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2군에는 올릴 투수가 김수완이랑 진명호 뿐인가".
지난 12일 광주 KIA전을 앞두고 롯데 자이언츠 양승호(52) 감독은 2군 투수자원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올 시즌 롯데에서 1군에서 한 차례라도 등판했던 투수는 20명이다. 이는 삼성(19명)에 이어 2번째로 적은 숫자다. SK와 KIA는 모두 26명의 투수가 1군 무대를 밟았으니 롯데보다 2군에서 6명의 투수가 더 올라왔던 셈이다.
올해 롯데의 투수진은 주전과 비주전의 경계가 명확하다. 지금 2군에 내려가 있는 고원준을 포함, 5명이 선발투수로 등판한다. 그 외에 진명호가 선발로 3경기, 이상화가 1경기 등판했을 뿐이다. 불펜진 역시 고정적으로 나오는 선수들이 활약을 펼친다. 좌완 이승호-이명우, 우완 최대성-김사율, 언더핸드 정대현-김성배가 그 역할을 맡는다. 결국 엔트리에서 추격조 자리로 남은 건 2자리에 불과하다.

롯데의 고민은 2군에서 올릴만한 투수가 많지 않다는데 있다. 특히 미래를 바라보고 중점적으로 기용해야 할 젊은 투수들의 활약이 아쉽다는 게 양 감독의 말이다. 양 감독은 "2군에서 보고 올라와서 올릴만한 투수는 항상 김수완이랑 진명호 뿐이다. 그 외에 이웅한, 이상화 정도가 좋다고 한다. 좀 더 많은 투수들이 1군에 올라와야 한다"고 말한다.
양 감독은 보통 2군에서 선수에 대해 좋은 보고가 올라오면 곧바로 1군에 올려 테스트를 한다. "2군 코칭스태프를 믿기에 보고 받으면 별 다른 검토 없이 써 본다"는 게 양 감독의 설명이다. 양 감독이 바라는 건 1군에서 깜짝 활약을 펼칠 '뉴페이스'의 등장이 아니다. 1군에 올릴만큼 가능성이 있는 투수가 필요한 것이다.
하지만 현재 2군에 있는 투수들의 성적은 몇몇 선수만 눈에 띈다. 그나마 1군에 잠시라도 있어봤던 투수들이 성적도 좋다. 2군에서 25이닝 이상 소화한 투수들 가운데 평균자책점이 3점 이하인 선수는 진명호(1.50), 고원준(2.57), 허준혁(2.52), 김수완(2.70)이 전부다. 양 감독이 김수완과 진명호를 말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선수육성이 우선인 2군에서의 성적이 큰 의미가 없다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롯데 2군의 팀 평균자책점은 5.20, NC를 포함해 11개 팀 가운데 최하위다. 깜짝스타도 2군에서 어느정도 성적이 나와야 가능한 일이다.
롯데는 이미 재작년 깜짝스타의 효과를 톡톡히 봤다. 이재곤과 김수완은 2010년 13승을 합작하며 선발진이 무너졌던 롯데를 4강으로 이끄는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양 감독이 2군에서 뛰고 있는 젊은 투수들의 분발을 촉구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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