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타 11개, 볼넷 4개, 여기에 상대 실책 1개까지 곁들였지만 득점은 제로였다. 지독한 득점권 부진에 시달린 롯데 자이언츠가 3연패에 빠졌다.
롯데는 17일 사직구장에서 벌어진 넥센 히어로즈와의 경기에서 0-2로 영봉패를 당했다. 단순히 득점이 없는 게 아니라 무수한 기회를 날렸기에 더욱 뼈아팠다. 1회부터 9회까지 매 이닝 출루, 8회까지 매 이닝 득점권 출루 등 롯데는 테이블은 잘 차렸지만 마지막 순간 결정력이 부족했다.
1회 롯데의 공격부터 심상치 않았다. 선두타자 전준우가 2루타로 포문을 연 롯데는 김주찬의 내야땅볼과 손아섭의 볼넷으로 1,3루 기회를 만들었다. 타석에는 최근 타격감각이 좋은 강민호, 하지만 유격수 앞으로 땅볼을 굴려 병살타에 그치고 말았다. 2회에도 롯데는 선두타자 출루 후 라인드라이브에 이은 병살 플레이로 기회를 놓쳤다.

이후 줄곧 득점권에서 범타에 그치던 롯데는 0-2로 뒤진 6회 무사 3루 기회를 잡았다. 일단 맞추면 어떻게든 점수가 날 확률이 높은 상황, 여기서 황재균이 삼진, 황진수가 내야땅볼, 박준서가 삼진으로 물러나고야 말았다. 이후 9회까지 매 이닝 주자는 나갔지만 무득점이라는 결과는 같았다.
이날 롯데의 득점권 성적은 14타수 무안타다. 이 가운데 삼진을 당한 것이 절반인 7개다. 방망이에 공을 맞히기만 하면 어떻게든 득점 상황이 만들어질 기회가 있지만 아예 삼진으로 물러나면 헛되이 아웃카운트만 늘어난다. 또한 땅볼이 6개, 뜬공이 1개였다. 롯데는 4차례 3루에 주자를 보냈지만 정작 뜬공은 3회 무사 주자 1,2루 상황에서 손아섭이 기록한 게 전부였다.
그렇다면 롯데의 득점권 부진은 무엇으로 설명해야 할까. 사실 올 시즌 전체를 놓고보면 롯데의 득점권 타율은 나쁘지 않았다. 2할7푼5리를 기록, 전체 3위에 올라 있다. 팀 타율인 2할7푼보다 오히려 높은 게 득점권 타율이다. 결국 이날 롯데는 지독한 불운에 시달렸다는 이야기가 된다.
또한 심리적인 부담도 빼놓을 수 없다. 롯데는 15일과 16일 연이틀 SK에 재역전패를 당했다. 순위권 싸움을 벌이고 있는 SK를 상대로 당한 2패는 선수들에게 부담으로 다가왔다. 부산 MBC 최효석 해설위원은 "롯데 선수들이 득점권에서 위축되는 게 보였다. 경기 초반에 득점권 기회를 날리더니 나중에는 점점 자신감을 잃어 가더라"면서 "SK에 이틀 연속 역전패를 당한게 선수들의 머릿속에 남아있는 듯했다"고 말했다.
롯데는 주말 3연전 첫 경기에서 득점권 14타수 무안타라는 기록을 남긴 채 영봉패를 당했는데 이게 시리즈 전체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 동전의 뒷면을 보면 롯데 타자들은 이날 11안타 4볼넷으로 좋은 타격감을 보여준 것도 사실이다. 대표적인 멘탈 게임인 야구, 롯데 선수들이 찾아야 할 것은 타격감이 아니라 자신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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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박준형 기자,soul101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