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역 시절 한국 프로야구 최고의 투수였던 선동렬(49) 감독이 요즘 선수들의 자세를 강하게 꼬집었다.
선 감독은 최근 KIA 선수들이 줄부상으로 이탈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예전과 지금의 환경차이가 큰 요인이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선 감독은 “사실 요즘 선수들이 웨이트도 잘 되어있고 관리도 잘 받는다. 그러나 예전 선수들은 특유의 절실함이 있었다. 이것 아니면 안 된다고 생각했고 실력이 안 되더라도 팀을 위하는 마음자세가 강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 야구가 한 단계 발전됐다”고 말문을 열었다.
올 시즌 KIA는 클린업트리오를 형성해야할 이범호, 최희섭, 김상현이 줄줄이 부상으로 빠져있다. 또한 시즌을 준비하는 전지훈련부터 지금까지 한기주, 양현종 등 마운드의 핵심선수들도 부상과 컨디션 난조로 좀처럼 자신의 베스트 컨디션을 찾지 못하는 중이다. 선 감독은 마치 이들을 의식한 듯 “선수들이 경기 전 조금이라도 몸이 안 좋으면 코치한테 말하더라. 이제는 아프다는 소리도 지겹다. 클린업 3명이 없으니 오히려 홀가분하다는 생각도 든다. 덕분에 다른 선수들이 더 하려는 의욕이 생겼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선 감독은 시간이 지날수록 선발투수의 완투나 완봉승이 나오지 않는 것도 예전과의 환경·정서적 차이 때문으로 바라봤다. 선 감독은 자신의 현역 시절을 거울로 비추면서 “나는 6회만 던지고 내려오려 하면 너무 부끄러웠다. 1993년까지 6회에 바꿔달라고 하면 꾀병이라고 했다. 일단 당시는 위에서 하라고 하면 아무 말 없이 했다”며 “그러나 요즘 선수들은 스스로 한계를 그어버린다. 투구수도 100개를 한계로 규정하고 6, 7회만 던지려하니까 체력이 없다. 한 시즌에 에이스급 투수나 겨우 2, 3번 완투를 하는데 이 역시 체력문제 때문이다. 한계는 선수마다 다르다. 어떤 투수는 150개, 어떤 투수는 200개까지 던져도 괜찮을 수 있다. 근데 모두 똑같은 기준에 맞추고 있다”고 바라보았다.
이어 선 감독은 꾸준히 마운드에 올라 해태 왕조를 건설했던 순간을 되새기면서 “1986년 개인최다 이닝을 소화하면서 0점대 평균자책점을 달성했다. 당시 40이닝 정도 무실점 행진을 한 덕에 평균자책점을 0.99까지 낮출 수 있었다”라며 “86년에 260이닝 이상을 던졌는데 선발 등판한 후에는 이틀 휴식 후 마무리로도 나가곤 했었다”고 지금으로선 좀처럼 할 수 없는 일들을 돌아봤다.
실제로 선 감독은 프로 2년차인 1986시즌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39경기·262⅔이닝을 던졌고 24승 6패 평균자책점 0.99를 올린 바 있다. 선발 등판 다음 날에는 불펜 등판도 내색하지 않으며 어마어마한 기록을 쌓았는데 “그 때는 그게 그냥 당연했다. 마무리 투수로만 나와도 최소 한 시즌에 170이닝 이상은 던졌었다. 지금 같은 1이닝 세이브는 별로 없었고 3, 4이닝 세이브가 기본이었기 때문에 그랬었다”고 태연하게 말했다.
그러면서도 선 감독은 다시 감독의 입장으로 돌아오면서 “어쨌든 화요일이나 수요일에 던지는 선발투수는 최소 5회까지는 던지게 하려고 한다. 투수가 오래 던질 수 있는 능력이 있어서가 아닌, 주초에 불펜투수들을 아껴야하기 때문이다”며 “선수 스스로도 자신의 능력을 잘 알고 있어야 하지만 감독도 자기 선수들을 잘 파악해야 한다. KIA와서 시즌 초반 선수들 파악이 안 돼서 참 고생했다. 게다가 투수교체 자체는 정답이 없다. 감독으로서 가장 힘든 것도 투수교체다”고 혀를 내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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