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서 '멀티캐스팅(Multicasting)이 대세다. 상반기 700만 클럽에 가입한 외화 '어벤져스', 천만 고지를 넘은 최동훈 감독의 '도둑들'의 성공에 이어 하반기에도 멀티 캐스팅 영화가 쏟아진다. 한국영화만 살펴보면 현재 상영중인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나는 왕이로소이다', '알투비:리턴투베이스'도 집단 주연을 내세운 멀티 캐스팅 영화이며 앞으로 '공모자들', 점쟁이들' 등 제목에서부터 아예 단체 주인공을 내세운 작품들이 연이어 등장한다.
원-투톱이 아닌 다수의 주인공을 내세운 영화는 배우들 각자의 부담감이나 흥행에 대한 사전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드라마적으로는 집중력이 흐려지며 이야기가 단순화될 위험이 있다. 하지만 상반기 예상 이상으로 크게 불어닥친 한국영화의 열풍에 힘입어 멀티캐스팅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분위기가 크다.
'도둑들' 이전 역대 5번째로 1000만 한국영화 쾌거를 달성한 '해운대'는 드라마가 약하다는 지적에도 불구, 수준 높은 CG와 함께 한국 최초 해양 재난 블록버스터란 점으로 폭발적인 흥행 대기록을 세웠다. 진부한 드라마 속에서도 한국인의 감성을 건드린 유머 코드와 감동 코드를 영화의 한 성공 요인으로 잡아내기도 했다.

15일 개봉한 '알투비:리턴투베이스' 역시 시사회 후부터 비주얼에 비해 드라마가 너무 약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지만, 한편에서는 손익분기점은 무난히 넘길 것 같다는 의견도 많다. 비, 신세경, 유준상, 이하나, 김성수, 오달수 등 멀티 캐스팅으로 인한 볼거리와 화려한 비주얼만으로도 이제는 '보는 재미'가 충분할 수 있다는 것.
'알투비' 관계자는 "드라마가 약하다는 지적이 맞는 부분이 있는 건 사실이지만, 다른 차원에서 이런 영화 역시 분명 의미가 있고 잘 되야 한다고 생각한다. 첫 항공 블록버스터인만큼 처음 시도한 비주얼적인 측면이 긍정적인 평가를 받아야 할 면이 분명 있고, 앞으로 등장할 다양한 빅사이즈 영화들의 제작을 위해서도 필요하다고 본다"라고 전했다.

한 영화 배급 관계자는 "멀티 캐스팅이 드라마 한계를 커버하는 부분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사실 '도둑들' 역시 드라마적 부분에는 의견이 엇갈렸다. 물론 '도둑들'의 톱A급 멀티 캐스팅은 특별한 경우이긴 했지만,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나 '알투비:리턴투베이스' 역시 배우들의 인기와 연기력이 드라마의 단점을 상쇄하는 부분이 있다"라고 말했다.
관객들이 달라졌다고 보는 관계자들도 있다. 한 영화 제작 관계자는 "도둑들'의 성공은 관객들이 달라졌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다른 천만영화와 달리 신파적 요소나 사회적 이슈가 없는, 100% 재미를 추구한 장르물임에도 전 세대를 아우른 것이다"라며 "영화에 어떤 매력적인 부분이 있다면, 그리고 그것이 멀티캐스팅 대작이라면 드라마적 요소가 다소 약하더라도 성공할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본다"라고 설명했다.
멀티 캐스팅 영화에서 드라마 대신 주목하는 부분은 '캐릭터'다. 블록버스터 장르물이라면 더욱, 새로울 게 없는 이야기라 하더라고 얼만큼 배우들을 100% 활용할 수 있는 캐릭터를 만드느냐가 관건이라는 것. 한 배급관계자는 "'도둑들'은 사실 드라마, 배우들 보다 캐릭터의 승리다. 다양한 캐릭터들이 얼만큼 드라마의 적재적소에 배치돼 관객들을 사로잡느냐가 큰 힘이 될 수 있다"라고 전했다. '연가시'의 경우처럼 '소재'의 힘이 드라마를 넘은 경우도 있다.
하반기에는 김명민-염정아-유해진-변희봉-정겨운 주연 '간첩', 이정재-황정민-최민식 주연 '신세계', 이제훈-김수로-곽도원-강예원 주연 '점쟁이들', 설경구-김상경-손예진 주연 '타워', 장혁-수애-차인표-유해진-이희준 주연 '감기' 등이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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