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호, "40세 100이닝? ML엔 50세도 있는데!"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2.08.16 16: 29

"모이어는 지금도 던진다".
'코리안특급' 한화 박찬호(39)는 지난 14일 포항 삼성전에서 포항구장 개장 첫 패전투수가 됐지만 의미있는 기록도 함께 세웠다. 바로 100이닝 돌파. 그는 이날 6이닝을 던지며 시즌 100이닝(102이닝)을 돌파했다. 메이저리그 시절이었던 지난 2006년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에서 136⅔이닝을 던진 이후 6년만의 100이닝 돌파로 개인적으로도 의미가 있지만 한국프로야구 전체로 봐도 흔치 않은 기록이다.
1973년생인 박찬호는 우리나이로 40세의 불혹이다. 그런데 100이닝을 넘었다는 건 5명에게 주어지는 붙박이 선발 자리로 꾸준하게 활약했다는 걸 의미한다. 지금껏 한국프로야구에서 그런 투수는 흔치 않았다. 김용수(52) 중앙대 감독이 마지막 시즌이었던 2000년 127이닝을 던진 게 최초였고, 송진우(46) 한화 투수코치가 2005·2006·2008년 3차례 우리나이 40세 이후 100이닝을 넘겼다.

박찬호는 6년 만이자 불혹의 나이에 100이닝 돌파한 것에 대해 "어쩐지 몸이 고달프고, 힘들더라"는 농담을 던진 뒤 "특별히 의미있는 기록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메이저리그에서는 그렉 매덕스와 랜디 존슨 같은 투수들이 마흔이 넘어서도 200이닝 넘게 던졌다. 제이미 모이어는 50세인데 지금도 던지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모이어는 48세였던 2010년 111⅔이닝을 던진 뒤 팔꿈치 수술을 받고 1년의 재활을 거쳐 50세가 된 올해 복귀했다.
그는 "송진우 코치님은 지금도 현역으로 뛰어도 될 만큼 좋은 공을 던지신다. 농담이지만 반반씩 막자고 이야기한다"며 "송진우 코치님 같은 분이야말로 진짜 전설이다. 200승을 하고, 한 팀에서 오래 활약해서만은 아니다. 끝없이 도전하며 리그와 사회에 좋은 본보기가 되어왔다"는 말로 노장 선수의 투혼과 도전이 갖는 메시지를 강조했다. 
그는 "야구는 환경이 중요하다. 선수가 스스로 한계에 이를 때까지 해볼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되어야 한다. 그래야 어린 선수들이 보고 배울 게 생긴다"며 "베테랑의 경험을 존중하고 예우하는 것이 필요하다. 메이저리그에서 나이든 선수들이 잘하는 것도 이런 분위기가 돼 있기 때문"이라고 역설했다. 나이 들었다고 안 된다는 편견과 선입견의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박찬호도 시즌 전에만 하더라도 '불혹의 나이' 때문에 과연 성공할 수 있을지 의문부호가 따라붙었다. 시범경기에서 부진할 때에는 위기감이 고조됐다. 하지만 정작 시즌 개막 후 진짜 실력을 보이며 시즌 전 우려 섞인 전망을 뒤바꿔 놓았다. 불혹의 나이에도 큰 부상없이 철저한 자기관리로 꾸준히 선발 로테이션을 지키고 있다. 그는 "감독님·코치님·구단에서 나를 믿어주고 도와줬다. 후배들도 나를 이해해 주고, 다름을 잘못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진실을 갖고 소통한 결과"라고 말했다.
올해 박찬호의 활약은 내년 시즌 전망도 밝게 한다. 한화 구단 고위관계자는 "당연히 내년에도 박찬호는 선수로 뛰어야 한다"며 그에 대한 신뢰를 드러냈다. 최고령 선수 송진우가 만 43세까지 뛴 한화에서 박찬호는 롱런을 꿈꾸고 있다. 베테랑을 존중하고 예우하는 한화와 박찬호의 끝없는 목표 의식과 도전이라면 우리는 또 하나의 전설적인 최고령 선수를 만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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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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