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승' 밴 헤켄, 두산 유혹한 명품 호투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2.08.16 21: 04

포심 패스트볼과 체인지업이 홈플레이트에 도달할 때까지 거의 똑같이 날아든다. 직구다 싶으면 체인지업이 되어 뚝 떨어지고 체인지업인가 싶으면 그대로 스트라이크존을 가르는 직구가 된다. 옆구리 근육통에서 벗어나 1군 엔트리에 복귀한 넥센 히어로즈 외국인 좌완 앤디 밴 헤켄(33)이 두산 베어스 타선을 유혹하며 시즌 최고의 호투를 선보였다.
밴 헤켄은 16일 목동 두산전에 선발로 나서 7⅔이닝 동안 사사구 없이 3피안타(탈삼진 6개) 무실점을 기록하며 시즌 9승(4패, 16일 현재)째를 기록했다. 먼저 10승 고지를 돌파한 브랜든 나이트(11승)에 이어 10승 고지에 한 발 앞으로 다가선 헤켄은 다음 경기마저 승리한다면 2008년 히어로즈 창단 후 사상 최초로 외국인 투수 두 명이 모두 10승 이상을 거두는 기록을 세우게 된다.
시즌 전만 해도 밴 헤켄은 그리 믿음을 준 투수가 아니었다. 체인지업의 움직임은 좋았으나 직구 구속이 빨라야 130km대 초반으로 확실히 올라오지 않아 마치 지난해 SK에서 중도하차한 짐 매그레인의 왼손 버전을 보는 듯 했다. 타 구단 전력분석원들은 밴 헤켄에 대해 "체인지업은 좋은데 직구가 느려서 중도퇴출되지 않을까 싶다"라며 냉정한 평가를 내렸다.

그러나 시즌 개막 후 밴 헤켄은 전력분석원 및 야구 관계자들의 먹구름 가득한 예상을 비웃듯 쾌투를 펼치기 시작했다. 130km만 넘어도 다행인 듯 싶었던 밴 헤켄의 직구는 어느덧 130km대 후반에서 144km까지 계측되기 시작했다. 지난 4일 옆구리 근육통으로 1군 엔트리 말소되었던 밴 헤켄은 16일 경기서 최고 144km에 평균 130km대 후반의 직구를 던졌다.
더욱 대단했던 것은 또 하나의 결정구인 체인지업. 이날 총 85개의 공 중 직구 32개를 던진 밴 헤켄은 체인지업도 30개나 던졌다. 주 구종 두 개가 1-1에 가까운 비율을 보여줬는데 체인지업은 평균 130km 가량이 나왔다. 직구와 체인지업의 속도 편차가 10km 내외였던 데다 홈플레이트로 날아들 때까지 무브먼트가 거의 비슷했으니 두산 타자들이 현혹될 만 했다.
시즌 전만 해도 브라이언 배스(전 한화)와 함께 가장 유력한 중도퇴출 후보로 꼽히던 밴 헤켄. 그러나 직구가 빨라지자 체인지업의 위력도 확실하게 높아지며 넥센의 자랑거리가 되었다. 불과 6개월 전 '미운 오리' 처지였던 밴 헤켄은 에이스가 된 나이트 부럽지 않은 화려한 '백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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