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최고의 외국인 투수 넥센의 브랜든 나이트(37)는 다니엘 리오스(40)의 재림인가?
나이트는 올해 총 22경기·151⅓이닝을 소화하며 11승 3패 평균자책점 2.32로 넥센 마운드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투구 이닝, 평균자책점 부문 선두를 달리고 있고 19번의 퀄리티스타트로 이 부문에서도 1위를 질주 중이다.
나이트의 활약 원인은 완벽한 몸 상태. 지난 시즌이 끝난 후 나이트는 넥센 김시진 감독에게 “완벽한 몸 상태를 만들어 돌아오겠다”며 무릎 수술에 임했고 37세의 나이에도 단단한 무릎을 되찾으며 부활했다.

나이트도 자신의 활약 원인에 대해 “작년에는 오른쪽 무릎 상태가 100%가 아니었다. 하체가 받쳐주지 않아 투구폼이 일정치 못하고 컨트롤도 불안했었다”며 “하지만 이제는 무릎 상태가 좋아졌고 하체가 안정돼 내가 원하는 공을 던질 수 있게 됐다. 직구와 싱커 모두 제구와 볼끝이 만족스러운 수준”이라고 분석한다.
나이트의 최고 무기는 최고구속 140km 후반대에 이르는 싱커다. 나이트는 싱커를 앞세워 많은 내야땅볼을 유도, 적은 투구수로 빨리 아웃카운트를 잡는 경제적 투구를 실천 중이다. 스트라이크 존 아래로 깔려 들어오는 싱커는 타자 입장에서 정타로 연결시키기 쉽지 않다. 반대로 투수 입장에선 내야땅볼 유도에 용이한 만큼 내야진만 뒤를 받쳐준다면, 주자가 있는 위기 상황을 병살타로 극복할 수 있다.

1998시즌부터 외국인 선수 제도가 도입된 이후 최고 성적을 올린 외국인 투수는 KIA와 두산에서 에이스로 활약했던 다니엘 리오스다. 2002시즌부터 한국무대에서 활약한 리오스는 6년 동안 KIA와 두산을 거치며 통산 90승 59패 평균자책점 3.01을 기록했다. 특히 2007시즌에는 22승 5패 평균자책점 2.07로 8년 만에 20승 투수가 된 것과 동시에 MVP에 등극, 한국무대를 평정했다.
리오스 역시 자신의 주무기로 싱커를 사용해왔다. 나이트와 마찬가지로 우타자의 몸쪽을 날카롭게 파고드는 싱커로 수많은 내야 땅볼을 유도, 적은 투수구로 빠르게 아웃카운트를 잡으면서 2004시즌부터 4년 연속 200이닝 이상을 소화했다. 상대 타자의 헛스윙을 유도하는 정상급 결정구는 없었지만 싱커를 활용해 상대의 몸쪽을 집중공략했다.
한국무대에서 한 차례 위기를 맛본 후 더 높이 도약한 것도 공통점이다. 메이저리그와 미국대표팀 선수로 올림픽에서 뛴 나이트는 2009시즌 대체 외국인 선수로 삼성 유니폼을 입은 뒤 2010시즌 도중에는 무릎부상으로 퇴출됐다. 다행히 나이트는 지난 시즌 넥센과 계약하면서 가까스로 한국무대 복귀에 성공, 커리어 최고의 시즌을 만들어가고 있다.
리오스 역시 KIA에서 두산으로 이적하는 과정에서 위기에 처했었다. 2005시즌 리오스는 전반기에 6승 10패 평균자책점 5.23으로 퇴출 위기에 놓였다. 하지만 당시 선발투수가 필요했던 두산이 KIA에 트레이드를 요청했고 두산 유니폼을 입고 나서는 9승 2패 평균자책점 1.37로 부활했다. 이후 리오스는 2007시즌까지 두산의 부동의 에이스로 자리, KIA 시절 이상의 맹활약을 펼쳤다.
차이점도 있다. 리오스는 2007시즌 MVP 등극 후 일본야구에 도전, 2008시즌 야쿠르트 스왈로스와 계약한 시즌 중 금지약물인 스테로이드 복용이 적발되면서 퇴출됐다. 리오스가 한국에서도 스테로이드를 복용했는지는 알 수 없으나 이는 자신의 커리어에 지울 수 없는 오점이 됐고 결국 다시는 그라운드를 밟지 못했다.
그러나 나이트는 약물 문제에서 자유롭다. 2008 베이징 올림픽에서 미국대표로 활약, 가장 도핑규정이 심한 IOC의 테스트를 통과했다. 리오스 사태 이후로 KBO 역시 불법 약물에 대한 규정과 검사를 강화했기 때문에 나이트가 리오스의 절차를 밟을 확률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또한 나이트는 리오스와는 달리 커리어의 마지막을 넥센에서 장식하려고 한다. 올 시즌 리그 최고투수로 도약한 나이트가 넥센 젊은 야수진의 성장과 함께 차후 20승 고지를 밟는 것도 불가능한 일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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