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범수 “인성 갖춘 김재중, 좋은 배우 될 것” [인터뷰]
OSEN 표재민 기자
발행 2012.08.17 07: 16

드라마 한 편을 끝내고 모처럼 휴식을 취하고 있는 배우 이범수(42)를 만났다. 그는 촬영이 끝나고 어떻게 시간을 보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생각보다 오랜시간 뜸을 들였다.
골똘히 생각한 후 운을 뗀 그가 들려준 말은 우리 주변에 어디가든 있을 법한 아빠의 모습이었다. 집에서 17개월 된 딸 소을 양과 놀아주고 장을 보는 등 소소한 즐거움을 만끽했다는 것.
강남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는 강약조절이 확실한 그의 연기마냥 어떤 질문에는 말이 끝나기도 전에 답이 나왔고 어떤 것에는 답을 내놓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전자는 주로 연기에 대한 견해나 한국 드라마 제작의 문제점을 지적할 때였고 후자는 자신이 아닌 다른 배우를 언급할 때였다.

물론 그는 인터뷰 중 함께 출연한 배우에 대해 아낌없이 박수를 보내기만 했지만 그마저도 행여나 폐가 될까봐 신중을 기했다. 그만큼 이범수는 상대에 대한 배려심이 깊은 남자였다.
성실한 송승헌·김재중, 믿음직스럽다
이범수는 지난 12일 종영한 MBC 주말드라마 ‘닥터진’에서 시대의 풍운아 이하응 역을 맡아 현대에서 조선으로 건너간 의사 진혁 역의 송승헌, 상처가 깊은 서자 출신 종사관 김경탁 역의 김재중과 연기호흡을 맞췄다.
송승헌은 그동안 연기력 논란이 있었던 배우이고 김재중은 그룹 JYJ 출신으로서 아이돌이라는 대중의 선입견에 시달렸다. 두 사람을 가까이에서 지켜본 이범수는 입이 마르도록 칭찬을 했다.
“승헌이나 재중이는 성실하기 때문에 함께 연기를 하는 동료로서 믿음이 있어요. 그 믿음이 연기호흡으로 이어지죠. 연기호흡이 맞지 않으면 드라마가 산으로 가거든요. 배우들이 서로 맞춰주는 게 필요한데 승헌이와 재중이는 그런 점에서 잘 맞았어요.”
‘닥터진’은 살인적인 더위 속에 연일 촬영이 진행됐다. 이범수는 땡볕에서도 불평불만 없이 묵묵하게 연기를 하던 송승헌과 김재중을 떠올렸다. 물론 자신도 그러했지만 그는 언제나처럼 동료들을 치켜세웠다.
“정말 두 사람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고 칭찬을 시작한 이범수는 “사실 배우들 중에는 다소 껄렁껄렁하게 행동하는 친구도 있는데 두 사람은 그런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또 그는 김재중이 아이돌 출신 연기자라는 이유로 평가절하 되는 측면에 대해서도 안타까워했다.
“재중이는 인성을 갖춘 친구입니다. 좋은 배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죠. 아이돌 출신이면 어떤가요? 출신이 뭐가 중요하겠어요. 농사를 짓다가 연기를 하든 대학교를 다니다가 연기를 하든, 전에 무슨 일을 했든지 과거를 잊고 현재 연기에 대한 열정을 보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재중이가 그런 것처럼.”
어느 하나 쉬운 게 없는 사극, 그래도 또 하겠다
 
‘닥터진’은 방영 한달여를 앞두고 첫 촬영을 했다. 현대극보다 촬영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까닭에 정말 촉박하게 촬영이 진행됐다. 배우들은 치렁치렁 수염을 붙이고 겹겹이 덧댄 한복을 입으며 한여름 무더위를 견뎠다.
“정말 현대극보다 2배는 힘들었어요. 옷이 불편한 것은 둘째 치더라도 바람이 통하지 않는 탓에 더워서 몸이 가려울 정도였어요. 말투도 다르잖아요. 현대극과 비교했을 때 시청자들이 불편하게 여기지 않도록 최선을 다했죠. 그래도 사극이 또 들어오면 할 겁니다. 사도세자라든가 광해군이라든가 좀 강한 역할을 하고 싶어요.”
그는 사극을 또 하게 된다면 대중이 많은 기억을 할 정도의 강했던 실존 인물을 연기하고 싶다고 했다. 다음 사극에서도 실존인물을 맡게 된다면 그는 이번 드라마에서 그러했듯이 또 한번 역사 공부에 돌입할 태세다.
역사의 평가가 엇갈리는 이하응을 연기한 이범수는 드라마 시작 전 이리저리 책을 읽으며 공부를 했다. 이하응이 왜 쇄국정책을 펼 수밖에 없었는지, 그런 선택을 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고뇌에 빠져 지냈을 지를 가늠하며 사전 공부를 철저히 했다. 이는 비록 드라마지만 실존인물인 이하응에게 누가 되면 안 된다는 이범수의 신념에서 비롯됐다.
낮은 시청률? 주어진 여건에서 선전했다
 
‘닥터진’은 8.8%(AGB닐슨미디어리서치 집계, 전국 기준)의 다소 아쉬운 시청률로 종영했다. 경쟁작인 SBS ‘신사의 품격’이 23.5%로 종영한 것과 비교해보면 더욱 쓴맛이다. 물론 이는 런던올림픽 중계방송으로 인한 결방 등 들쑥날쑥 편성이 컸다.
“어느 작품이나 아쉬움은 남겠지만 ‘닥터진’의 시청률은 주어진 여건만 봤을 때 선전했다고 봅니다. 광고도 모두 판매됐고, 수도권 시청률로는 15% 넘겼으니까...”
시청률 뿐만 아니라 마지막 회를 두고 시청자 사이에서 해석이 분분했다. 진혁이 현대로 돌아온 후 하응과 만나는 장면. 그는 작가의 재치라고 표현했다.
이범수는 “작가님이 하응이 시공간을 초월해서 현대로 온 것 같기도 하고 아니면 그냥 진혁의 상상일 수도 있고 일부러 모호하게 하신 것 같다”면서 “아마 그 장면은 현대에 돌아온 진혁에게 과거에서 만난 하응을 상기시키기 위한 것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고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연기만 잘하면 최고? 현실은 아냐
최근 인터넷상에서 연기를 잘하는 배우들의 높지 않은 출연료가 화제가 되면서 이들에게 높은 출연료를 줘야 한다는 네티즌의 의견이 봇물 터지듯 나왔다. 연기경력 20년이 넘은 이범수에게, 그리고 연기를 잘하면서 대중적인 인기도 높은 그에게 이같은 현상에 대한 견해를 물었다.
“예민한 부분이라서 말하기 조심스럽네요. 저도 한때는 연기만 잘하면 최고인지 알았지만 현실이 어디 그렇겠습니까. 연기를 잘해도 인기가 없으면 나오지 않고, 지겨울 정도로 연기력 논란이 일어도 인기가 있으면 그 배우는 작품에 나와요. 그래야 작품에 투자가 되고 외국에 수출도 되며 시청률도 보장이 되는데 어떻게 그런 현실에 반론을 제기할 수 있겠어요.”
이범수는 자신도 이같은 고민을 과거에도 했었고 지금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자본주의 논리라는 설명을 곁들어가며 “연기를 잘하니까 출연료를 많이 주고 연기를 못하니까 적게 줄 수 있는 단순한 문제가 아닌 것 같다”고 조심스럽게 생각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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