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2시가 넘은 시간. 식사를 못해 아직 공복이란다. 그런데 이 배우 목소리도 쩌렁쩌렁, 얘기하다가 호탕하게 웃고 사람들 재미있게 해주는 게 좋다며 농담도 잘하고 이렇게도 열정이 넘칠 수 있을까.
패기 넘치는 신예 연제욱, 이미 연기력까지도 검증받은 배우다. 2008년 영화 ‘강철중: 공공의 적 1-1’에서 설경구, 정재영과 호흡을 맞추며 대선배들 못지않은 연기로 ‘리틀 설경구’라는 극찬을 받기도 했다.
강우석 감독은 당시 22살이었던 연제욱의 강렬한 눈빛연기를 인정했고 설경구와 정재영은 연제욱을 두고 장래가 기대되는 배우라고 했을 정도다.

“‘리틀 설경구’라는 타이틀이 정말 감사하죠. 그때 그 기사 나고 설경구 선배님께 말씀드렸더니 ‘열심히 해라’고 하셨어요. 대학교 입학한 것도 설경구 선배님이 다니라고 해서 다니게 된 거예요.”

그 타이틀에 맞게 영화 ‘폭력써클’, 독립영화 ‘말보로 전쟁’을 통해 깊은 연기를 보여준 연제욱의 얼굴에서는 연기 잘하는 배우의 포스가 흘러나온다. 배우 송강호와 설경구를 섞어 놓은 듯한 얼굴이 ‘딱 연기 잘하는 배우’ 같다.
“(김)기범이랑 친한데 같이 술 먹으면서 연기 얘기를 해요. 한 번은 같이 술을 먹으면서 기범이가 저에게 이런 말을 했어요. 본인은 배우로서 제 얼굴이 부럽다고 하더라고요. 연기를 잘해 보이는 얼굴이라면서. 저의 얼굴에 만족해요. 그렇게 보이는 게.”(웃음)
얼굴에서 풍겨 나오는 느낌만큼 연제욱은 연기를 대하는 진지함과 섬세함이 상상 그 이상이다. 지난해 11월 전역 후 12월부터 배우 고규필과 연습실을 만들어 연기연습을 하기도 하는 등 연기를 손에서 놓지 않았다.
꾸준한 노력 끝에 연제욱은 MBN 납량특집 TV영화 ‘수목장’(오는 17일 방송)에 캐스팅됐고 배우가 연기인생에서 평생 연기해볼까 말까 하는, 그리고 배우가 한 번쯤 욕심내 하는 사이코패스 역을 맡았다.
연제욱은 ‘수목장’에서 청아(이영아 분)와 정훈(온주완 분)의 동창으로 청아를 스토킹하는 광적인 사이코패스 한기 역을 맡았다.

“캐릭터가 정말 좋죠. 주변에서도 사이코패스 역이 좋다고들 했어요. 한기 역을 봤을 때 일반적지 않고 배우로서 해볼까 말까 하는 캐릭터죠. 오랜만에 연기를 해서 궁금하고 완벽하게 모든 걸 쏟아 냈을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데 촬영하면서 최선을 다 해서 연기했어요. 군대에서도 전역해서도 연기에 대해 가장 본질적인 고민을 하다 보니 이번에는 그 전과는 다를 거라고 생각을 해요. 내 느낌을 정형화시킬 수 없는데 ‘수목장’ 촬영을 하면서 과거에는 못 느꼈던 부분을 느꼈죠.”
연제욱이 독립영화를 비롯해 다양한 영화에서 진정성 있는, 정말 이 사람 배우구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의 연기를 보여줬던지라 ‘수목장’에서 어떤 연기를 보여줄지 궁금하고 기다려지는 건 사실이다.
그러나 이런 연제욱이 사이코패스보다 더 어렵다고 꼽는 연기가 있다. 대부분의 배우들은 악역이나 사이코패스와 같은 캐릭터를 연기하는 걸 힘들어 하지만 연제욱이 어렵다고 생각하는 연기는 바로 생활연기다.
“편한 상황이나 대사를 계산한다고 생각하면 어려워요. 그래서 가장 사람처럼 보이는 건 어떤 연기든 다 해보고 싶어요. 제가 하는 연기가 관객들에게 ‘인간극장’ 보는 느낌이 났으면 좋겠어요.”
인간의 일상적인 모습들을 연기하는 게 가장 어렵다고 말한 연제욱. 그래서 그가 앞으로 어떻게 성장할지, 그리고 커가는 과정과 성장 후 어떤 연기를 보여줄지가 기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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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용호 기자 spjj@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