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리이긴 한데 내 역할을 제대로 한 것이 아니라 담담하다."
자칫 홈 데뷔전에서 친정팀에 고개를 숙일 뻔 했다. 롯데 정대현(34)이 여러 모로 의미있는 시즌 첫 승을 거뒀지만 담담한 표정이다.
정대현은 14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2012 팔도 프로야구 SK와의 홈경기 6회 팀이 2-0으로 앞선 2사 만루 위기에서 등판했다. 선발 유먼에 이어 마운드에 오른 정대현에게 이날 마운드는 지난 시즌 SK에서 FA 이적한 후 첫 홈 마운드였다. 더구나 지난 시즌까지 11년 동안 함께 한 친정 타자들과 처음 대면하는 자리였다.

지난 2월 가고시마 캠프에서 왼 무릎 부상으로 수술대에 오른 정대현은 지난 9일 잠실 LG전에서 처음 마운드에 섰다. 작년 10월 5일 광주 KIA전 이후 309일 만의 1군 복귀전이자 롯데 데뷔전. 당시 9회말이었지만 3명의 타자를 잘 요리, 팀의 6-1의 승리를 지켜낸 정대현은 지난 12일 광주 KIA전에도 나서 1⅓이닝 1볼넷 무실점, 팀의 4-2 승리를 지켜냈다. 볼넷 1개도 벤치의 지시에 의해 나온 고의4구. 두 번 모두 완벽한 피칭이었다.
정대현의 이름이 전광판에 뜨자 롯데팬들은 일제히 박수와 환호성으로 정대현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정대현은 첫 상대 최정에게 2구째 좌측 2타점 2루타를 맞고 동점을 허용했다. 다음 타자 이호준을 2사 2,3루에서 유격수 땅볼로 잡아냈고 7회 역시 삼자범퇴로 막아내 더욱 아쉬움이 컸다.
다행히 팀 타선이 7회 3점을 뽑아내 5-2 승리를 가져가며 정대현은 승리 투수가 됐다. 정대현의 이날 승리는 시즌 첫 승이자 롯데 이적 후 첫 승. 게다가 SK 시절이던 2011년 9월 21일 사직 롯데전 이후 328일만에 거둔 승리라는 점에서 흥미로웠다.
정대현은 경기 후 오랜만의 승리 투수가 된 데 대해 "의미를 두지 않는다"면서 "승리이긴 한데 내 역할을 제대로 한 것이 아니라 담담하다"고 밝혔다. 이어 최정에게 맞은 적시타에 대해 "승부가 아니었다. 슬라이더를 던지다 맞았고 몸이 투수판에 미끌어져 맞았다"면서 "경기 전 컨디션이 상당히 좋아 타자를 어떻게 잡을지 계산이 섰는데"라며 아쉬움을 전했다.
이어 홈인 사직구장 첫 등판에 대해서는 "편하게 좋은 볼을 던지려고 노력했다. 그런데 긴장을 많이 했고 어렵게 생각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또 이적 후 첫 친정팀 SK타자와의 승부에 대해서는 "상대 타자의 얼굴을 보고 승부하는 것이 아니라 포수 사인을 보고 던졌다"고 말해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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