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나는 왕이로소이다’(이하 나는왕)를 통해 2012년 최고의 신스틸러에 등극한 이미도를 만났다. 그는 영화 속 세자빈만큼이나 유쾌하고 사랑스러웠다. 섹시함과 귀여움, 앙칼진 매력을 자유로이 오가는 전무후무한 조선시대 세자빈을 탄생시킨 이미도는 어찌 보면 비호감으로 전락할 수 있는 캐릭터를 얄밉지 않게 매력적으로 그려내며 ‘여자 납뜩이’라는 별칭까지 얻었다.
그는 25편이 넘는 영화들에서 크고 작은 역할을 맡으며 차근히 연기력을 다져온 준비된 배우다. 이미도는 이제껏 작품 속에서 개성 강하고 센 역할들을 많이 맡아 왔지만, 그런 캐릭터들이 비호감으로 보이거나 거부감이 들게 하기는 커녕 오히려 사랑스럽게 느껴지게 만드는 묘한 매력을 지닌 배우이기도 하다.
‘나는왕’은 이런 이미도의 ‘포텐’이 폭발한 작품이다. 이미도가 연기하는 세자빈은 자신이 사랑하는 충녕(주지훈 분)이 다른 여자를 궁에 들이자 질투에 휩싸여 화롯불을 발로 걷어차고, 수연(이하늬 분)과 한 방에 있는 충녕을 목격한 뒤에는 “취향 참 독특하다”며 수치심(?)에 분노를 삭이지 못해 결국 수연의 머리채를 잡고 휘두르며 이성을 잃지만 관객들은 그에게서 비호감 대신 알 수 없는 친근함과 호감을 느낀다.

-높아진 인기 실감하나?
▲ 그렇다.(웃음) 예전부터 작품에 출연했을 때 개봉하고 뭔가 달라지겠거니 기대했었는데 큰 변화가 없었다. 그래서 이번 영화도 기대를 안 했었는데 영화 개봉 후에 많이들 찾아주신다. 기억해주셔서 감사하다.
-영화 초, 중반에만 분량이 집중된 느낌이 있는데 아쉽지는 않나?
▲ 전 만족한다. 저희 어머니 말씀으로는 세자빈이 초, 충반에만 나와서 오히려 관객들이 더 기다린 것 같다고 하시더라. 그러다 안 나와서 아쉬움이 배가된 거 아닌가 한다.(웃음) 조금 나와서 아쉽거나 그러진 않았다.
-이미도라는 배우가 신인이 아니라는 사실에 놀라는 관객들이 많다
▲ 저를 많이 몰라봐 주시는 게 서운하지는 않다. 긍정적으로 생각해보면 출연했던 영화들에서 핸드볼 선수, 지체 장애우, 날라리 역할 등을 맡아 캐릭터를 잘 살렸기 때문에 그 강한 역할들에 묻혔다고 본다. 대사 한 마디 있는 단역부터 시작해 여기까지 왔다.
-이미도라는 이름이 특이하다. 본명인가?
▲ 본명은 이은혜다. 근데 윤은혜 씨 박은혜 씨 등 은혜라는 이름을 가진 배우 분이 많다. 그래서 이름을 바꾸는 게 낫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하던 중 영화 ‘우리 생애 행복한 순간’ 오디션이 잡혔다. 시나리오를 본 뒤 그 영화를 꼭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그래서 오디션 보기 일주일 전에 부모님과 스님 분을 찾아가 배우로서 잘 되길 바라며 받은 이름이다. 뜻은 따로 없고, 많이 불리면 좋은 자음이 있단다. 나미, 미나, 미도 중에 고르라 해서 미도를 골랐다. 쉽게 기억해주셔서 좋은 것 같다.

-본인만의 연기 스타일이 있다면?
▲ 난 내가 연기하는 캐릭터들이 사랑스러웠으면 좋겠다. 그래야 관객들도 캐릭터에 호감을 느끼고, 캐릭터에 호감이 가야 영화도 관객들에게 호감을 줄 수 있으니까. 그래서 섹시코드도 의도적으로 넣는 편이다. 어떤 캐릭터에서는 크게 넣고 어떤 캐릭터에서는 바닥에 깔릴 정도만 넣는다. 이번에는 섹시함과 사랑스러움을 조금 더 많이 넣었다. 그래서 질투 장면이 좀 더 살지 않았나한다. 세자 앞에서는 굉장히 섹시하면서도 사랑스럽게 연기했고 뒤에서는 앙칼지게 돌변하려 했다.
-주지훈과 목욕신을 소화했다. 노출 연기에 부담을 느끼진 않았나?
▲ 어깨와 가슴라인 드러나는 것에 대한 부담은 크게 없었다. 부담스러웠던 거는 상체 보다는 하체였다.(웃음) 홑겹 치마를 입었는데 물속에서 나올 때 치마가 다리에 달라붙어 하체가 다 드러나더라. 촬영할 때는 좀 불편했는데 화면에서는 아주 섹시하게 나왔다.(웃음) 깡마르게 나오지 않아서 더 좋다. 제가 그렇게 마르지 않기도 했지만 그 시대는 정말 둥글둥글한 몸매가 맞는 거지 않나. 섹시하게 어필될 줄은 몰랐는데 남자 관객 분들이 굉장히 섹시했다고 많이 말씀해주셔서 앞으로 섹시 콘셉트로 밀고나가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고 생각하고 있다.(웃음)
-몸매에 대한 칭찬이 줄을 잇고 있는데 관리 비법은?
▲ 운동을 정말 좋아하고, 실제로 많이 한다. 요즘은 되게 마르신 분들이 각광 받는 세상인데 전 아무리 안 먹고 살을 뺀다고 해도 그렇게 마른 사람이 되질 않는다. 이번 영화에서 섹시한 역할을 한 번 했으니까 다음에는 액션 위주로 해보면 좋겠지 않겠나 싶어 킥복싱, 요가 등을 하면서 언제 들어올지 모르는 액션물을 준비하고 있다.(웃음)
-영화 속 모습보다 실물이 예쁘다는 말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 얼굴에 단점이 굉장히 많은데 미소 하나만은 자신 있다. 지금까지 영화에서는 화를 내거나 찡그려야하는 역할을 많이 맡아서 미모가 캐릭터들에 묻히지 않았었나 한다.(웃음) 사실 지금까지도 쌍꺼풀 수술을 해야 하나 고민을 많이 한다. 콤플렉스가 왜 없겠나. 당연히 있지만, 저는 단점과 장점이 있으면 장점을 좀 더 부각시키는 게 주의다. 다시 태어나지 않는 이상 그게 좋지 않나 생각한다. 자신감 있게 행동하고 또 생각을 그렇게 긍정적으로 하니 더 좋게 봐주시는 것 같다.
- 배우로서 목표는?
▲ 1,2년 전만 해도 개성강한 캐릭터만 하는 것에 대해 속상해 했던 적이 있었다. 그런데 손바닥 뒤집 듯 반대로 생각해보니 다른 배우들은 그런 캐릭터들을 인생에 한 번이라도 만나봤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하는데, 나는 남들이 한번 해보고 싶어 하는 역할만 골라서 하고 있더라. 이렇게 조금씩 성장해 가는 게 너무 재밌다. 50세 정도 됐을 때는 나문희 선생님, 김혜자 선생님처럼 돼있으면 좋겠다. 서두르지 않고 재밌는 캐릭터들을 만나며 조금씩 성장해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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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송이 기자 ouxou@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