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보배의 '눈물', "운 좋아 금메달 땄다는 말 속상해"
OSEN 김희선 기자
발행 2012.08.14 18: 01

"네티즌이 쓴 글을 보고 많이 속상했다. 운 좋아 금메달 땄다는 말이 많더라".
기보배(24, 광주시청)는 목 멘 소리로 속상한 마음을 털어놓았다. 금메달을 따고서도 제 실력이 아니라 '운'이라는 소리를 들어야했던 여궁사의 눈에는 눈물이 맺혔다.
14일 오후 인천공항 밀레니엄홀에서 2012 런던올림픽 대한민국 선수단 해단식 및 기자회견이 열렸다. 당초 목표였던 10-10을 초과달성해 금13 은8 동7로 원정 최고성적을 기록한 한국 선수단을 환영하는 자리였다.

이날 해단식에는 진종오 김장미(사격) 기보배 오진혁(양궁) 황경선(태권도) 김재범(유도) 양학선(체조) 김현우(레슬링) 김지연(펜싱) 등 메달리스트와 손연재(체조) 등이 모두 모여 국민들의 환영 속에 금의환향했다.
이날 자리에서 가장 먼저 질문을 받은 이는 양궁 2관왕을 달성한 기보배였다. 런던올림픽 기간 동안 가장 힘들었던 점에 대한 질문을 받은 기보배는 "경기장이랑 선수촌이 거리가 정말 멀었다. 이동하는 거리가 먼 만큼 컨디션이 많이 저조해질까봐 양궁협회장님께서 많이 배려해주셔서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다"고 설명했다.
양궁팀을 괴롭힌 또 하나의 악조건은 날씨였다. 변덕스럽기로 유명한 런던의 날씨는 궁사들이 제 실력을 발휘하기 어렵게 만들었다. 하지만 기보배는 "비 오고 바람이 많이 불었지만 날씨에 대한 대비를 잘 해서 우리 선수단이 그 환경을 잘 이겨냈다고 생각한다"고 자부심을 보였다.
기보배의 눈물은 2관왕을 한 소감을 이야기하던 중 터졌다.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기쁘다"던 기보배는 잠시 숨을 고르더니 "어제(13일) 네티즌이 쓴 글을 보고 많이 속상했다. 운 좋아 금메달 땄다는 말이 많더라"며 울먹였다.
기보배는 "양궁선수들은 아침 꼭두새벽부터 일어나서 야간에 라이트키면서 나방과 싸우고 모기한테 뜯기면서 열심히 준비했다. 그런 말씀 안해주셨음 좋겠다"고 속상한 마음을 털어놓았다. 운으로 메달을 땄다는 소리에 상처받았던 여궁사의 눈물에 기자회견장은 격려의 박수로 가득찼다.
한편 기보배의 눈물 어린 발언에 런던에서 '커플 발표'를 했던 오진혁(31, 현대제철)은 "(기보배가)힘든 이야기를 잘 안해서 그런 일이 있었는지 몰랐다. 이제부터라도 위로해줘야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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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공항=백승철 기자 baik@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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