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들', 역대 천만영화와 뭐가 달랐나..'최초의 기록' [천만특집②]
OSEN 김경주 기자
발행 2012.08.15 08: 19

한국영화 역사상 3년 만에 나온 경사다. 지난 2009년, 천만관객을 동원한 영화 '해운대' 이후 '천만관객'의 맥이 끊겼던 한국영화는 드디어 2012년, '도둑들'로 그 맥을 잇게 됐다.
15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의 집계에 따르면 '도둑들'은 지난 14일 전국 27만 9954명을 동원, 누적관객수 975만 8761명을 기록하며 박스오피스 1위의 자리를 수성했다. 이로써 '도둑들'은 개봉 22일째인 이르면 오늘(15일) 1000만 관객을 돌파할 전망이다. '도둑들'의 관객 드롭율이 크지 않고 이 날은 휴일인 광복절이기에 가능성은 충분하다.
영화 '범죄의 재구성', '타짜', '전우치'의 최동훈 감독이 야심차게 내놓은 네 번째 신작 '도둑들'은 배우 김윤석, 김혜수, 이정재, 전지현, 김수현 등 화려한 캐스팅으로 주목을 받음과 동시에 무서운 속도로 천만관객을 향해 질주, 개봉 4주차에 천만고지를 넘어섰다.

무려 3년 만에 천만관객을 동원한 영화의 탄생 이외에도 이번 '도둑들'의 천만관객 돌파는 사실 여타의 영화들과는 다른 의미로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기존 '천만영화'의 흥행공식이었던 신파, 사회적이슈 없이 영화 자체의 힘만으로 천만을 이뤄냈다는 것이 그것.
또한 '도둑들'이 한국영화계에선 쉽사리 찾아볼 수 없는 케이퍼 무비라는 점, 그리고 한국 최초의 부부 감독-프로듀서 영화라는 점도 이색적이어서 영화 팬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1. 눈물 펑펑, 경각심 고취..신파-사회적 이슈 몰이 無
이번 '도둑들'의 천만관객 돌파에서 가장 눈에 띄는 특징은 여타 천만관객 동원 영화들과는 달리 신파적인 요소, 그리고 사회적인 이슈가 없었다는 점이다.
한국영화 역사상 천만관객을 동원한 영화는 '도둑들'을 제외하고 총 5편. 1300만 관객의 '괴물'과 1200만 관객의 '왕의 남자', 1100만 관객의 '태극기 휘날리며', '해운대' 그리고 '실미도'가 그 주인공들이다.
가만히 살펴보면 쉽사리 그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듯이 이 5편의 영화들 모두 신파적인 요소를 지니고 있다. '괴물'은 딸을 괴물에게 빼앗긴 아버지의 부성으로, '왕의 남자'는 장생과 공길의 애틋한 사랑으로, '태극기 휘날리며'는 말할 필요도 없이 최루탄 영화였으며 '해운대', '실미도' 역시 그러하다. 그러나 '도둑들'에서만큼은 신파적인 요소를 발견할 수 없다.
더불어 사회적 논란거리가 될 만한 이슈들도 '도둑들'에는 부재한다. '괴물'은 국민들의 반미감정을 극대화시켰으며 쓰나미가 일었던 '해운대'에서는 재난재해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이 역시 '도둑들'에선 부재한다.
이에 대해 영화 관계자들은 입을 모아 영화를 보는 관객들의 관점이 달라졌기 때문이라고 평한다. 한 영화 관계자는 "이제 관객들이 감정에 쉽사리 움직이는 영화를 찾기 보다는 영화의 재미를 찾는 추세로 변하는 중이다"라면서 "재밌으면 된다는 관점으로 영화 자체의 힘을 추구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2. 한국영화에선 흔하지 않은 '케이퍼 무비'
 
'도둑들'은 한국영화 사상 최초로 천만관객을 동원한 케이퍼 무비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케이퍼 무비라는 것은 범죄 중 주로 도둑들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쉽게 말해 무언가를 뺏거나 강탈하는 도둑질, 즉 범죄영화의 하위 범주라고 할 수 있겠다. 대표적인 케이퍼 무비로는 '오션스 일레븐', '이탈리안 잡', '히트' 등이 있다.
사실 예를 든 것처럼 할리우드에선 케이퍼 무비는 굉장히 흔한 장르다. 도둑들이 모여 원하는 것을 훔쳤을 때의 그 희열감, 이것 때문에 케이퍼 무비는 계속해서 만들어져왔으며 계속 사랑을 받아왔다. 하지만 한국영화에서 케이퍼 무비를 찾아보기란 매우 힘든 일. '도둑들'의 최동훈 감독이 연출한 '범죄의 재구성', '타짜' 정도가 케이퍼 무비라 할 수 있다.
이처럼 한국에선 쉽게 만나볼 수 없는 케이퍼 무비라는 점도 '도둑들'이 여타 천만영화들과 다른 의미를 갖게 해주는 데에 한 몫을 톡톡히 했다. 할리우드의 전유물이라고만 생각했던 '도둑들의 한 탕'과 이 과정에서 오는 화려한 액션들이 극장을 찾는 관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한 것이다.
#3. 부부가 만든 천만영화..시너지 효과 ↑
 
이밖에도 '도둑들'은 부부가 함께 만든 최초의 영화로도 주목을 받고 있다. '도둑들' 메가폰을 잡은 최동훈 감독과 '도둑들' 제작을 맡은 케이퍼필름의 대표이자 프로듀서인 안수현 프로듀서는 부부 관계인 것.
공과 사를 철저하게 구분한다는 두 사람은 부부가 어떻게 하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지 이번 영화를 통해 제대로 보여줬다.
'도둑들'의 한 관계자는 "두 사람이 시너지 효과를 제대로 냈다. 자신에게 부족한 점이 있을때는 서로에게 조언을 얻기도 하고 고쳐야 할 점이 있을 때에는 이에 대해 솔직하게 지적해주는 부분도 있었다"라며 "힘이 들 때는 서로에게 의지할 수도 있었기 때문에 많이 도움이 됐던 것 같다"라고 촬영 분위기를 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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