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채아 "'각시탈' 채홍주 위해 숨겨진 1mm까지 신경썼어요" [인터뷰]
OSEN 조신영 기자
발행 2012.08.16 15: 17

상냥한 미소와 다정한 말투, 소탈한 성격을 가진 보통의 여성이었지만, 영락없는 배우의 눈빛을 지녔다. 나이를 가늠할 수 없는 외모에 묘한 여인의 향기를 풍겨낸 배우 한채아(30)는 뒤늦게 연기의 맛을 알고 그렇게 찬찬히 자신의 이름을 대중에게 각인시킨 똑똑한 연기자였다.
시청률 20%에 육박하며 인기리에 방송되고 있는 KBS 2TV 수목극 ‘각시탈’(극본 유현미, 연출 유성식/ 차영훈)에서 일제 강점기라는 시대적 아픔 속에서 한 인간, 그리고 여인으로서 아픔을 머금은 채홍주 역으로 열연을 펼치고 있는 한채아를 최근 잠원동에서 마주했다.
종영까지 얼마 남지 않은 ‘각시탈’로 주목을 받은 한채아에게 ‘종영하면 어떨 것 같냐’고 물었더니 “마지막 대본이 나오면 모를까 아직 촬영 막바지에 온 것이 실감이 안 난다”고 답하며 회상에 빠졌다. 그리고 ‘각시탈’을 통해 자신이 연기자로서 얻은 것과 앞으로의 큰 포부까지 전했다.

◆ 목단 보다 ‘홍주’인 이유
극 중에서 한채아가 맡은 채홍주는 독립자금을 후원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조선독립군에게 부모를 잃고 집안이 몰락, 아홉 살의 나이에 스스로 기생이 됐다가 키쇼카이 회장 우에노 히데키(전국환)의 양녀 우에노 리에가 되어 일본에서 스파이 교육을 받은 인물이다. 이에 다른 연기자들보다 더 많은 변신을 해야 했던 그다.
“시놉시스를 보고 목단(진세연 분) 역보다 홍주에게 더 매력을 느꼈어요. 언제 이렇게 다양한 변신을 해볼 수 있을까 싶었죠. 감독님이 저를 선택해 주신 것에 너무 감사했고, 그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드리기 위해 정말 잘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한채아는 이어 “물론 저도 열심히 하고 있지만 ‘각시탈’ 인기 덕분인지 중고등학생부터 아저씨, 할아버지 두루두루 알아봐 주신다”면서 “작품 하면서 주변을 신경 안 썼는데 이렇게 표독스럽게 연기하면 이강토(주원 분)를 좋아하는 팬들과 목단 팬들이 저를 미워하지 않을까 신경 쓰였다”면서 웃었다.
그리고 그는 채홍주라는 역할을 맡으면서 100% 달라진 자신의 연기 자세에 관해서도 얘기를 풀어냈다.
“처음 촬영할 때가 생각나요. 채홍주라는 역할이 역할인 만큼 감정 표현을 몸짓, 눈빛으로 해야 하는데 걸음걸이부터가 어색한 거에요. 평소에 편한 옷들을 즐겨 입는데 정장부터 기모노, 그리고 화려한 드레스에 클러치백을 들고 킬힐까지 신어서 그랬던 거죠. ‘아차’ 싶었어요.(웃음)”
한채아는 “그 뒤론 정말 거짓말 안하고 지금까지 킬힐만 고수하고 홍주스럽게 살고있다”면서 “목 디스크 걸릴 정도로 자세를 잡고, 굳이 나오지 않는데 완벽한 복장을 갖춰서 촬영에 들어간다. 정말 홍주에 빙의돼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 ‘각시탈’ 덕분에 얻은 ‘몸매’ 연관검색어 가장 맘에 들어..
한채아에게 연기하면서 가장 몰입했던 장면을 꼽아달라고 했더니 “이강토가 각시탈인 것을 확인하는 장면과 사랑하는 마음을 숨기지 못하고 그를 풀어주는 장면”이라고 답하며 극 중 대사를 즉석에서 읊었다.
“홍주가 이강토에게 ‘왜 그런 길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냐. 비밀은 무덤까지 가져가겠다’고 말하는 장면에서 마음이 너무 아팠어요. 홍주는 강토에게 조선인으로서의 동병상련의 감정과 사랑하는 마음까지 가지고 있는 거잖아요. 키쇼카이에 의해 죽임을 당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그런 선택을 한 홍주의 마음이 와 닿았어요. 마무리가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론 아련한 홍주로 남고 싶네요.”
주원 진세연 박기웅 등 동료 연기자들과의 호흡에 대해 묻자 한채아는 “저는 실내에서 찍는 장면이 대부분이라 햇빛을 별로 안 받아서 뽀얀데 주원 박기웅 씨가 많이 탔더라. 저랑 진세연 씨랑 편하게 연기하고 있다”고 걱정하면서 “서로 감정을 잡는 부분에서 도움을 줄 만큼 최강 호흡을 자랑한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또한 ‘각시탈’을 통해 얻은 연관 검색어가 ‘몸매’ ‘발차기’ 등이라고 하자 한채아는 웃으며 “‘몸매’라는 검색어가 생겨서 너무 재밌다. 제일 마음에 든다”고 유쾌하게 말했다.
◆ 연기 그만둘까 생각도 했지만 ‘끝’ 보고 싶다
한채아는 ‘첫 데뷔가 지난 2006년인데 이름을 알린 것은 2012년 ‘각시탈’을 통해서니, 그간 맘 고생도 적잖아 보였을 것 같다‘고 직접적으로 물어도 “그 인고의 시간이 오히려 좋은 선생이 됐다”고 말하는 생각 깊은 배우였다.
그는 “사실 ‘각시탈’ 전까지 이렇게까지 완벽하게 준비하지 않았다. 숨겨진 1mm라도 완벽해야 하는 것이 홍주라는 여인을 연기하기 때문인 것 같다”고 조심스레 말하며 연기자로서 ‘생각’의 전환점을 가지게 된 계기를 들려줬다.
“(연기자로서의) 생각이 완성 되지 않은 상태에서 연기를 해야 했고, 복잡했어요. ‘연기를 그만둬야 되나’ 생각도 했고요. 저는 연기를 하면서 제가 무언가를 선택을 해본 적이 없었어요. 그런데 1년 전 지금의 소속사를 만나면서 처음으로 ‘선택’이란 것을 해봤고, 생각의 터닝 포인트를 맞게 됐어요. 안 좋은 습관, 잘못된 생각과 굿바이 하고 연기자로 본격적인 시작을 한 셈이죠.”
이런 속사정을 얘기한 한채아에게 ‘앞으로의 꿈은 뭐냐’고 질문을 던졌더니 그는 “연기를 하지 못하는 나이까지 연기를 하고 싶다”고 당차게 말하면서 “노안이라서 대본을 볼 줄 모른다거나 늙어서 몸이 아파서 연기를 하지 못할 때까지 연기를 하고 싶다”고 바람을 드러냈다.
한채아에게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없냐고 묻자 “저 남자친구 없다”면서 “연애하고 싶어요. 저에게 관심 있는 분들은 소속사를 통해서 꼭 전화주세요”라고 웃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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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용호 기자 spjj@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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