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임 후 처음 혼을 냈다."
양승호 감독이 롯데 자이언츠 사령탑을 맡은 후 처음으로 크게 노했다. 평소 선수들과 스스럼 없이 농담을 주고 받는 양 감독이라는 점에서 취재진들에게도 이례적이었다.
15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2012 팔도 프로야구 SK와의 홈경기에 앞서 취재진과 만난 양승호 감독은 전날 경기를 복기하는 도중 "롯데 와서 처음 미팅을 가졌다"고 밝혔다.

롯데는 전날 SK전을 5-2로 승리했다. 우천으로 두 차례나 중단되면서 동점을 내주는 우여곡절을 거쳤으나 결국 5연승을 내달렸다.
그러나 양 감독은 경기 후 선수들을 모아놓고 큰소리로 호통을 쳤다. 양 감독 스스로 "지난 시즌 롯데 지휘봉을 잡은 후 처음 혼을 냈다"면서 "게임을 이겼는데 혼이 났으니 분위기가 쏴 했다"고 씁쓸하게 웃었을 정도.
양 감독이 이렇듯 화를 낸 이유는 무엇일까.
발단은 김주찬과 황재균의 어이없는 플레이 때문이었다. 김주찬은 2-0으로 앞선 5회 2사 후 우전안타를 치고 나갔다. 이어 손아섭 타석 때 2루 도루에 성공, 팀에 득점 기회를 만들었다. 그러나 3루 도루를 감행했다가 태그 아웃됐다.
황재균은 2-0으로 앞선 6회 수비 때 저지른 실책이 문제가 됐다. 2사 후 임훈에게 좌전안타를 맞은 후 정근우의 빠른 타구를 잡다가 놓쳤고 1루에 던져 봤으나 세이프가 되고 말았다. 우천 중단도 있었지만 결국 이것이 빌미가 돼 동점을 내주고 말았다.
양 감독은 김주찬의 플레이에 대해 "본헤드 플레이나 마찬가지다"면서 "1아웃이라면 이해가 간다. 하지만 추가 득점이 필요한 상황에서 3번 타자가 서 있고 좌투수가 있는데 굳이 3루까지 왜 뛰었는지 모르겠다. 그러면 안되는 것이 기본"이라고 설명했다.
또 황재균에 대해서도 "잡을 수 있는 타구였다. 비가 오락가락 하는 바람에 집중을 하지 못했다"면서 "실책은 어쩔 수 없는 부분이었다지만 덕아웃으로 들어오면서 1루심에게 '세이프가 아니냐'고 실실 웃으며 농담조로 이야기 하는 모습을 보니 정말 참을 수가 없었다. 당장 상동(2군)으로 내려보내려고 했다"고 말했다.
이날 롯데는 경기 중에도 분위기가 좋지 않았다. 우천 중단이 되자 홍성흔이 미팅으로 소집할 정도였다.
양 감독은 "경기 후 미팅에서 두 명의 이름을 직접 거론했다. '선발 유먼이 그렇게 열심히 던져주고 모두들 모여서 해보자는 분위기였는데 그런 행동을 해서는 안된다'고 목소리를 좀 높였다"고 말했다.
또 "아픈 선수들은 어쩔 수 없지만 고참인 홍성흔도 내야 땅볼을 쳐도 열심히 뛴다"면서 "TV를 통해 보고 있을 중·고교 선수들에게 모범이 돼야 하지 않겠나. 기본기를 보여줘야 한다. 기본 자체도 안돼 있으면 유니폼만 입은 프로선수"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하지만 양 감독은 뒷끝이 없었다. 곧 "황재균은 뭣 모르고 덕아웃에 들어왔는데 고참들이 혼을 내고 감독이 직접 자기 이름까지 거론하니 놀랐을 것"이라며 "미팅 후 황재균이 고개를 숙이고 감독실로 찾아와서 잘못했다고 하더라. 보기와 달리 마음이 여려서 그렇다. 앞으로 잘할 것"이라고 털털하게 웃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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