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호를 통해 본 '루틴 지키기' 어려움과 중요성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2.08.17 11: 00

왜 루틴(routine)은 지키지 어려울까.
'코리안특급' 한화 박찬호(39)는 우리나이 불혹의 베테랑이지만 신체 나이는 30대 초반이다. 철저한 자기관리가 있기에 가능한 일. 스포츠심리학적으로 최상의 컨디션과 최대치의 능력을 끌어낼 수 있는 상태를 만들기 위한 반복적인 행동과 절차를 의미하는 '루틴'을 누구보다 잘 지키고 있다. 한화 이건영 멘탈코치는 박찬호에 대해 "누구보다 루틴을 잘 이해하고 지키는 선수"라고 했다. 반복적인 훈련의 중요성은 두 말 할 필요 없다.
경기 등판 전후로 그만의 루틴이 있다. 선발등판하는 날에는 경기 시작 1시간20여분 전에 먼저 그라운드로 나와 외야에서 러닝과 스트레칭으로 몸을 푼다. 그는 "메이저리그 때부터 지켜온 루틴"이라고 말했다. 등판 다음 날에는 러닝과 스트레칭에 이어 하나마쓰 고지와 1대1로 튜빙훈련·근력운동에 집중한다. 팔·어깨·복근·허리·하체 등 온몸의 근육과 관절을 풀어주고 강화하는 훈련. 한여름 강도 높은 훈련은 지켜보는 이들도 숨막힐 지경이다.

누구보다 자기 자신에게 엄격한 박찬호이지만 그도 이 같은 루틴을 지키기 싫을 때가 있다. 바로 전날 경기에서 패한 다음날이다. 박찬호는 "경기에 이기면 잠을 안 자도 에너지가 생기지만 패배한 다음날에는 정말 힘들다. 오늘(15일)도 러닝하며 새삼 느낀건데 참 힘들더라. 예전에는 나 혼자 어떻게 그리 많이 뛰었는지 생각하며 나도 모르게 웃음 나오기도 했다"고 털어놓았다. 올해 박찬호는 19경기 중 5경기에서 승리했고, 팀은 9번 이겼다. 무승부를 제외하면 패한 경기가 9경기였으니 루틴을 지키는 게 보통 쉬운 게 아니었다.
그만큼 루틴 지키기는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아주 힘들다. 정신적으로 데미지를 입으면 육체적으로 회복하는 데에도 시간이 걸린다. 박찬호처럼 산전수전에 공중전까지 겪은 대선수도 패배의 충격을 느끼고 힘들어하는데 어린 선수들이 받을 심리적인 데미지와 루틴 지키기의 육체적 어려움은 쉽게 설명하기 어렵다.
하지만 지금의 박찬호를 만든 것도 이 같은 루틴을 한치의 오차없이 지켰기 때문이다. 우리나이 마흔에도 28인치 허벅지를 자랑할 정도로 탄탄한 하체도 결국은 지겨움을 극복해낸 반복적인 훈련의 결과물이다. 그는 "어릴 때부터 투수는 하체의 힘이 좋아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45도 경사의 100m 오르막을 오르고 오리걸음·토끼뜀으로 다녔다. 어릴 때부터 그런 하체 운동에 대한 강박 관념이 있었다"며 몸에 배인 습관을 강조했다.
그는 "훈련에 있어 오버했으면 오버했지 절제하지는 않았다. 병적으로 러닝을 거르지 않았다. 오히려 너무 오버해서 문제가 생기기도 했지만 지금도 나만의 루틴을 지키고 있다"고 말했다. 훈련 중독자였던 그는 무리한 운동으로 부상도 입었다.
하지만 그게 박찬호였고 그가 살아가는 방식이었다. 메이저리그 캠프 때에는 아침 9시에 팀 훈련이 시작하지만 아침 7시부터 미리 몸을 만들어놓고 준비했다. 한화 입단 이후 첫 스프링캠프에서도 그는 후배들에게 "메이저리그는 9시 훈련 시작이라도 2시간 전부터 준비한다. 프로 선수라면 항상 준비된 자세를 갖춰야 한다"며 미리 자발적으로 준비하는 자세를 강조했고, 선수들도 그처럼 따라했다.
한국프로야구에서 우리나이 마흔에 100이닝을 넘긴 투수는 김용수와 송진우에 이어 박찬호가 3번째다. 그는 "미국에서는 흔한 일"이라고 했다. 루틴을 지키는 건 참으로 힘들지만 그만큼 얻는 것도 많다. 박찬호가 좋은 본보기다. 롱런하고 싶으면 박찬호를 따라하면 된다. 물론 그게 말처럼 쉬운 게 아니기에 박찬호가 대단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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