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야구는 투수놀음 아닌가".
올해 롯데 자이언츠 야구의 특징은 공격력 약화, 그리고 투수력 강화를 꼽을 수 있다. 특히 투수력 가운데 불펜진이 두터워졌다. 득점력이 약화된 가운데 마운드 높이까지 올라가며 롯데는 최근 접전이 늘어났다. 이번 SK와의 주중 3연전 모두 3점차 이내로 승부가 갈렸다. 1차전에서 롯데가 5-2, 3점차 승리를 거뒀지만 2차전과 3차전 모두 1점차로 뼈아픈 역전패를 당했다.
많은 이들이 올 시즌 롯데의 야구가 예전보다 약해졌다는 평가를 내 놓는다. 가장 큰 근거는 타력이다. 지난해 압도적 팀 홈런 1위였던 롯데, 하지만 16일 현재 롯데는 팀 홈런 50개로 8개 구단 가운데 6위에 올라 있다. 8월 롯데의 팀 홈런이 2개였는데 모두 강민호가 기록한 것이었다. 팀 타율은 2할6푼9리로 1위지만 득점 역시 6위다. 예전 롯데야구의 뚜렷한 특징이 공격야구였던 것을 돌이켜 본다면 1년 만에 많은 것이 바뀌었다.

그렇지만 투수력 강화는 눈여겨 볼 만하다. 지난해 롯데의 팀 평균자책점은 4.20으로 전체 5위에 자리했는데 올해는 이를 3.60까지 끌어내려 삼성에 이어 2위에 올라 있다. 선발진은 전반적으로 약화됐다는 평가지만 괄목상대라고 부를만큼 불펜진이 강해졌다.
그렇다면 직접 그라운드에서 뛰는 선수들은 팀 컬러 변화를 어떻게 느끼고 있을까. 올해 더욱 강해진 수비로 롯데 외야를 견고하게 지키고 있는 손아섭은 "우리 팀은 오히려 작년보다 강해졌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 이유로 든 것이 "야구는 투수놀음이다"라는 말이다. 손아섭은 "최근 몇 년동안 우리가 타격에서는 줄곧 1위를 했다. 그렇지만 결국 우승은 삼성이나 SK 등 투수력이 강한 팀이 차지했다"며 근거를 댔다.
최근 롯데는 한 점차 접전이 늘어가고 있다. 가장 피로감을 많이 느낄 사람은 그라운드에서 직접 뛰는 선수들이다. 손아섭은 "작년까지 우리는 10점 차로 이기고 8점 차로 지고 그런 경기가 많았다. 하지만 올해는 확실히 1점차 접전을 많이 치르고 있다"면서 "오히려 선수들은 접전에서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지 경기중에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그가 예로 든 것이 수비 시프트다. 15일 경기의 결승타는 8회 2사 1,3루에서 나온 정상호의 우익수 앞 빗맞은 안타였다. 손아섭은 이 타구를 잡기위해 전력질주 후 다이빙까지 했으나 결국 잡아내지 못했다. 비록 잡진 못했지만 다이빙 시도를 할 수 있었던 것 자체가 대단했다. 한 방이 있는 정상호가 타석에 들어섰고 이미 2사 이후였기에 외야수는 전진수비를 할 필요가 전혀 없었다. 이에 대해 손아섭은 "처음엔 나도 수비위치를 뒤로 했었다. 하지만 정대현 선배가 던지고 있었기에 짧은 타구가 나올 것이라는 예측을 했다. 그래서 앞으로 몇 발자국 나온 위치에서 수비를 했지만 결국 잡지는 못했다"고 아쉬워했다.
수비 시프트는 한 점을 지키기 위한 작전이다. 선택에 따라 양날의 검이 될 수도 있는데 수비위치 조정에 따라 안타냐 아웃이냐가 결정되기도 한다. 보통 수비코치가 위치를 잡아주지만 그라운드에 있는 모든 야수들에게 지시를 내릴 수는 없다. 그렇기에 선수들이 직접 생각하고 준비하는 플레이가 필요하다. 손아섭의 말에 따르면 올해 롯데 선수들은 접전속에 자연스럽게 이를 터득하고 있다는 것이다.
손아섭은 그 이후를 내다보고 있었다. 바로 포스트시즌이다. 그는 "포스트시즌 나가면 일방적인 경기보다는 접전이 많을 것이다. 지금 우리가 이런 상황에서 훈련을 받으면 분명 가을에 그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힘줘 말했다.
cleanupp@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