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소연 "악역일 때 시청률이 더 잘 나와요"[인터뷰]
OSEN 김나연 기자
발행 2012.08.14 10: 32

예쁜 여배우라면 누구나 한 번쯤 겪는다는 연기력 논란한 번 없었다. 비결이 뭐냐고 묻자 이소연은 “그저 감사할 따름이죠”라며 싱긋 웃는다.
이소연은 선한 역과 악역을 자유자재로 오간다. 드라마 ‘내 사랑 내곁에’와 ‘내 인생의 황금기’에서는 외로워도 슬퍼도 울지 않는 꿋꿋하고 착실한 캔디형 여주인공이었다가 ‘천사의 유혹’과 ‘동이’에서는 캔디들의 눈물을 쏙 빼는 교활한 악녀로 180도 변신했다.
최근 OSEN과 만난 이소연은 자신이 악역이나 강한 카리스마가 있는 역할을 했을 때 시청률이 잘나온다는 징크스(?)를 털어 놓으며 웃어 보였다. 아무래도 강한 역할이 시청자들의 인식에 강하게 남는 것 같다는 것이 그의 분석.

최근 종영한 MBC 주말드라마 ‘닥터진’도 예외는 아니었다. 악역은 아니었지만 이소연은 극중에서 카리스마 넘치는 기생 춘홍을 맡아 열연했고, 이 드라마는 동시간대 경쟁작이었던 ‘신사의 품격’이라는 강적을 만나 평균시청률 12%로 대박까진 아니지만 중박을 치며 선전했다. 이소연은 냉정하고 카리스마 넘치면서도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의 마음을 갈망하는 슬픔을 간직한 캐릭터 춘홍을 복합적인 감정선을 유지하며 다채롭게 표현해냈다.
연기력 뿐 아니라 선함과 악함이 공존한 묘한 매력의 얼굴을 가진 그는 외모까지 미스터리한 춘홍 역에 제격이었다는 평가다. 150년을 타임슬립한 진혁(송승헌 분)의 비밀에 중요한 키를 쥐고 있던 미스터리한 기생 춘홍은 극에 긴장감을 불어 넣으며 ‘닥터진’의 핵심 캐릭터로 시청자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았다.
 
-‘닥터진’이 종영했다. 끝났다는 게 실감이 나던가?
▲ 마지막으로 촬영한 장면이 죽는 장면이어서 그런지 실감은 나더라.(웃음) 어쨌든 춘홍이 진혁이를 위해 죽는 걸로 퇴장을 해서 (춘홍을) 연기하는 입장에서는 좋았다.
-춘홍이 죽는 장면이 많이 화제가 됐는데
▲ 그 신을 밤을 샌 다음날 아침에 찍었다. 밤을 새면서는 다른 사람들 분량을 먼저 찍었고, 나는 그동안 대사를 쳐줬는데 너무 슬프더라. 연모하는 사람 앞에서 숨이 넘어가기 전에 한마디라도 더 해주려는 춘홍의 모습이 너무 슬퍼 눈물이 많이 났다.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니 더 짠하기도 했다.
-춘홍의 입장에서는 새드엔딩일 수 있는데?
▲ 춘홍이 미래를 볼 줄 아는 여자이기 때문에 아마 본인이 진혁 때문에 죽는다는 걸 미리 알았을 수도 있었을 것 같다. 죽음을 예감했기 때문에 진혁이 위험에 빠졌을 때 망설임 없이 대신 칼을 맞을 수 있었던 게 아닐까.
-춘홍의 분량이 좀 적었다. 서운하지는 않았나?
▲ 춘홍이 정말 필요한 신에 필요한 말만하니까 임펙트가 있었던 것 같다, 분량이 많았다면 그렇게 임펙트가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애초에 시놉시스를 봤을 때부터 분량이 많은 역은 아니었다. 춘홍은 등장인물 중 정보를 제일 많이 아는 인물이었기 때문에 시청자들의 궁금증을 유발하는 말과 행동을 많이 하는 게 춘홍의 몫이었다. 분량이 많은 건 춘홍에게 중요하지 않았던 것 같다.
 
