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대화 감독 울리는 '바보' 류현진의 10승 분수령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2.08.17 07: 16

"넌 뭐가 그렇게 좋다고 헬렐레 다니냐", "팀이 이겼잖아요".
한화 한대화 감독은 지난 11일 목동 넥센전을 앞두고 훈련 임하는 '괴물 에이스' 류현진(25)의 얼굴 표정을 보고는 마음 한켠이 아렸다. 류현진은 바로 전날이었던 10일 목동 넥센전 선발등판해 6이닝 4피안타 2볼넷 7탈삼진 2실점 역투를 펼쳤지만 팀 타선이 득점은커녕 안타도 뽑지 못하는 바람에 승리투수가 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야속하게도 팀은 그가 마운드를 내려간 뒤 타선이 터졌고 4-2 역전승을 거뒀다. 팀은 이겼지만 승리는 류현진의 몫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는 웃었다. 이튿날에도 그의 표정에서 아쉬움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한 감독은 "너는 뭐가 그렇게 좋다고 헬렐레 다니냐"고 물었고, 이에 대한 류현진의 대답은 "팀이 이겼잖아요"였다.

너무나도 천진난만한 류현진의 표정과 말투에 한 감독은 "너 바보 아니냐"고 허허 웃었지만 속은 아팠다. 한 감독은 "10승을 하기 위해 그렇게 열심히 던지는데 팀이 도와주지를 못하고 있으니 안타까워도 너무 안타깝다"라며 "현진이도 겉으로야 웃고 있겠지만 속은 어떻겠나. 나도 이렇게 안타까운데 본인 마음은 누구도 모를 것"이라고 거듭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냈다.
류현진은 올해 19경기에서 5승6패 평균자책점 3.29를 기록하고 있다. 데뷔 후 이처럼 승수 쌓기가 느린 것은 처음이다. 평균자책점 7위, 투구이닝 6위(123이닝), 탈삼진 1위(147개), 퀄리티 스타트 5위(14경기)에도 지독한 불운으로 승리와 자주 인연을 맺지 못하고 있다. 1득점 이하 득점지원이 9경기로 리그에서 가장 많다.
에이스에게 최소한의 자존심이 되는 10승도 이제는 쉽지 않아졌다. 페넌트레이스 98경기를 소화한 한화는 잔여 35경기를 남겨두고 있다. 최소 7경기, 최대 10경기 정도가 류현진이 나설 수 있는 기회. 여기서 5승을 거둬야 7년 연속 10승 달성이 가능하다. 류현진의 호투 뿐만 아니라 팀 전체의 지원이 뒤따라야 가능하다.
한대화 감독이 지난 16일 포항 삼성전 선발로 윤근영을 예고한 것도 같은 맥락. 당초 순서상으로는 류현진이 등판할 차례였지만, 한 감독은 류현진을 하루 늦춰 대전 LG으로 넘겼다. 한 감독은 "조금이라도 확률이 높은 쪽으로 가야 한다. 10승을 하기 위해서는 그렇게라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삼성보다 LG가 조금 더 수월하기 때문이다.
17일 대전 LG전은 류현진의 10승 도전과 한화의 탈꼴찌에 있어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이날 승리해야 10승 도전의 징검다리가 될 수 있다. 아울러 7위 LG에 4경기차 뒤진 8위 한화로서도 최대한 LG전을 잡아야 격차를 좁힐 수 있다. 이날 류현진의 등판은 에이스과 팀 자존심이 걸린 중대한 한판이다. 류현진이 진심으로 웃는 날 한화가 진짜 웃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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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훈 기자 rum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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