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만의)-4(번째 A매치 출장)-2(번째 어시스트)'.
김형범(28, 대전)이 4년 만에 돌아온 자신의 4번째 A매치 그라운드에서 2번째 어시스트를 기록하며 활짝 웃었다.
최강희 감독이 이끄는 축구 대표팀은 15일 안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초청 국가대표 친선경기서 이근호의 멀티골에 힘입어 잠비아에 2-1 승리를 거뒀다.

18명 전원을 K리거로 꾸린 최강희호는 이날 '플랜 B'를 성공적으로 시험가동했다. 올림픽팀 선수들과 해당 리그 개막을 앞둔 해외파 선수들에게 휴식을 주고 새로운 전력을 시험해보기 위한 최 감독의 노림수는 국가대표 승선이라는 마지막 불씨를 놓치지 않기 위한 경쟁의 장을 열었다.
그 중에서도 김형범에게는 이날 경기가 특별할 수밖에 없었다. '프리킥 스페셜리스트'라는 별명처럼 날카로운 프리킥과 크로스 능력으로 이름을 알렸지만 데뷔 이후 줄곧 자신을 따라다녔던 부상 악령 때문에 대표팀과는 큰 인연이 없었던 김형범이 4년 만에 4번째 A매치 경기에 선발출장했기 때문이다.
2007년 허정무호에서 데뷔전을 치른 후 아랍에미리트(UAE)와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최종예선에서 자신의 특기를 살려 맹활약, 4-1 대승에 일조했지만 크고 작은 부상으로 인해 이후 번번이 기회를 놓쳤다. 대표팀은커녕 K리그에서도 자리를 잡지 못하고 은퇴까지 고려하던 김형범은 4년여 만에 입은 대표팀 유니폼의 감격을 그라운드에서 실력으로 펼쳐보였다.
이날 경기서 김형범은 오른쪽 측면에서 끊임없이 크로스를 올리며 잠비아의 문전을 위협했다. 최강희호의 전담 키커로 나선 김형범은 자로 잰 듯 정확한 크로스를 공격수들의 머리 위로 배달하는데 그치지 않고 직접 프리킥까지 시도하며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해냈다.
결국 전반 16분 프리킥 찬스에서 김형범의 오른발이 빛났다. 신광훈이 얻어낸 프리킥 찬스에서 키커로 나선 김형범은 절묘한 각도로 골문 앞에 정확히 공을 연결했다. 김신욱과 곽태휘 두 장신 선수들과 함께 뛰어오른 이근호가 공을 정확히 머리에 맞춘 것이 그대로 골로 이어져 선제골을 만들어낸 것.
김형범은 이날 전반전 45분을 소화한 후 후반전에 이승기와 교체돼 나왔다. 하지만 이 45분의 시간 동안 김형범은 유려하고 날카로운 궤적으로 공을 뿌리며 자신이 왜 '프리킥 스페셜리스트'라 불리는지 증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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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양=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