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기란 없다. 해볼 수 있는 데까지는 해본다.
LG 외국인 파이어볼러 레다메스 리즈(29)는 지난 17일 대전 한화전에서 5⅓이닝 3피안타 4볼넷 6탈삼진 1실점 역투로 시즌 3승(9패5세이브)째를 거뒀다. 정확히 1년 전 8월17일 당시에는 시즌 8승으로 10승을 목전에 둔 상태였지만 올해는 상황이 너무 달라졌다. 시즌 초반 마무리 실패 후 선발로 돌아왔지만, 좀처럼 승운이 따르지 않으며 고난을 겪었다.
이날 경기 중계를 맡은 이효봉 XTM 해설위원은 "리즈도 승운이 참 없는 편이다. 원래 능력이 있는 투수"라며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지난해 리즈는 리그에서 6번째로 많은 16차례의 퀄리티 스타트와 함께 11승13패 평균자책점 3.88로 수준급 활약을 펼치며 재계약에도 성공했다. 그러나 올해는 시즌 초 마무리 실패 등 우여곡절을 겪으며 3승9패5세이브 평균자책점 4.99를 거두는데 그치고 있다. LG도 6월 이후 급격한 하향세를 탔다.

하지만 리즈나 LG나 포기를 모른다. 리즈는 퀄리티 스타트한 7경기에서 승리는 커녕 3패만 안았다. 선발등판한 17경기 중 무득점 4경기, 1득점 1경기, 2득점 5경기로 2득점 이하 지원이 10경기에 달했다. 승수 대신 쌓여가는 패수를 보며 심리적 흔들림이 없을 수 없었다. 하지만 동료들의 격려 속에 리즈는 흔들리지 않았고, 마지막까지 포기를 잊은 채 최선을 다하고 있다.
한화전은 리즈와 LG의 승리에 대한 의지가 어떠한지 읽을 수 있는 한판이었다. 리즈는 최고 159km 강속구(60개)를 중심으로 슬라이더(19개) 투심(11개) 포크볼(7개)을 섞어 던졌다. 결정구는 힘 있는 직구였다. 리즈는 "변화구가 그렇게 좋지 않은데 직구를 낮은 코스로 던진 게 좋았다"고 이날 피칭을 자평했다. 그가 마운드를 내려간 뒤 LG는 류택현-우규민-이상열-이동현-봉중근으로 이어지는 필승조를 총동원, 리즈의 3승을 지켜냈다. 그의 얼굴에서도 비로소 웃음꽃 피었고 LG도 웃었다.
리즈는 "시즌 막바지에 이제 3승을 하게 됐다. 솔직히 속상한 마음도 있지만, 내가 부진한 탓이었다"며 "오랜만에 승리를 하게 돼 기쁘다. 팀원 모두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해줬다. 모두에게 고맙다"고 했다. 힘들 때 그를 일으켜 세운 것도 팀원들이었다. 리즈는 "누구 하나가 아니라 팀원 모두가 응원을 하고 격려해 줬다. 덕분에 흔들리지 않을 수 있었다"며 힘겨움을 버텨내고 이겨낼 수 있었던 이유를 밝혔다.
42승53패3무 승률 4할4푼2리로 7위에 머물러있는 LG는 포스트시즌 커트라인에 있는 4위 SK(51승46패2무)와 8경기차가 난다. 10년 연속 가을야구 좌절은 점점 현실이 되어가고 있다. 하지만 그들은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고 있다. 이제 3승을 거둔 리즈나 LG 전체는 결과를 떠나 남은 35경기도 전력을 다하고 있다. 김기태 감독은 "어느 팀이나 마찬가지겠지만, 우리도 마지막까지 한 경기 한 경기 최선을 다해 임할 것"이라며 유종의 미를 강조했다. 리즈의 3승 달성은 그 의지를 보여준 결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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