한화와의 포항 경기를 하루 앞둔 13일 "야구 유니폼을 입고 떠난 지 38년 만에 고향에 다시 돌아왔다"고 방문 소감을 전했다.
14일부터 삼성과 한화의 주중 3연전이 열리는 포항 야구장은 남구 대도동 일대에 5만3천여㎡에 지하 1층, 지상 3층의 관람석 1만747석 규모로 지어졌다.

류 감독은 "포항 야구장을 만들어주신 포항시장님과 관계자분들께 대단히 감사드린다. 사실 포항은 야구보다 축구 도시라고 알고 있는데 시장님께서 특별히 돈을 많이 들여 야구장을 지어 주셔서 야구인의 한 사람으로서 정말 기쁘다"고 고마움을 표시했다. 이어 그는 "개막 첫 경기를 치르는데 좋은 성적을 거두고 분위기가 좋으면 더 많은 경기를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드러냈다.
현장 조사하러 다녀온 구단 직원에게서 포항 야구장에 대한 보고를 받은 류 감독은 "내일 한 번 나가봐야 알겠지만 대구구장과 같은 인조잔디를 사용한다고 보고받았다. 많이 푹신푹신해 모래사장에서 뛰는 느낌이 들 수 있다. 내일 가봐야 알 것 같다"고 말했다.
잠실구장 1호 홈런의 주인공인 류 감독은 "포항 야구장 개장 경기에서도 누군가 홈런을 치면 좋은 일"이라면서 "이왕이면 우리 선수였으면 좋을 것 같다. 하지만 홈런이라는 게 치고 싶다고 치는 건 아니다"고 대답했다. 그러면서 류 감독은 "현재 박석민, 이승엽, 최형우, 배영섭의 타격감이 좋은 편"이라며 "내일 비 소식이 있던데 경기를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비가 안 왔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야구장 건립을 계기로 포항 야구 열기가 되살아나길 바라는 게 류 감독의 마음. 현재 포항에 야구부가 있는 학교는 초중고 통틀어 4개교가 전부. 초등학교 1개교(대해초). 중학교 2개교(포항중, 포철중), 고등학교 1개교(포철공고)밖에 없다.
"초등학교 야구부가 증가하면 자연스레 중학교, 고등학교 야구부도 늘어난다"고 밝힌 류 감독은 "얼마 전에 대구지역 초등학교 야구부가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했었는데 예전과는 달리 규정상 축구장이나 야구장 같은 큰 운동장이 나오지 않는다고 들었다. 운동장이 없으니 야구부를 창단하고 싶어도 할 수 없다. 중학교도 마찬가지"라고 지적하기도.
류 감독은 프로야구 창단에 앞서 아마 야구 활성화가 선행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 부산, 광주에 비해 야구부 학교가 적다. 프로 구단 창단보다 아마 야구를 활성화해 선수 수급이 잘 돼야 한다. 무작정 없는 살림에 구단만 만들면 안된다. 그러다 보면 경기력이 떨어질 수 있다"고 견해를 밝혔다.
마지막으로 류 감독은 "비록 3연전이지만 최선을 다해 포항시민들에게 기쁨과 재미를 줄 수 있는 경기를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필승 의지를 불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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