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판위원들이 보는 프로야구 '최고의 공'은 오승환의 돌직구였다.
심판은 타자와 포수 바로 뒤에서 투수의 공을 지켜본다. 누구보다 객관적으로 정확하게 투수의 공을 바라볼 수 있는 위치. 공의 각도와 좌우 코너워크 그리고 볼끝까지 파악할 수 있다. 각 구종별로 심판위원들이 꼽은 최고의 공은 무엇일까. 10명의 심판위원들에게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 최고의 직구 - 오승환

심판위원 10명 모두 최고의 직구로 오승환의 공을 꼽았다. 하나 같이 "볼끝이 좋고 묵직하다. 다른 투수들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는 의견이었다. 문승훈 위원은 "빠르기만 따지면 LG 레다메스 리즈가 최고이지만 볼의 무게와 컨트롤은 당연히 오승환"이라고 설명했다. 최수원 위원은 "배포가 남다르다"며 두둑한 배짱을 높이 평가했다.
바로 앞에서 보는 오승환의 직구는 어떤 느낌일까. 문승훈 위원은 "공이 날아오는 소리부터 보통의 공과는 다르다. 마치 공에 불이 붙는 느낌이 들 정도로 같은 속도라도 볼끝의 힘이 차원이 다르다. 미트에 꽂힐 때 소리도 대단하다"고 엄지손가락을 들어다. 오승환은 올해 직구 평균 구속이 148.9km로 150km에 육박한다.
가운데 몰리는 법 없이 좌우 코너워크가 되기 때문에 더욱 치기 까다롭고 어렵다. 지난 6월16일 잠실 두산전에서는 데뷔 후 가장 빠른 156km까지 던졌다. 오승환은 "내가 직구를 던진다는 건 상대 타자들도 다 알고 있다. 어떻게 하면 직구를 더 치기 어렵고, 위협적으로 강하게 던질 수 있을지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 최고의 슬라이더 - 윤석민
역시 슬라이더는 윤석민(KIA)이었다. 심판위원 10명 중 6명이 윤석민의 슬라이더를 최고로 꼽았다. "볼 스피드가 빠르고, 잘 꺾인다"는 게 공통된 의견이었다. 원현식 위원은 "직구와 차이없는 스피드"이라며 윤석민 슬라이더의 강점을 표현했다. 윤석민은 140km대 초반의 고속 슬라이더를 구사하는데 보통 투수들의 직구 스피드와 맞먹는다. 빠르고 날카롭게 휘기 때문에 타자들이 맞히기 어렵다.
윤석민에 이어 올해 급성장한 유원상(LG)의 슬라이더가 3표를 받았다. 박종철 위원은 "컷패스트볼처럼 빠르게 휘어지는 스피드가 좋다"고 했고, 이기중 위원은 "폼이 편하게 바뀐 영향인지 부드럽게 던진다"고 평가했다. 유원상의 원래 슬라이더를 던졌지만 올해는 더욱 빠르고 날카로워졌다. 이외 다승 1위(13승)에 올라있는 장원삼(삼성)의 이름도 나왔다. 나광남 위원은 "슬라이더의 브레이크가 아주 예리하다"고 했다.
▲ 최고의 커브 - 김진우
최고의 커브는 김진우(KIA)가 꼽혔다. 10명의 심판위원 중 6명이 김진우를 택했다. 대부분 심판위원들이 "각이 크고 빠르다"고 입을 모았다. 추평호 위원은 "각이 클 뿐만 아니라 타이밍을 잘 조절한다"라고 말했다. 문승훈 위원은 "각도가 타자들이 속기에 좋다"고 했다. 타자 눈앞에서 낙차 크게 떨어지는 김진우의 커브 각은 강속구와 조화를 이뤄 더욱 위력을 떨치고 있다.
그 다음으로 윤성환(삼성)이 2표를 받았다. 이영재 위원과 박종철 위원은 "종으로 떨어지는 각이 좋고 브레이크가 잘 걸린다"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전일수 위원이 류현진(한화), 원현식 위원이 김광현(SK)의 커브를 최고로 쳤다. 원현식 위원은 "종으로 떨어지는 각이 좋다"며 큰 키에서 각도 크게 내리꽂는 김광현의 커브를 최고로 꼽았다.
▲ 최고의 체인지업 - 류현진
체인지업은 말 그대로 타이밍을 빼앗는 공이다. 직구를 던질 때와 같은 팔스윙에서 스피드를 줄이는 게 관건인데 기본적으로 종으로 떨어지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체인지업을 포크볼·스플리터와 같은 계열의 공으로 통칭할 때 최고의 체인지업은 역시 류현진(한화)이었다. 심판위원 10명 중 5명이 지지했다. 나광남 위원은 "타자들이 타이밍을 뺏기 어렵다"고 했고, 김귀한 위원은 "투구폼에서 속구와 차이가 없고, 컨트롤이 좋다"고 설명했다.
류현진의 체인지업 못지않게 이용찬(두산)의 포크볼도 많이 표를 얻었다. 4명의 심판위원이 이용찬의 포크볼을 꼽았다. 문승훈 위원은 "포크볼의 제구력이 되고 떨어지는 폭이 크다"고 평가했고, 추평호 위원은 "자유자재로 구사한다"며 이용찬의 포크볼 제구력에 엄지손가락을 들었다. 이용찬과 같은 두산 소속인 노경은의 포크볼도 1표 받았다. 그에게 표를 던진 이기중 위원은 "포크볼의 각이 크고 힘있게 빠르게 떨어진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 최고의 변종 직구 - 유먼
사실 직구라는 말은 맞지 않다. 모든 공은 직선으로 날아가는게 아니라 움직임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른 변종 직구가 유행하는 것도 하나의 흐름이다. 컷 패스트볼, 투심 패스트볼이 이에 해당한다. 최고의 변종 직구는 외국인 투수 쉐인 유먼(롯데)이 꼽혔다. 10명의 심판위원 중 4명이 지지했다. 그의 직구는 그냥 속구가 아니라 볼끝에 변화가 많다. 문승훈 위원은 "커터처럼 보일 정도로 볼끝에 변화가 많은데 속도와 코스도 적절히 이용할 줄 안다"고 평가했다. 나머지 심판위원들도 "원하는 곳으로 던질수 있는 컨트롤이 뛰어나다"며 유먼의 제구력을 칭찬했다.
'코리안특급' 박찬호(한화)도 빠지지 않았다. 그의 공은 워낙에 변화가 심해 전력분석원들도 구종을 분류하는데 애먹는 스타일이다. 볼끝 변화가 심한 커터, 투심을 자유자재로 구사하고 있다. 3명의 심판위원이 "빠른 템포와 관록의 피칭이 돋보인다"고 말했다. 이외 김진우(KIA) 송승준(롯데) 라이언 사도스키(롯데)가 1표씩 받았다. 김진우를 선택한 나광남 위원은 "몸쪽으로 들어오는 역회전볼이 빠르고 위력적이다"고 높이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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