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14일 경기 선발로 등판할 수 있었다. 그러나 감독은 그를 외국인 선수가 아닌 국내 선수처럼 배려해주며 믿음을 비췄다. 김시진 넥센 히어로즈 감독이 외국인 좌완 앤디 밴 헤켄(33)의 1군 복귀일을 당초 예정보다 하루 늦춰 15일 두산전 선발로 예고한 이유는 무엇일까.
올 시즌 헤켄은 19경기 8승 4패 평균자책점 3.46(14일 현재)을 기록하며 에이스로 환골탈태한 브랜든 나이트(37)와 함께 외국인 원투펀치로 좋은 활약을 보여주고 있다. 좋은 체인지업 구사력을 선보였으나 시즌 전 직구 구위가 마땅치 않아 브라이언 배스(전 한화)와 함께 퇴출 1순위 후보로도 꼽혔던 헤켄은 직구 구위 회복과 함께 체인지업 위력까지 부쩍 높아지며 수준급 외국인 투수로 활약 중이다.
19경기 중 11경기에서 퀄리티 스타트에 성공했고, 5회 이전 조기강판은 한 번도 없다는 점에서 헤켄이 얼마나 좋은 활약을 펼쳤는지 알 수 있다. 선발로서 최소 5이닝을 버티는 꾸준함과 안정감으로 헤켄은 효자 외국인 투수로 전반기 동안 팀에 효도했다.

로테이션 이탈 없이 제 몫을 하던 헤켄. 그러나 헤켄은 지난 4일 옆구리 통증으로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됐다. 지난달 29일 목동 삼성전을 마친 뒤 오른쪽 옆구리 통증을 호소한 그는 통증이 가시지 않자 결국 엔트리에서 빠지며 치료와 휴식을 겸했다. 12일 선발 복귀를 위해 불펜 피칭까지 마쳤던 헤켄은 15일 선발 예고와 함께 1군 엔트리에 복귀한다.
"부상 부위는 큰 문제가 없다고 하더라"라며 안도 섞인 표정을 보여준 김 감독. 4일 말소되었던 헤켄인 만큼 원래대로 생각하면 14일 경기에 선발로 나설 수 있었다. 등록 가능 시일 이틀 전 불펜피칭까지 마친 만큼 14일 선발 가능성이 있었으나 김 감독은 헤켄을 15일 선발로 돌리고 신인 한현희를 14일 출격시켰다.
"원래 14일 1군 등록이 가능했다. 그러나 헤켄이 14일 경기에서 던지면 로테이션 상 19일 롯데전에도 한 번 더 나와줘야 한다. 아파서 1군 엔트리 말소되었던 선수인데 복귀하고 나서 4일만 쉬고 일주일 두 번 등판하라고 할 수는 없지 않은가".
시즌 전만 해도 '미운 오리'가 될 가능성이 컸던 헤켄. 메이저리그 경험이 전무했던 데다 시범경기 당시 직구 구위도 탐탁치 않았던 헤켄은 팀의 믿음 속에 제대로 부응하며 적응력에서도 좋은 점수를 얻고 있다. 실력에 좋은 성품까지 지녔기 때문에 부상 당시에도 헤켄을 먼저 배려했던 김 감독. 김 감독의 따뜻한 시선은 헤켄의 부상 복귀 후에도 계속 머물러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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