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실점 호투패' 김선우, 구위를 찾았다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2.08.18 07: 02

자기 구종을 골고루 섞어 던지며 빠르기도 오랜만에 140km대 중후반으로 끌어올렸다. 무득점 빈공으로 인해 패전투수가 되었고 그만큼 4년 연속 10승 달성도 요원해졌으나 적어도 힘을 확실히 되찾았음은 분명했다. '써니' 김선우(35, 두산 베어스)의 7이닝 2실점 호투 패전은 의미가 있는 투구였다.
김선우는 지난 17일 잠실 삼성전에 선발로 나서 7이닝 동안 7피안타(탈삼진 1개, 사사구 1개) 1실점으로 호투, 시즌 10번째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를 달성했으나 홈은 커녕 3루도 밟지 못하며 무득점으로 침묵한 타선 빈공으로 인해 시즌 7패(5승)째를 당하고 말았다. 시즌 평균자책점이 5.14에서 4.99(18일 현재)로 소폭 하락했다는 정도가 그나마 위안거리였다.
1회 배영섭에게 중전 안타를 허용한 뒤 박한이의 2루 땅볼로 1사 2루 실점 위기를 맞은 김선우는 이승엽의 밀어친 1타점 좌익수 방면 2루타로 선실점했다. 김선우는 뒤를 이은 박석민을 중견수 뜬공으로 처리했으나 최형우의 1타점 중전 안타가 터지며 김선우의 실점은 2점째가 되었다.

그리고 이 2점이 이날 경기 김선우의 모든 실점이었다. 6회초 김선우는 이승엽의 우전 안타와 최형우의 볼넷으로 인해 1사 1,2루 위기를 맞기도 했으나 진갑용-정형식을 연속 중견수 뜬공으로 처리하며 추가 실점을 막았다.
첫 회 집중타로 패하기는 했으나 16승을 따냈던 지난 시즌 김선우다운 투구가 나온 경기였다. 이날 총 102개의 공을 던진 김선우는 스트라이크 65개, 볼 37개에 사사구 1개로 안정적인 제구력을 보여줬다. 최고 구속은 147km로 평소보다 나았으며 투심 패스트볼도 145km까지 나왔다. 특히 2년 전부터 구사한 변형 체인지업은 평균 구속 130km대 중후반에 최고 구속은 무려 141km이었다.
빠르기나 공의 움직임 면에서 확실히 지난 경기들보다 나아졌다는 것이 관계자의 평이었다. 한 관계자는 김선우에 대해 "몸 상태에 사실 특별한 이상은 없었으나 무릎, 팔꿈치 등 이전의 부상 전력 등에 신경쓰면서 시즌 초반에는 팔스윙이 작아지는 현상이 나왔고 그와 함께 변화구는 빨리 변하고 볼 끝이 무뎌지고 말았다"라고 밝혔다. 선수 본인도 시즌 초 '김선우의 노쇠화' 이야기까지 나오자 굉장히 언짢은 반응을 보였던 바 있다.
그러나 17일 경기는 확실히 달랐다. 김선우는 7개의 안타와 한 개의 볼넷을 내줬으나 수비진을 믿고 과감하게 던지던 이전 패턴을 찾았고 공의 힘도 제대로 붙어 홈플레이트에서 위력을 떨쳤다. 선수 본인도 패전에 우울해 하지 않고 "괜찮다. 편하게 던지고자 했으니까"라며 내용이 나쁘지 않았다는 데 긍정적 사고를 갖고자 했다. 사진과 같이 왼 무릎이 제대로 버티는 상태에서 투구폼이 시즌 초보다 좀 더 역동적으로 바뀌었고 덕분에 공의 힘이 확실히 붙었다.
김선우는 자부심이 강한 선수다. 2010년부터 빠른 직구가 능사는 아니라는 점을 깨닫고 기교파 투수로 변신하며 지난 2년 간 29승을 올렸으나 야구 인생의 대부분을 파워피처로 살아왔다는 자존심을 잊지 않은 선수다. 상대 타이밍을 흐트러뜨리는 피칭을 펼치면서도 때에 따라서 세게 던져야 할 때는 세게 던질 수 있는 팔색조의 모습을 바라는 김선우다. 그 김선우가 다시 140km대 중후반의 직구도 던질 수 있게 되었다는 점. 분명 두산에는 좋은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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