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호-김재현의 20년 전 인연, "이단옆차기? 아니야"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2.08.14 11: 02

"그때 이단옆차기까지 하진 않았다니까. 그냥 의자에 앉아서 발로 툭 찼을 뿐이지".
롯데 자이언츠 양승호(52) 감독과 '캐넌 히터' 김재현(37)은 신일고 선후배 관계이자 사제 간이다. 양 감독은 1988년부터 1990년까지 신일중 감독을 맡아 46연승을 올리면서 유능한 지도자로 인정받았는데 당시 김재현이 타선의 주축이었다. 중학교 시절부터 뛰어난 야구재능을 보여줬던 김재현은 동기였던 조인성(SK)과 함께 신일중을 중학야구 최강자 자리에 올려놨다.
사실 양 감독은 공식적으론 신일중 감독이 아니었다. 프로야구 출범당시 아마추어 야구를 관장하는 대한야구협회는 프로야구에 몸담았던 사람들은 아마야구와 관련된 일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했다. 그래서 양 감독은 신일중 체육부장을 감독 자리에 앉혀놓고 라커룸에 숨어 작전지시를 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방망이 손잡이를 잡으면 도루, 끝을 잡으면 히트 앤 런, 가운데를 잡으면 투수교체 이런 식으로 작전지시를 내렸다"는 게 양 감독의 설명이다.

최근 김재현은 인터뷰를 통해 양 감독에게 신일중 시절 이른바 '이단 옆차기'를 당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 말에 양 감독은 손사래를 치면서 "에이, 내 몸이 뜨지도 않는데 어떻게 이단 옆차기를 했겠냐"며 극구 부인했다. 다만 "의자에 앉아서 한 발로 찬적은 있었다"고 일부 인정했다.
사정은 이랬다고 한다. 김재현이 중학교 3학년이었을 때 목동구장에서 경기를 가졌는데 마침 그날 안타를 못 쳤다고 한다. 양 감독은 "그날 재현이가 자기 안타 못 쳤다고 수비도 설렁설렁 하고 표정도 안 좋았다. 경기가 끝나고 버스를 타려고 하는 데 후배들 보는 앞에서 '똑바로 야구하라'고 앉은 채 한 발로 찬 게 전부다. 이단 옆차기 하기에는 몸이 안 떴다"며 웃었다. 그러면서 "당시 재현이야 야구 제일 잘하고 중학교 3학년이었는데 후배들 앞에서 나한테 혼이 났으니 자존심이 상할 만했다. 지금으로 따지면 내가 홍성흔 불러다놓고 후배들 보는 앞에서 싫은 소리 한 거나 다름없다"고 했다.
김재현이 신일고에 진학하면서 양 감독과의 인연은 잠시 끊어졌다. 하지만 김재현이 프로입단과 대학진학을 놓고 고민할 때 양 감독의 조언이 결정에 어느 정도 영향을 줬다고 한다. 김재현이 고3이던 1993년, 양 감독은 신일중 감독을 그만두고 OB 스카우트로 재직 중이었다. 당시 치열했던 스카우트 경쟁 때문에 OB와 LG는 서울지역 고교를 서로 나눠가져 그 범위 안에서 지명하기로 합의했다. OB는 야수 최대어 김동주를 지명하기 위해 배명고를, LG는 투수 최대어 신윤호를 지명하기 위해 충암고를 선택했다. 이때 신일고 역시 LG가 선택한 학교였다.
지금이야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선수들은 지명만 받는다면 프로구단을 대학교보다 선호한다. 그렇지만 20년 전은 대학교가 우위에 있었다. 곧바로 프로에 뛰어들면 성공하기 힘들다는 인식이 자리 잡고 있었고, '무조건 대학을 나와야 한다'는 학부모들의 교육열도 한몫했다. 그래서 프로구단 스카우트들은 타구단과 경쟁을 벌이는 것보다 대학교와의 힘겨루기를 하는 게 더 큰 일이었다.
김재현 역시 LG 입단과 연세대 진학을 놓고 고민이 많았다고 한다. 이때 김재현의 부친은 평소 친분이 있던 양 감독에게 조언을 구했다. 양 감독은 "재현이 정도면 프로에서 곧바로 통할만한 기량이 충분히 된다. 이제 앞으로 선수들은 곧바로 프로에 오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그러니 곧바로 프로에 보내라"는 말을 했다고 한다. 그럴 만도 했던 게 김재현은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신일고 주전으로 뛸 정도로 타고난 야구재능을 보여줬던 선수였다.
결국 김재현은 LG에 입단하게 된다. 그 과정도 순탄치만은 않았다. 연세대 입학 예정이었던 김재현, 당시 고교선수 프로계약기간은 11월 1일부터 15일까지였는데 김재현은 10월 말 청소년대표로 선발, 합숙 후 일본에 출국하기로 돼 있었다. 귀국 예정일은 계약 마지막 날인 15일, LG로선 계약서에 도장을 받을 시간조차 없었다. 그래서 LG는 일본에 여직원을 급파, 몰래 김재현을 만나 도장을 받는 일명 '원정계약'을 성공시켰다.
이후 1994년의 김재현은 승승장구했는데 2할8푼9리 21홈런 21도루 80타점으로 사상 첫 '신인 20-20클럽'에 가입했다. 신인왕은 팀 동료였던 유지현에게 돌아갔지만 김재현은 서용빈과 함께 LG의 신바람 야구를 이끌면서 입단 첫 해 한국시리즈 우승까지 맛봤다. 반면 라이벌 팀에 김재현의 입단을 도운 모양새가 된 양 감독은 입장이 곤란해졌다 한다. 양 감독은 "그때 재현이 아버님이 LG 구단에 '양승호 스카우트가 설득해서 보내게 됐다'라고 말을 했고, 그래서 OB한테는 욕 많이 먹었지. 두고두고 뭐라고 했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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