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적을 상대로 처음 3연전 서전을 승리했다. 그리고 이번이 진짜 승부처다. 선두 삼성 라이온즈가 두산 베어스에 당한 11패 중 8패를 안긴 더스틴 니퍼트(31)-이용찬(23) 선발 원투펀치와의 먹이사슬 관계도 끊을 수 있을까.
삼성은 17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2 팔도 프로야구 페넌트레이스 두산전에서 1회 터진 이승엽의 선제 결승 2루타와 5⅔이닝 무실점 호투를 펼친 선발 브라이언 고든을 앞세워 2-0으로 승리했다. 이날 승리로 삼성은 시즌 전적 56승 2무 41패(17일 현재)를 기록하며 2위 두산(53승 1무 45패)과의 격차를 3경기 반 차로 벌여놓았다. 삼성의 올 시즌 두산전 전적은 4승 11패로 아직은 절대 열세 상태다.
특히 삼성이 두산에 당한 11패 중 8패는 두산의 원투펀치에 당한 것들. 올 시즌 11승 7패 평균자책점 3.31로 2년 연속 모범 외국인 투수의 활약을 보여주고 있는 더스틴 니퍼트는 삼성을 상대로 4승 무패 평균자책점 1.33의 킬러 본능을 발휘했다. 지난해에도 니퍼트는 1승 무패 평균자책점 2.31로 삼성에 강한 면모를 보였다. 18일 선발로 대결하는 상대가 바로 니퍼트다.

세이브왕(26세이브, 2009년) 경력의 마무리에서 선발로 성공적인 변신에 성공한 이용찬은 올 시즌 9승 7패 평균자책점 2.50으로 다승 선두 장원삼(삼성, 14승)과 함께 국내 선발 투수 자존심을 지키고 있다. 특히 이용찬의 삼성전 성적은 4승 무패 평균자책점 0.33으로 27이닝 동안 삼성 타선에 단 한 점만을 내줬다. 이용찬은 19일 삼성전 선발 출격이 유력시된다.
따라서 삼성의 두산 3연전 진짜 승부처는 18, 19일 두 경기가 될 전망이다. 이 둘을 이기면 삼성은 껄끄러운 두산을 3위로도 몰아낼 수 있는 동시에 선두 독주 체제를 공고히 다질 수 있다. 그러나 두 경기를 모두 잡히면 한 경기 반 차로 두산에 선두 추격권 진입을 허용하게 된다.
처참할 정도로 두 투수에게 당한 삼성인 만큼 선수단 전체가 두산전을 벼르고 있다는 분위기가 지배적이었다. 17일 경기서 삼성은 김선우의 호투에 막혀 2득점에 그쳤으나 고든-권오준-권혁-오승환으로 이어지는 투수진이 좋은 공을 던졌고 두산 타선도 오뉴월 인내심 없던 타격을 재현하며 홈은 커녕 3루도 밟지 못한 채 패배를 자초했다. 일단 첫 분위기만은 확실히 잡아낸 삼성이다.
문제는 삼성 타선도 17일 7안타를 뽑아냈으나 집중타로 1회 2득점 했을 뿐 나머지 이닝에서는 연결력이 떨어지는 모습을 보였다. 그만큼 선발로 잇달아 나설 미치 탈보트와 배영수의 호투가 반드시 필요하다. 11승 2패 평균자책점 3.57로 맹활약 중인 탈보트는 두산 상대 1승 1패 평균자책점 6.23을 기록했다. 두산이 성급하게 달려들지 않고 공을 기다린 두 경기에서는 3이닝 만에 조기강판했고 공명심 가득한 스윙을 했던 5월 3일 대구 경기에서는 7이닝 89구 4피안타 무실점으로 깔끔하게 승리했다. 상대가 초반부터 빠르게 말려 들어준다면 삼성의 18일 전략은 맞아 떨어질 공산이 크다.
배영수는 올 시즌 8승 5패 평균자책점 3.41로 부활의 나래를 펴며 2005년 11승 이후 7년 만의 한 시즌 두 자릿수 승수를 노릴 정도로 페이스가 좋다. 두산 상대 올 시즌 2경기 1패 평균자책점 3.75를 기록한 배영수는 가장 최근 등판인 7월 31일 대구 경기에서 8이닝 3피안타 1실점으로 특급투를 선보였다. 상승세를 타는 만큼 이용찬에게 밀리는 경기를 펼치지 않는다면 승리도 노려볼 수 있다.
하염없이 몰렸다는 것은 반대로 생각하면 '이제 올라올 때가 되었다'라는 뜻과도 같다. 주포이자 팀 내 형님으로서도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이승엽은 17일 경기 후 "안 좋을 때 두산을 만났을 뿐이다. 이제는 두산을 칠 때가 되었다"라는 긍정적 사고를 선수단에 전파하고 있음을 이야기했다. 첫 경기 승리로 분위기를 탄 삼성이 사자 갈기를 왕창 뽑아대던 천적 원투펀치까지 공략할 수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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