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티스타, 왜 선발 안 한다고 했어?".
14일 포항구장. 삼성과의 원정경기를 앞둔 한화 한대화(52) 감독이 외국인선수 데니 바티스타(32) 통역을 담당하고 있는 운영팀 허승필씨를 불렀다. 한 감독은 "바티스타에게 작년에 왜 선발 안 한다고 했는지 물어봐 달라"고 한마디했다.
바티스타는 통역을 통해 "작년에는 선발을 준비할 시간이 많지 않았다. 안 한다고 한 것이나 아니다"고 전했고, 이에 한 감독은 "내가 작년에 물은 건 '내년에도 선발이 가능하냐'는 뜻이었다. 준비할 시간이 많지 않다는 건 마무리 잘하니까 하기 싫다는 것 아니었냐?"고 되물었다. 이를 다시 전해들은 바티스타는 쑥스러운 표정에 한국말로 "예"라고 답해 좌중의 웃음을 자아냈다.

바티스타는 지난해 8월 대구에서 한 감독과 면담을 통해 선발 전환 가능성을 타진했다. 당시 선발진이 일찍 무너지는 바람에 마무리할 기회가 없어지자 한 감독이 바티스타에게 선발 전환 여부를 물어본 것이다. 그러나 바티스타는 "선발로 던진지가 오래 돼 쉽지 않을 것 같다"고 의견을 전했고, 한 감독도 결국 없던 일로 했다.
한 감독은 "바티스타가 마무리로 잘 하고 있었고, 올해 같은 경우에는 우리 선발진이 그런대로 돌아가고 있었기 때문에 선발 전환이 쉽지 않았다"고 인정했다. 하지만 올해 마무리로 실패하고 중간에서 자리를 잡지 못하자 결국 고육책으로 선발 전환이 결정났다. 그런데 선발 전환 후 3경기에서 1승1패 평균자책점 1.77로 완벽히 달라진 모습으로 한 감독을 흐뭇케 하고 있다.
한 감독은 "바티스타의 볼이 정말 좋다. 마무리 때보다 부담도 덜하고, 힘으로 던질 뿐만 아니라 맞춰 잡는 피칭으로 완급조절도 할 줄 안다"고 평가하며 "삼성전에 바티스타가 나온다. 삼성 타자들이 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말로 그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바티스타는 15일 포항 삼성전에서 시즌 4번째 선발등판을 가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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