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베테랑처럼 느껴진다. 떨림의 기운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한화의 3년차 우완 투수 안승민(21)이 마무리로 연착륙했다.
안승민은 지난 15일 포항 삼성전에서 2-1 살얼음 리드를 지키고 있던 9회말 1사 1루에서 구원등판, 대타 진갑용 헛스윙 삼진 처리하는 등 마지막 아웃카운트 2개를 잡으며 팀의 승리를 지켰다. 올 시즌 8번째 세이브. 시즌 중반까지 마무리로 기용됐던 외국인 데니 바티스타와 함께 팀 내 최다 세이브를 기록했다.
안승민은 시즌 첫 4경기 모두 선발패를 당하며 중간으로 전환됐다. 패전처리부터 롱릴리프-셋업맨-마무리를 차례로 거쳤다. 지난 5월27일 목동 넥센전에서 데뷔 첫 세이브 올렸고 후반기부터는 마무리로 고정됐다. 후반기 8경기에서 6세이브를 거두며 평균자책점 1.35로 막아내고 있다. 안승민이 뒷문을 든든히 책임진 이후 한화도 경기 후반 역전패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안승민은 "선발은 재미있고, 마무리는 짜릿하다"며 "처음에는 마무리 보직에 적응이 되지 않았지만 이제는 점점 재미를 느끼고 있다. 선발투수의 승리를 지켜주고, 경기를 마무리하는 게 짜릿하다"고 마무리의 매력을 설명했다. 지난해 풀타임 선발로 활약하며 전형적인 선발 체질로 통했던 그였지만, 이제는 마무리로도 뚜렷한 실적을 내며 가능성을 인정받고 있다.
무엇보다 강심장이고, 노련하다. 15일 삼성전에서 안승민의 강심장이 잘 나타난 경기였다. 1점차에 동점 주자가 나가있는 상황이었지만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 대타로 나온 베테랑 진갑용을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승부의 물줄기를 한화 쪽으로 틀었다. 결정구는 포크볼이었다. 송진우 투수코치는 "배터리의 볼 배합이 좋았다"고 칭찬했고, 포수 정범모는 "승민이가 먼저 포크볼 사인을 냈다"고 증언했다.
안승민은 "진갑용 선배가 직구만 노리고 있는 것 같았다. 원래 포수 리드를 잘 따르지만 이상하게 포크볼로 승부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주로 직구·슬라이더 중심으로 던진 그였기에 예상치 못한 포크볼은 베테랑 진갑용의 허를 찌르기에 충분했다. 안승민은 "28년 전부터 배운 것"이라며 '노안 개그'를 친 뒤 "작년부터 던지기 시작했는데 올해 점점 좋아지고 있다. 이제는 슬라이더와 함께 쓸 정도가 됐다"며 만족스러워했다.
올해 그가 거둔 세이브 8개 중 3개가 동점·역전 주자 있는 상황에서 거둔 터프세이브였다. 모두 1점차로 빡빡한 상황. 그보다 터프세이브가 많은 마무리투수는 삼성 오승환(5개)밖에 없다. 안승민은 "어떤 상황에도 떨리지 않는다. 짜릿함만 느껴진다"고 했다. 실제로 그는 지난 3일 대전 SK전에서 2점차 리드에서 1실점했지만, 이튿날 한대화 감독의 면박에 "2점차라서 1점을 줬습니다"라고 대답할 정도로 누구보다 배포가 두둑하다.
한대화 감독은 "시즌 중간 마무리를 맡았는데도 잘 하고 있다. 나이에 맞지 않게 참 노련하다"고 칭찬했다. 안승민은 "아직 마무리에 대해 이렇다 저렇다 말할 수 없다. 마무리를 한지 얼마 되지도 않았고, 배워야 할 게 많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제는 그가 끝내는 경기가 어색하지 않다. '터프한 마무리' 안승민의 뒷문 걸어잠그기는 이제 한화 경기의 끝 풍경으로 자리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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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