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동메달의 주역, 홍명보호의 '캡틴' 구자철(23, 아우크스부르크)이 새 시즌을 맞이하기 위해 독일 땅으로 떠났다.
'영원한 숙적' 일본과 2012 런던올림픽 남자 축구 3-4위전서 후반 쐐기골을 넣는 등 주장으로서 헌신적인 플레이를 펼치며 한국 올림픽 축구 사상 처음으로 동메달을 안긴 구자철이 16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독일행 비행기에 올랐다.
공항을 가득 메운 팬들의 열띤 환호와 열기만으로도 구자철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다. 새 시즌을 앞두고 있는 구자철의 얼굴에는 시종일관 여유로움과 자신감이 묻어났다.

기자들과 만난 구자철은 "(동메달이)아직도 실감이 안 난다. 정말 행복하다"고 말문을 열며 "모든 것을 쏟아 부어 올림픽만을 바라보고 달려왔다. 동료 선수들에게 고맙다"고 감사의 말을 전했다.
이어 "런던올림픽서 좋은 성과를 거둔 덕분에 새 시즌을 편안하게 맞이할 수 있을 것 같다. 올림픽을 통해 한국 축구가 강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알았고, 나 역시도 세계 무대에서 좋은 활약을 펼칠 수 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더 큰 자신감을 갖고 시즌에 임하겠다"며 "기대 이상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자신감이 있기 때문에 많은 응원을 부탁드린다"고 각오를 전했다.
구자철은 "곧 시즌이 시작되는데 서두르고 싶지 않다. 경기장 안에서 노력이나 열정을 쏟아부을 자신이 있다"며 "구단이 원하는 두 자릿수의 공격 포인트를 올리려면 경쟁력을 갖춰야 하기 때문에 서두르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동메달을 따내는 과정에 있어서 소속 팀 아우크스부르크의 지원도 컸다. 올림픽 참가를 적극적으로 도왔고, 올림픽이 끝난 후 한국에서 있었던 환영 행사의 참석도 허락했다.
구자철은 "굉장히 피곤한 상태다. 구단은 영국에서 독일로 바로 넘어오길 원했지만 한국에서 동료들과 기쁨을 함께 하고 싶었기 때문에 한국에 왔다"며 "구단에 대한 고마움을 운동장에서 표현하고 싶다"고 말했다.
덧붙여 "2009 U-20 월드컵, 2010 광저우아시안게임, 2011 아시안컵 등 여러 국제대회를 치른 뒤 리그에 적응할 때 피로도나 부작용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몇 번 경험을 해봤기 때문에 시즌을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확실히 알고 있다"고 자신감을 보이며 "지난 시즌 아우크스부르크로 임대돼 동메달을 따내는 과정까지 심적으로 매우 안정된 상태다. 계약 기간이 1년 남았지만 아우크스부르크를 위해 좋은 성적을 거두고 싶다"고 설명했다.
더 큰 무대로 이적도 꿈도 꾸고 있다. "지금은 독일 분데스리가서 뛰고 있지만 2년이라는 시간을 두고 더 큰 무대를 바라보고 있다"는 구자철은 "다른 리그 혹은 빅클럽으로 이적을 꿈꾸고 있다"고 한국의 에이스다운 다부진 포부를 밝혔다.
구자철은 오는 25일 차두리가 소속된 뒤셀도르프와 개막전을 치른다. 구자철은 "전화통화를 했는데 (차)두리 형이 '몸을 잘 만들어야 우리를 이길 수 있다'고 말했다"며 "우리가 승리함과 동시에 두리 형에게 슬픔을 안겨 줘야 할 것 같다"고 농을 던졌다.
한편 이날 공항에는 부상으로 올림픽에 참가하지 못한 홍정호(제주)가 함께 했다. 구자철과 함께 아우크스부르크로 건너가 재활 치료를 받기 위해서다. 구자철은 "정호가 올림픽에 나가지 못해 심리적으로 많이 힘들어 한다"며 "독일에서 재활 후 한국 축구에 큰 힘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고 홍정호에게 힘을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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