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BC 사령탑, 결국 2012년 우승팀 감독으로 결의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2.08.17 06: 51

2013년 제 3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 감독이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선수단은 이미 1차 후보명단 60명이 압축된 가운데 기술위원회에서 선별작업을 계속하고 있다. 그 동안 사령탑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올해 우승팀이 감독을 맡기로 합의를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부 감독들이 여기에 이의를 제기하고 나섰다. 감독 업무의 연속성과 전문성을 고려해 대표팀 감독만 전문적으로 맡는 이른바 '전임 감독'의 임명을 주장하고 있다.
▲ 현장감독의 난색, 하지만 전례 만들어야

2013년 WBC 감독은 당초 2012년 우승팀 감독이 맡기로 돼 있었다. 지난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사령탑을 결정하는데 있어서 많은 진통이 있었고, 결국 감독들의 추천으로 당시 두산 사령탑을 맡았던 김경문 감독이 지휘봉을 잡았었다. 이후 우승팀 감독이 그대로 대표팀을 맡는다는 합의를 근거로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은 조범현 전 KIA 감독이 대표팀을 맡았다. 이때 감독자회의에선 향후 있을 국제대회 감독은 전해 우승팀 감독이 책임지기로 약속했다.
그렇지만 현장감독들은 WBC 감독을 맡는 것에 부담을 느끼고 있었다. 지난 4월 삼성 류중일 감독은 "WBC 감독을 전임제로 하자"는 제언을 하면서 김인식 기술위원장을 추천했다. 김 위원장은 이미 1회와 2회 대회 감독을 맡은 바 있다. 당시 류 감독이 내세운 근거는 선수단 구성이다. 대회에 나가서 선수를 쓰는 건 결국 감독이 할 일이기에 선수의 구성 역시 전임감독이 주도적으로 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KIA 선동렬 감독도 찬성표를 던지면서 논란이 더욱 커졌다.
그렇지만 원안 그대로 내년 WBC 감독은 올 시즌 우승팀 감독이 맡기로 했다. 지난 7월 대전에서 열린 올스타전을 앞두고 전 구단 감독들은 감독자회의를 갖고 이 사실을 결의했다. 일부에서 김인식 감독을 전임감독으로 임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지만 이미 2010년 아시안게임 때 했던 약속이 있기 때문에 최소한 한 번은 지켜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 왜 다들 WBC 감독에 손사래 칠까
흔히 프로야구 감독은 남자가 한 번쯤은 해 봐야 할 3개의 직업 가운데 하나라고 말한다. 대한민국에서 프로야구 감독을 할 수 있는 사람은 1년에 단 9명만이 가능하다. 하물며 국가대표 감독은 개인에게 있어서 최고의 영광이라고 할 만하다.
하지만 매번 국제대회를 앞두고 감독 선임에 대한 잡음이 끊이질 않았다. 대표팀 감독으로 갔을 때 득보다 실이 많다는 계산에 감독들은 선뜻 나서지 않았다. WBC에서 2개대회 연속 성과를 거두며 '국민감독'으로 사랑을 받은 김인식 감독은 정작 2009년 한화의 성적 추락을 막지 못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금메달 신화를 만들어 낸 김경문 감독 역시 대표팀 감독 선임 당시 후보군들이 모두 고사했기에 불가피한 상황에서 떠밀리다 시피 감독 자리를 수락했었다.
가장 큰 이유는 소속팀의 전력공백이다. 한 감독은 "내년 WBC는 1월 15일 대만에서 1차 소집을 한다. 마침 소속팀 전지훈련 기간이랑 정확하게 일치한다. 대표팀 감독으로 가게 되면 사실상 자기 팀은 돌보지도 못하고 사실상 방치할 수밖에 없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이어 "감독은 그렇다고 치자. 코치도 대표팀에 차출되면 나가야 한다. 전지훈련 가서 선수들을 가르치는 건 사실상 코치가 전담하고 있다. 더욱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 미국·일본 WBC 사령탑은?
세계 최고의 별들이 모인 메이저리그가 있는 미국이지만 아직 WBC 우승과는 연을 맺지 못했다. 최고 성적이 2009년 2회 대회 때 4위에 오른 것이었다. 첫 우승을 노리는 미국은 이미 지난 6월 조 토레 감독을 선임하고 일찌감치 준비에 들어갔다.
현재 메이저리그 사무국 운영팀 수석 부사장을 맡고 있는 조 토레 감독은 뉴욕 양키스를 네 차례 정상에 올려놓은 미국을 대표하는 명장이다. 2007년 감독 자리에서 물러난 뒤에는 행정가로 일해 일선에서 잠시 물러나 있었다. 참고로 미국 대표팀은 2006년 1회 대회 때 벅 마르티네스, 2009년 2회 대회 땐 데이비 존스가 사령탑을 맡았었다.
일본 대표팀 감독 후보군으로는 오치아이 히로미쓰 전 주니치 감독, 하라 다쓰노리 요미우리 감독, 아키야마 고지 소프트뱅크 감독 등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 최근 일본 언론에선 지난해 팀을 우승으로 이끈 야키야마 감독이 WBC 감독으로 유력하다고 보도했지만 당사자는 "요청받은 적 없다"고 딱 잘라 말했다.
일본에서는 현역 감독의 대표팀 부임이 현실적으로 힘들다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이에 따라 이미 현직에서 물러난 오치아이 감독이 유력 후보로 부상하고 있다. 오치아이 감독은 주니치에서 몸 담았던 8년 가운데 4번 우승을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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