-‘닥터진’ 출연을 결정한 이유는?
▲ 춘홍이 묘하게 매력적이었다. 자꾸 알 수 없는 말들을 하고 혼자서 힘들어하며 진혁을 붙잡고 애원하는 모습들을 시청자 분들이 본다면 춘홍이에 대해 너무나 궁금해 하실 것 같았다. 너무 잠깐씩 나왔기 때문에 많은 부분을 혼자 상상해서 연기했고 그래서 더 재밌게 촬영할 수 있었다.
-기생 역을 소화하기 위해 참고한 작품이 있나?
▲ 영화 ‘황진이’를 보고 ‘기생이 앉을 때는 이렇게 앉는구나’ 하는 자세를 참고한 정도다. 특정 작품의 캐릭터를 참고하거나 ‘닥터진’ 원작을 보거나 하진 않았다. 원작을 보면 왠지 따라하게 될 것 같았다. 나만의 춘홍을 만들고 싶었다.
-사극만의 매력이 있다면?
▲ 내가 살아보지 않은 시대의 인물이 될 수 있다는 게 매력적이다. 평소에 입어 보지 못한 옷을 입고 머리를 하고, 말투나 행동도 다르게 해야 한다는 게 힘들면서도 재밌다. 가채를 올리고 촬영하는 게 힘들긴 하다. 두피도 많이 아프고 머리도 많이 빠진다. 눈화장도 너무 짙다보니 눈도 많이 피로하다. 사극을 연달아 하라 그러면 못할 것 같다.(웃음)
-‘닥터진’에서 제일 명장면으로 뽑고 싶은 장면이 있나?
▲ 아무래도 춘홍이 죽는 장면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대본에 나오진 않았지만 춘홍의 모든 행동들이 진혁이 마음에 없으면 할 수 없는 것들이라고 생각한다. 극 전개상 모든 게 다 설명되진 못했지만 춘홍이 진혁을 향한 연모하는 마음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고 연기했다. 드라마에서 춘홍의 사연이 많이 나오지는 않았지만 춘홍은 평생을 외롭게 살아왔고 죽는 순간까지 외로웠던 불쌍한 여자다. 경탁도 그렇고, ‘닥터진’에서 안 불쌍한 사람은 없는 것 같다
 
-동시간대 경쟁작 '신사의 품격'에 화제성 면에서 조금 밀린 면이 있다. 아쉬움이 남나?
▲ 두 드라마가 가진 매력이 너무 다르고 장르도 완전히 달라서 시청자 층이 확연하게 갈렸던 것 같다. 여러 작품을 하다보면 시청률이야 따라올 때도 있고 안 따라올 때도 있다. 시청자 분들이 재밌게 봐주시고, 하는 사람들도 보람을 느끼면서 연기한다면 남는 게 분명 있지 않을까. 물론 더 많이 봐주셨으면 좋았겠지만 내게 시청률은 큰 문제가 되진 않는다.
-유독 강한 이미지로 나오는 역할이 큰 사랑을 받는 것 같다
▲ 악역이나 강한 카리스마가 있는 역할을 했을 때 시청률이 잘나온다.(웃음) 내가 착하고 씩씩한 역할로 나온 ‘내 사랑 내곁에’와 ‘내 인생의 황금기’ 때도 시청률은 나쁘지 않았지만, 아무래도 강한 역할이나 악역이 시청자 분들의 인식에 강하게 남는 것 같다.
-선한 역에서 악역까지 자유자재로 오가는 비결이 뭔가
▲ 원래는 착하고 참한 역할들을 많이 했었다. 영화 ‘복면달호’나 ‘브라보 마이 라이프’, 드라마  ‘내 사랑 내곁에’와 ‘내 인생의 황금기’가 그랬다. 이후 ‘천사의 유혹’이랑 ‘동이’로 악역을 연달아했다. 맨 처음에 강한 역할을 한다고 했을 때 사람들은 다 안 어울린다고 했다. 캐스팅도 무산될 뻔했다. 다들 ‘이소연은 못할 거다’라고 했었는데 오히려 지금은 강한 역할이 더 기억에 남았다고들 해주신다. 신기하다. 연기자 입장에서는 좋은 것 같다. 영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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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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