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시진 넥센 히어로즈 감독이 아마추어 야구계 포수 기근 현상에 아쉬움을 토로했다.
김 감독은 16일 목동 두산전을 앞두고 오는 20일 열릴 신인 드래프트에 대해 이야기했다. 지난 시즌 최하위 넥센은 9구단 NC의 우선지명 2명 이후 1순위 지명권을 행사한다. 이번 드래프트는 야수 쪽보다 투수 쪽에 유망주들이 몰려있다는 평이다.
"기왕이면 투수 유망주가 팀 내 많은 쪽이 좋기는 하다. 다만 고교 출신 선수들은 2~3년 정도 키운다는 각오를 하고 지명하는 반면 대졸 투수들은 릴리프로라도 즉시 전력감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병역 의무 2년도 감안하면 대졸 선수가 2~3년 간 2군에만 있는 것은 결코 팀에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에이스가 4번 타자도 맡고 다른 포지션에서 뛰다가 위기 상황에서 다시 마운드에 오르는 예전과 달리 지금은 투수들이 타격을 병행하지 않고 투구에만 전념하는 경우가 많다. 투수의 과부하를 막는다는 측면도 있으나 그만큼 다재다능한 투수 유망주도 적어지는 현상이 나오고 있다. 한 야구인은 "요즘 들어서는 공만 잘 던지고 수비 능력이 떨어지는 투수들이 많더라"라며 아쉬움을 비췄다. 좋게 보면 전문성 추구이자 혹사 방지책이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그만큼 야구 센스를 두루 갖춘 투수 유망주는 점차 줄어든다는 이야기다.
"야구 센스와 관련이 있겠지. 가끔 목동구장에서 고교야구가 열리는 만큼 경기 준비 전 구장에서 보면 요즘은 투수가 교체되면 그대로 덕아웃에서 휴식을 취하더라. 예전에는 대학 때나 되어서야 지명타자 제도가 생겼는데 지금은 고교야구에서도 지명타자 제를 시행하니".
김 감독이 문제시 삼은 것은 포수 기근 현상이다. 미-일도 마찬가지지만 국내 아마추어 야구계에서도 좋은 포수 유망주가 수적으로 적은 현상은 한국 야구 전체로 봤을 때 골칫거리다. 김 감독은 이 점을 굉장히 우려했다.
"다들 투수를 하려고 하지 부상 위험이 크고 어려운 포수 포지션을 기피하는 현상이 만연해있다. 미국과 일본도 좋은 포수 유망주가 많지 않아 어렵다고 하는 데 우리도 포수 유망주 부족 현상이 심각하다. 가치 평가도 높게 받을 수 있고 선수 생명도 길게 갈 수 있는 데다 은퇴 후에도 노후 대책이 가장 좋은 포지션인데".
각 구단 주전 포수로 따졌을 때 LG 김태군이 1989년생 우리 나이 스물 넷으로 가장 젊다. 1990년대 출생자로 범위를 낮추면 확실한 두각을 나타내는 포수 유망주도 찾기 힘들다. 이 상황에서 유망주들은 더더욱 포수 마스크 쓰기를 꺼려한다. 포수 유망주 기근 현상에 대한 김 감독의 우려섞인 이야기는 한국 야구의 미래를 생각해봤을 때 시사하는 바가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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