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 조정훈’ 연상케 한 이용찬 포크볼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2.08.14 20: 35

호투 기록이 빗물에 씻겨 내려간 경기. 그러나 변화구를 단순히 유인구로 떨어뜨린 것만이 아니었다. 포인트를 높은 지점에서 형성해 떨어지는 곳은 스트라이크 존 안으로 향하게 할 정도로 뛰어난 포크볼 구사력을 자랑했다. 두산 베어스의 젊은 에이스 이용찬(23)은 3년 전 조정훈(27, 롯데, 공익근무 중)을 떠올리게 했다.
이용찬은 14일 목동 넥센전에 선발로 나서 3⅓이닝 동안 2피안타(탈삼진 4개, 사사구 1개)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최고 구속은 146km에 또다른 결정구 포크볼도 홈플레이트 근처에서 크게 떨어지며 춤을 췄다. 그러나 4회말 1사에서 폭우로 인해 결국 경기는 노게임 처리되었고 이용찬은 다음 등판에서 시즌 10승을 기약해야 했다.
그러나 이날 이용찬은 포크볼을 단순히 유리한 볼카운트에서 스트라이크 존 아래로 떨어뜨린 것 뿐만 아니라 높은 코스에서 뚝 떨어져 존으로 들어오는 공까지 선보였다. 전반기 동안 이용찬이 대부분의 포크볼을 유인구성으로 사용해 헛스윙 아니면 볼을 만들었던 것과 달리 이번 넥센전에서는 시시때때 존 안에 들어오는 포크볼도 자주 던졌다.

백미는 3회말 1사 김민성 타석. 이용찬은 볼카운트 2-2에서 5구 째 포크볼(121km)을 구사해 헛스윙 삼진을 잡아냈다. 그런데 이 공은 존 아래로 떨어진 유인구가 아니라 그대로 스트라이크 존 정중앙을 찌르는 확실한 결정구였다. 김민성이 배트를 휘두르지 않았어도 스트라이크가 되었을 공이다.
이는 마치 지난 2009년 14승으로 공동 다승왕좌에 오르며 롯데의 새 에이스로 거듭났던 조정훈의 포크볼을 보는 듯 했다. 2005년 2차 지명 전체 1순위로 지명된 대형 유망주였으나 데뷔 초기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던 조정훈은 2008시즌 5선발로도 뛰며 5승으로 가능성을 비췄다. 그리고 조정훈의 잠재력은 2009시즌 현실화되었다.
그 해 조정훈은 27경기 14승(2완봉승) 9패 평균자책점 4.05를 기록하며 윤성환(삼성), 아킬리노 로페즈(당시 KIA)와 함께 공동 다승왕이 되었다. 두산과의 준플레이오프에서도 조정훈은 1선발로서 첫 경기 승리를 따내는 등 짧지만 굵은 에이스로서 활약상을 비췄으나 팔꿈치 부상으로 인해 수술을 받고 현재 공익근무 중이다.
3년 전 조정훈의 포크볼은 단순히 떨어뜨리기만 한 것이 아니었다. 높은 탄착군이 되는 듯 했다가 타자 근처에서 낙차각을 보여주며 스트라이크 존 정중앙을 지나쳤다. 단순히 보여주는 공이 아니라 아예 속을 틈도 없게 타자의 허를 찌르는, 완벽하게 제구된 포크볼이었다. 2012년 8월 14일 목동구장에서 이용찬이 그 조정훈의 포크볼을 재현했다.
비록 이용찬의 호투는 폭우로 인해 노게임 처리되며 씻겨 내려갔다. 그러나 이용찬은 자신의 새로 장착한 포크볼이 그저 타자의 방망이만 끌어내는. 빠지는 공이 아니라는 점을 보여줬다. 이용찬은 이 경기를 통해 포크볼의 새로운 마스터피스로서 충분한 자질을 비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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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동=백승철 기자 baik@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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