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과 감동을 자유로이 오가는 코미디 영화의 대명사 장규성 감독이 코미디 사극 ‘나는 왕이로소이다’(이하 나는왕)로 돌아왔다. 지난 2007년 ‘이장과 군수’ 이후 무려 5년만의 컴백이다. 복귀가 왜 이렇게 늦어졌냐고 물으니 장 감독은 “그냥 조금 시간이 걸렸을 뿐”이라며 “은퇴한 게 아니었기 때문에 복귀라는 말도 쑥스럽다”며 웃어 보였다.
그는 3년 동안 공들인 영화가 제작이 무산되는 아픔을 겪은 후 작년부터 본격적으로 ‘나는왕’ 시나리오 작업에 착수했다. 그는 “5년 동안 절대 놀지 않았다”며 “영화는 2년에 한 편 씩은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하고 싶은 이야기도 많다”라며 창작 의지를 불태웠다.
-‘나는왕’을 만들게 된 계기는?

▲ ‘나는왕’ 초고를 보고 끌렸다. 처음에는 ‘왕자와 거지 콘셉트? 너무 뻔한 이야기 아니야?’라고 생각했는데 코미디로 승부를 건다면 괜찮을 것 같았다. 기존 사극에서는 볼 수 없었던 캐릭터들과 상황들을 만들어서 이 뻔한 이야기로 감동까지 줄 수 있다면 좋겠다 싶었다. 우리 영화가 진중한 영화는 아니지만 ‘세종대왕 같은 지도자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자’ 식의 주제를 살짝 건드리기도 한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직설적이어서 오그라든다는 반응도 있고 그래서 좋다는 반응도 있다. 근데 다이렉트로 말하는 게 내 방식이라 어쩔 수 없다. 돌려서 얘기하는 걸 싫어한다.
-‘선생 김봉두’ 247만, ‘여선생VS여제자’ 117만, ‘이장과 군수’ 127만 등 연출작들 중 소위 망한 작품이 없다. 비결이 뭔가?
▲ 망하진 않았는데 그나마 좀 (흥행이) 된 작품 ‘선생 김봉두’다. 안타깝다. 나도 하나쯤 돼야 하는데.(웃음)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대로 영화를 찍고 있는데 관객 분들은 내 촌스러움을 좋아하는 것 같다. 내 작품은 촌스럽지만 사람 냄새가 난다고 본다. 내가 영화를 멋있고 고급스럽게 만들진 못하지만 편하게 다가갈 수 있는 적정선에서의 흐름들이 분명 있다.
-코미디 영화 연출에는 어느 정도 경지에 오른 것 같다
▲ 개인적으로는 ‘재밌는 영화’를 빼놓고는 코미디를 했다고 생각 안한다. 그런 시선들이 좀 부담스럽다. 개그맨들에게 ‘너 한번 웃겨봐’ 이러는 거랑 비슷하다. 나는 똑같은 이야기를 재밌게 하는 평범한 사람일 뿐이다. 앞으로 멜로영화도 하고 싶고 액션영화도 하고 싶다. 스릴러, 공포는 워낙 안 봐서.

-코미디 연기 경험이 없는 주지훈을 캐스팅한 이유는?
▲ 코미디를 잘 할 수 있는 배우가 20대 중엔 없다. 잘하는 배우들은 이미 40대가 됐다. 주지훈은 ‘궁’, ‘엔티크’, ‘마왕’, ‘키친’을 통해서 코미디랑은 전혀 상관없는 이미지를 쌓아왔고 그래서 코미디를 하면 더 효과적일 수 있겠다라는 생각을 했다.
-첫 집단 주인공(멀티캐스팅) 영화다
▲ 충녕대군이 변화할 수밖에 없는 이유에는 많은 사람들의 영향이 있었을 거라고 생각했다. 개인적으로는 많은 사람들이 나오는 거 보다 한 사람의 감정 따라가는 걸 좋아한다. ‘선생 김봉두’ 때는 김봉두의 감정을 따라갔고, ‘여선생VS여제자’ 때는 꼬마와 선생님의 감정선 따라갔다. ‘이장과 군수’도 마찬가지다. 그런 점에서 이번 작품은 드라마 적인 부분에서 약간 떨어질 수 있다. 최동훈 감독처럼 여러 인물들을 다뤄봤다면 좋았을텐데 난 그러질 못했으니 캐릭터에 비중을 더 많이 뒀다. 충녕과 덕칠의 비율을 50:50으로 놓고 가다보니 드라마 분배가 힘들었다. 100이 아닌 50안에서 충녕의 변화를 표현하다보니 인물이 좀 급격하게 변했다. 그런 취약점들을 다양한 캐릭터들로 채우려 했다.
-변희봉, 백윤식, 박영규, 김수로, 임원희 등 내로라 하는 코미디 배우들을 불러 모은 비결은?
▲ 인맥이 총동원됐다.(웃음) 변희봉 선배님은 제 영화에 계속 나오셨는데, 감사하게도 ‘장 감독 영화는 내가 뭐든지 한다’며 이번 작품에도 선뜻 출연해주셨다. 백윤식 선생님은 회사 대표님의 친분으로 공략했다.(웃음) 박영규 선생님은 태종 캐릭터를 구상하면서부터 염두해 둔 캐스팅이었다. 시나리오가 나오자마자 드렸는데 바로 오케이 전화가 왔다. ‘재밌는 영화’를 함께한 김수로와 임원희도 5년만의 복귀작인데 좀 도와달라고 아쉬운 소리를 하니 기꺼이 와줬다. 굉장히 고맙다. 그분들의 힘이 컸다.
-백윤식의 실제 아들인 백도빈도 출연하는데?
▲ 영화에 양녕대군이 잠깐 나오는데 어느 정도 인지도가 있는 배우가 연기해줬으면 했다. 그래서 백윤식 선생님께 아부를 떨면서 부탁드렸다. “이 역할이 사실은 아드님이 하시기엔 좀 그렇긴 한데 부자가 한 영화에 나오는 것도 재밌지 않겠습니까. 좀 도와주십시오. 민폐 끼치지 않겠습니다”라고 해서 애원해서 성사됐다.(웃음)
-흥행은 어느 정도 예상하나?
▲이런 거 잘 못 맞춘다.(웃음) 원금 회수해서 투자자들에게 손해만 안 끼쳤으면 좋겠다. 개인적으로 1000만, 800만은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 정도 흥행하려면 운이 따라줘야 한다. 우리나라에서 영화의 힘만으로는 500만이 한계다. 그 이상을 하려면 물리적 환경들이 더해져야 한다. ‘천만 영화’들은 하늘이 내려주는 거다. 복권 당첨되는 거지.(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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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송이 기자 ouxou@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