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생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1997년과 2012년 각각의 청소년 문화를 그리는 두 편의 드라마가 주목받고 있다. 케이블 채널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97’(이하 응답하라, 극본 이우정, 연출 신원호)과 SBS 수목극 ‘아름다운 그대에게’(이하 아그대, 극본 이영철, 연출 전기상)가 그 주인공.
‘응답하라’는 부산을 배경으로 고등학교 3학년인 시원(정은지)과 윤제(서인국)를 통해 1997년 당시의 시대상과 청소년 문화를 그린다. ‘토니 부인’을 자처하며 그룹 H.O.T 멤버 토니를 맹목적으로 좋아하는 시원의 모습에서 당시의 팬클럽 문화를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아그대’는 높이뛰기 선수 태준(민호)과 여학생 재희(설리)의 좌충우돌 성장담을 담는 드라마. 체고를 배경으로 하는 드라마답게 매회 마라톤, 축구 등의 운동경기 모습이 등장, 청소년기의 푸르름을 극대화시키며 청춘을 예찬하는 극의 기획의도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중이다.
이처럼 학창시절 문화를 다루는 두 드라마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소재는 다름 아닌 ‘팬덤’(Fandom)이다. 특정 스타를 선호하는 팬들의 움직임과 의식 등을 지칭하는 팬덤은 청소년 문화의 특징을 엿볼 수 있는 소재이자 ‘응답하라’와 ‘아그대’를 움직이는 동력이다.
‘응답하라’의 경우 시원의 ‘토니사랑’ 에피소드는 시원이라는 캐릭터 그 자체를 설명하는 심벌과도 같다. 부산에 사는 시원은 서울로 상경해 토니의 집 앞에서 노숙을 하고, 공연장을 찾아 열광적으로 “오빠”를 외치며 격렬한 안무 동작을 따라한다. 토니의 모습이 담긴 브로마이드를 찢는 아버지와 대립하며 가출하는 모습은 청소년기의 맹목적인 몰입과 방황 등을 설명함과 동시에 극중 시원을 짝사랑하는 윤제의 순정의 순도를 높인다.
팬덤이 장래희망으로 연결되는 케이스도 등장했다. 그룹 멤버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꾸미는 팬픽 작가 활동을 통해 시원은 미처 모르고 있었던 자신의 문학적 재능을 깨우고 대학진학은 물론 이를 방송작가라는 장래 직업으로까지 연결시킨다.
‘아그대’에 등장하는 팬덤은 더욱 극단적이다. 주인공 재희는 높이뛰기 금메달리스트 태준에게 한 눈에 반해 미국 LA에서 한국행을 택한 독특한 케이스. 여학생인 재희는 금녀의 구역인 남자체고에 위장전학 하며 태준의 곁을 맴돈다. 다소 만화적인 설정이지만 스타 운동선수에 대한 팬덤을 설명하는 한 예다.
다소 막무가내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재희의 이 같은 선택에는 태준에 대한 부채의식이 작용하고 있음을 내비친 점은 주목할만하다. 재희는 부상에서 회복한 태준이 높이뛰기에 다시 나서지 못하는 모습에 “태준이와 가까워지기 위해 나도 육상을 시작했다. 나는 빚이 있다”며 절박함을 드러낸다. 스타에 대한 막연한 사랑이 자신에게 긍정적인 요소로 돌아왔음을 시사하는 대목인 것. 이는 ‘응답하라’에서 시원이 팬픽을 통해 장래희망을 결정할 수 있었던 것과 마찬가지 경우다.
재회 외에도 ‘아그대’에는 태준을 향한 열광적인 소녀 팬 무리가 등장하며 학교 앞에서 진치기, 파파라치 사진촬영하기 등과 같은 팬덤 문화가 포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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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tvN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