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현, 잘 던졌는데 김주찬 때문에 흔들렸지".
김주찬의 발에 SK는 울었고 롯데는 웃었다. 그렇지만 롯데 역시 마냥 웃을 수만은 없었다. 김주찬의 과감한 주루플레이에 상대 팀은 물론 같은 팀까지 허를 찔렸다.
SK는 14일 사직구장에서 가진 롯데와의 경기에서 경기 막판 불펜투수들이 실점을 허용, 2-5로 패배했다. 선발투수 좌완 김광현은 5이닝동안 안타 7개를 맞았지만 볼넷 1개만 허용한 가운데 2실점으로 최소한의 역할은 다 했다. 투구수는 77개로 다소 적었지만 비가 오락가락 하는 가운데 2차례나 경기가 중단돼 어깨가 식어 불가피한 교체였다.

김광현에게 3회가 아쉬웠다. 2아웃까지 잘 잡아놓고 김주찬에게 좌전안타, 손아섭에게 2루타를 맞아 2,3루 위기를 맞았다. 여기서 김광현은 4번 강민호를 2스트라이크 노볼로 몰아붙였지만 3구가 한 가운데 몰려 2타점 적시타를 허용하고 말았다. 0-2로 뒤진 6회 김광현은 마운드를 내려왔고, 팀 동료들이 동점을 만들어줘 패전은 면했다.
15일 경기를 앞두고 SK 이만수 감독은 "김주찬의 베이스러닝 때문에 광현이가 맞았다. 상대 팀 선수지만 칭찬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유는 이렇다. 3회 2사 2,3루에서 3루 주자였던 김주찬이 스킵 동작을 크게 가져갔고, 좌완투수인 김광현은 투구동작에 들어간 순간 김주찬이 홈스틸을 하는 것으로 착각했다는 것이다. 순간 당황한 김광현은 실투를 범했고, 강민호가 이것을 놓치지 않았다는 게 이 감독의 설명이다.
이처럼 김주찬은 예측불허한 주루플레이로 상대 팀을 흔들어 놓는다. 그렇지만 14일 경기가 끝나고 정작 양승호 감독에겐 지적을 당했다. 5회 2사 후 김주찬은 안타를 치고나간 뒤 2루를 훔쳤고, 여기서 3루도루를 시도하다 아웃을 당했다. 양 감독은 "1사 상황이었으면 플라이를 통해 한 점 얻겠다는 계산이 나오니까 이해가 간다. 그렇지만 2사에서 3루도루를 시도할 이유가 전혀 없다. 본헤드 플레이에 가깝다"고 꼬집었다.
전날 롯데는 5-2로 승리를 거뒀지만 이례적으로 양 감독은 경기가 끝난 뒤 미팅에서 선수들에게 싫은 소리를 했다. 실책을 범했던 황재균이 가장 큰 지분을 차지했지만 김주찬 역시 양 감독의 쓴 소리를 비켜가지 못했다. "선발 유먼이 그렇게 잘 던졌는데 그런 행동을 해서는 안 된다"는 소리까지 들었다.
올해 김주찬은 23개의 도루를 기록, 팀 내에서 가장 많은 도루를 기록하고 있다. 그렇지만 도루실패도 12개로 가장 많다. 지난 5월 좌측 햄스트링 부상 이후 도루를 시도하는 데 부담을 느끼고 있고, 성공률도 조금 떨어져 있다. 올해 김주찬의 도루성공률은 66%, 지난 2008년 64%(50번 시도 32번 성공)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과감한 주루와 본헤드 주루는 종이 한 장 차이다. 성공하면 공신, 실패하면 역적이 되는 게 도루, 그리고 과감한 주루 플레이다. 한 가지 확실한 건 김주찬의 발이 승리를 가져오는 경우가 훨씬 많았다는 사실이다.
cleanupp@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