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향남이 끝까지 소방수가 될 수 있다".
지난 8일 한기주가 엄지손가락 부상을 털고 1군에 복귀하자 선동렬 감독은 한기주의 보직을 놓고 이렇게 말했다. "이번 주 던지는 것을 보고 보직을 결정하겠다. 잘하면 소방수도 하겠지만 안되면 패전조로 나설 수 있다." 그는 한마디 더했다. "난 이름 값으로 야구하지 않는다. 최향남이 끝까지 소방수가 될 수 있다."
한기주는 복귀후 1경기에서 점검을 받았다. 지난 11일 광주 롯데전에서 등판해 1⅓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았다. 그러나 4타자를 상대해 안타와 볼넷을 각각 1개씩 내주었다. 출루허용 뿐만 아니라 구속이 140km대 초반에 머물렀다. 아직은 합격판정을 내리지 않은 듯 하다.

한기주는 소방수 이미지가 강하다. 2006년 계약금 10억원 루키로 대단한 관심을 받고 입단해 첫 시즌 초반 선발투수로 잠깐 뛰었지만 사실상 소방수로 전직했다. 지금까지 그가 좋아하든 싫어하든 소방수로 살아왔다. 올시즌을 앞두고 선발전환을 희망했으나 선동렬 감독은 불펜에 자리를 마련했다.
선 감독은 다소 달랐다. 올해는 소방수 뿐만 아니라 가끔 중간 계투진으로 내보냈다. 15경기 가운데 5경기를 계투진으로 등판했다. 돌아왔지만 소방수 원대복귀 명령서를 받지 못햇다. 이유는 스피드가 살아나지 않아서였다. 선 감독은 "140km 후반은 나와야 소방수가 아니겠는가. 그게 안되니까 (소방수로 기용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만일 최향남이 없었다면 그대로 한기주를 소방수로 기용할 것이다. 그러나 갑자기 나타난 최향남이 연일 최고령 구원 신기록을 경신하면서(7세이브) 제몫을 하고 마당에 한기주를 낙점하기는 힘들다. 잘하는 선수의 기회를 뺏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선감독은 최향남을 앞으로도 소방수로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한기주의 구위회복 시점에서 이런 생각은 다시 바뀔 것이다. 정확하게 스피드 회복시점까지 한기주는 익숙치 않은 미들맨 생활을 이어가야 할 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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