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수는 투수대로 쓰고 경기는 내주고 말았다. 롯데 자이언츠가 입맛 쓴 패배를 당했다.
롯데는 15일 사직구장에서 벌어진 SK 와이번스와의 경기에서 2-3으로 역전패를 당했다. 등판한 투수만 8명, 선발 이용훈을 제외하면 7명의 불펜투수가 나섰지만 한 점 싸움에서 경기를 내주고 말았다.
선발 이용훈은 6⅓이닝을 소화하면서 1실점만 허용, 제 몫을 충분히 했다. 양승호 감독은 7회 1사 후 좌타자 박윤이 등장하자 투구수 102개를 기록, 이미 한계투구수를 넘긴 이용훈을 빼고 이승호를 투입했다. 강영식이 왼쪽 어깨 건초염으로 2군에 내려간 뒤 이승호는 롱릴리프-원포인트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고 있다. 이승호는 곧바로 박윤에 2루타를 맞았지만 정근우를 1루수 플라이로 요리한 뒤 마운드를 이정민에게 넘겼다. 최근 불펜소모가 많았기에 추격조 이정민을 투입했고, 수가 맞아떨어졌다.

하지만 롯데가 7회말 2-1로 경기를 뒤집자 불펜 운용이 달라졌다. 8회 김성배를 시작으로 아웃카운트 3개를 잡는데 모두 5명의 투수가 총 동원됐다. 김사율의 복귀 때까지 롯데는 당분간 '집단 마무리' 체제를 선언한 상황, 하지만 8회에 타자 한 명마다 투수를 계속 바꾸는 건 '집단 셋업'을 연상케 했다.
1사 후 김성배가 이호준에 볼넷을 내주자 롯데는 이명우를 올렸다. 좌타자 박정권을 상대하기 위해 좌투수를 올린 것이다. 이명우는 내야땅볼로 선행주자를 잡아 아웃카운트를 늘렸다. 다시 롯데는 우타자 박진만에 대적하기 위해 이번엔 우완 최대성을 투입했다. 하지만 최대성은 박진만에 좌전안타, 박재상에 동점 중전 적시타를 내줘 동점을 허용했다. 설상가상으로 최대성은 수비 도중 오른쪽 무릎 통증을 다시 호소했다.
이제는 2-2로 맞선 2사 1,3루 상황에서 누군가 나와서 이닝을 마칠 필요가 있었다. 선발요원을 제외하면 로스터에 남은 투수는 정대현과 김사율, 그리고 진명호가 있었다. 김사율은 부상으로 출전이 불가능한 상황, 결국 정대현이 마운드에 오를 수밖에 없었다. 여기서 정대현은 정상호에 유리한 볼카운를 유지하며 몰아 붙였지만 빗맞은 타구 하나에 역전을 허용했다. 이제 막 부상에서 복귀한 정대현을 역전당한 상황에서 끌고 갈 필요는 없었고 결국 8회 다섯 번째 투수인 진명호가 마운드에 올라 이닝을 마쳤다.
양 감독의 올 시즌 기본적인 불펜 운용은 '좌타자에 좌완, 우타자에 우완'이다. 한 점차 승부에서 그런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다. 김성배와 이명우의 투입은 그런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다. 양 감독은 최대성으로 남은 1⅓이닝을 매조지을 계획이었지만 안타 2개를 연달아 맞으면서 동점까지 허용했다. 여기에 최대성이 수비 도중 무릎 부상까지 입고 말았다. 결국 롯데가 8회 5명의 투수를 소모한 건 한 박자 빠른 교체와 불운이 겹친 결과였다.
롯데는 모처럼 유먼이 아닌 다른 투수가 6이닝 이상을 소화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불펜도 다 소모하고 경기까지 내주고 말았다. 8월들어 롯데의 선발진은 차츰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득점력은 떨어지며 접전이 계속돼 불펜 소모가 심화되고 있다. 8월 롯데의 12경기에서 투수의 등판회수는 모두 58회, 경기당 평균 4.83명의 투수가 나서고 있다. 더욱 치열해질 순위싸움에서 불펜투수의 잦은 등판이 시즌 막판 자칫 덫이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낳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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