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월화극 ‘신의’(극본 송지나, 연출 김종학)가 방송 2회 만에 진지해졌다. 원나라 복속을 앞둔 고려 공민왕대의 어두운 시대상이 모습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지난 14일 방송된 ‘신의’에서는 최영(이민호)에 의해 고려시대로 타임슬립한 은수(김희선)가 노국공주(박세영)의 부상을 치료했지만 정치적 이유로 발목이 잡히고, 하늘문 역시 닫혀 현대로 돌아가지 못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신의는 지난 13일 첫 방송에서 최영과 은수의 첫 만남을 그리며 다소 코믹한 유머 코드를 내세워 가벼운 분위기를 연출했다. 왕의 호위를 책임지는 최영이 무거운 책임감을 안고 타임슬립했지만 현대 강남의 상전벽해 모습에 어리둥절해 하고, 성형외과 의사 은수가 점쟁이를 찾아가 돈에 집착하는 모습은 웃음을 유발했다. 또한 판타지 장르답게 장풍을 쏘는 등 휘황찬란한 무공이 CG를 통해 구현된 모습은 낯설면서도 다소 엉성함으로 의외의 재미를 선사했다.

캐릭터 소개와 타임슬립 설정을 마친 ‘신의’는 그러나 방송 2회에서 원나라 복속을 목전에 둔 극의 시대상을 짚었고, 한 나라의 왕이지만 무력했고 그래서 더 냉소적이었던 공민왕(류덕환)을 등장시키며 무게중심을 잡기 시작했다. 원나라 세력을 등에 입고 권력을 탐하는 기철(유오성)의 범상치 않은 첫 등장과, “고려 무사의 약속은 생명과 같다”고 외치며 정치적 희생양이 될 위기에 처한 은수에게 미안한 마음을 품으며 스스로의 복부에 칼을 관통시키는 최영의 모습은 큰 대비를 이루며 당시의 좌절과 그럼에도 고군분투하는 시대의 인물들을 예감케 했다.
하늘문이 닫혀 은수 역시 현대로의 복귀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 돈을 잘 번다는 이유로 한 번의 고민 없이 의과에서 성형외과로 전공을 바꾸고, 경각을 다투는 최영의 위기 앞에도 책임을 운운하는 철없는 은수는 이 같은 시대의 어둠 속에 성장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까. ‘신의’의 본격 전개에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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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신의’ 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