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판이 주심을 볼 때 가장 가까이 붙어있는 사람은 포수다. 심판은 포수 바로 뒤에 바짝 붙어 공을 보고 판정한다. 한 심판은 "아무래도 포수들과 함께 붙어있는 시간이 많다보니 이야기도 많이 나누고 서로의 고충을 잘 안다. 어떻게 보면 동반자 같은 존재"라고 했다. 이 같은 심판위원들이 꼽은 최고의 포수는 롯데 강민호(27)였다.
8명의 심판위원들이 강민호를 '가장 미트질 잘하는 포수'로 꼽았다. 미트질이란 포수들의 포구 능력을 의미하는데 바로 뒤에서 지켜보는 심판위원들이 그들의 미트질을 누구보다 잘 파악하고 있다. 심판위원들이 강민호를 최고로 꼽은 건 바로 정석적인 미트질의 정직함 때문이었다.
한 심판은 "강민호가 미트질을 가장 잘한다. 심판을 속이는 미트질이 아니라 잘 보이게 공을 잡아준다. 심판의 스트라이크존이 흔들리지 않게끔 정확하게 잡아주기 때문에 믿음이 간다"며 "몇몇 포수들이 미트를 들어올리거나 내리는 경우가 많다. 그런 식으로 심판을 속이려드는 것보다는 심판을 믿고 잘 보이게끔 잡아주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심판들이 처음 보는 신인급 포수들에게 가장 강조하는 것도 바로 정직함이다. 또 다른 심판은 "습관적으로 빠지는 공을 올리거나 내리면서 미트를 스트라이크존 안으로 밀어넣으려는 포수가 있다. 그렇게 하면 심판들도 가끔 헷갈리게 된다. 물론 스트라이크-볼 판정은 미트 위치가 아닌 공이 통과하는 위치로 판정하는 것이지만 가끔 낮은 코스가 애매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며 "강민호 같이 정확하게 잘 잡아주는 포수에게는 심판들도 믿음이 간다"고 말했다.
물론 심판을 속이고 기만하는 미트질이 아니라 기술적인 미트질도 있다. 최고령 포수 박경완(SK)도 최고의 미트질로 2표를 받았는데 기본적으로 정직하게 받아주는 것도 있지만 미트 안에서 공을 잡는 미트질을 높이 평가받았다. 한 베테랑 심판은 "박경완의 미트질이 최고다. 미트 안과 바깥으로 공을 잡는 능력이 뛰어나다. 미트 자체를 상하좌우로 움직이는 게 아니라 미트 안과 바깥을 이용해서 공을 스트라이크로 잡게 하는 능력이 좋다. 그건 기만이 아니라 능력"이라고 설명했다.
강민호를 뒷받침하고 있는 롯데 백업 포수 용덕한도 미트질에서 1표를 받았는데 그 이유는 역시 "심판 눈에 잘 들어오게 잡는다"는 것이었다. 포수들의 눈속임 지나친 미트질은 심판 뿐만 아니라 야구 경기의 흐름을 저해하는 요소다. 강민호가 차세대 최고 포수로 각광받는 데에는 이 같은 정직한 미트질도 한 몫 단단히 하고 있다. 심판들은 "강민호는 인사성도 좋고 성격도 밝아 언제봐도 기분이 좋다"며 그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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