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 만의 드라마 복귀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미남배우 장동건이 SBS 주말특별기획 ‘신사의 품격’을 통해 성공적으로 컴백해 여성 팬들을 TV 앞으로 끌어들였다.
12년이라는 세월, 그리고 마흔이라는 나이가 무색할 정도로 브라운관 속 장동건은 ‘꽃미남’ 그 자체였다. 이젠 한 여인의 남편, 한 아이의 아빠지만 그래도 특유의 아우라는 감출 수 없었다. ‘신사의 품격’에서 그는 ‘불꽃 독설’을 날리지만, 자신의 여인에게만은 한 없이 로맨틱한 김도진 역할을 맡아 시청자의 곁으로 돌아왔다.
차갑고 무거울 것만 같은 그였다. 그러나 최근 서울 명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장동건은 비주얼은 물론이거니와 친근한 느낌까지 풍겼다. 더군다나 위트와 유머도 겸비했다.

장동건의 부인 고소영은 최근 한 토크쇼에 출연해 자신도 하지 못한 백허그를 김하늘이 했다고 귀여운 투정을 했다. 그러나 장동건은 백허그에 집착하는 여자의 심리에 의구심이 들 뿐이다.
“왜 여자들이 백허그에 집착하는지 모르겠다.(웃음) (여자들이 좋아하는 것을) 드라마를 통해 알게 됐다. 평소에 내 딴에는 (고소영에게) 많이 표현한다고 하는데 김도진 만큼은 못 한다. 보통 남자들도 김도진처럼 표현 많이 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거다.(웃음) 드라마 찍을 때는 굉장히 닭살스럽고 힘든 점도 많았다. 리얼한 상황에서 (스킨십 연기를) 한다는 거 보다는 일종의 판타지다.”
장동건은 각종 예능프로그램의 섭외를 많이 받고 있다. 그러나 장동건의 대답은 ‘NO'다 말을 재밌게 못 한다는 이유에서다.
“말을 재밌게 잘 못해서 프로그램이 원하는 것들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아직은 출연 계획이 없다.”
‘신사의 품격’은 네 남자의 우정과 사랑을 그린 드라마. 장동건은 연인 서이수(김하늘 분)과 멜로 연기를 펼쳐 시청자의 사랑을 받았지만, 세 명의 친구들(김수로-김민종-이종혁)과 있을 때 일어나는 코믹한 에피소드도 시청자의 필수 관전 포인트였다. 장동건은 ‘신사의 품격’ 이후 세 명의 친구들과 더욱 친해졌다.
“(세 사람과) 매일 연락하고, 문자를 주고받는다. 물론 작품하기 전부터 잘 알던 사이였지만, 이번 드라마 후에는 사이가 굉장히 돈독해졌다. 아무래도 4개월을 같이 생활했으니 정말 드라마 속의 친구 같은 감정이다. 김수로, 김민종과 최근 미국에서 서로 다른 일정있었다. 스케줄을 조율해서 같이 골프도 치고, 수다도 떨면서 시간 보냈다.”(웃음)

장동건은 수준급의 야구 실력을 자랑한다. 공교롭게도 드라마 속 김도진은 야구에는 재능이 없었다. 오히려 실력을 죽이고 ‘못하는 척’을 했어야 했다.
“(야구를 못 하는 모습이) 오히려 편했다. 극 중에서 야구를 잘하는 역할로 나오면 현장에서 부담스러웠을 거다. 반면 김민종이 잘 해야 하는 역할이니깐 힘들었을 거다.”(웃음)
‘신사의 품격’을 집필한 김은숙 작가는 지난해 종영한 드라마 ‘시크릿 가든’의 작가이기도 하다. ‘시크릿 가든’에서는 ‘그게 최선입니까?’라는 유행어를 만들었고, 이번 ‘신사의 품격’에서는 ‘~걸로’체를 만들어냈다. 장동건은 드라마의 영향으로 이 말투를 평소에도 사용했다고 한다.
“드라마 처음 시작하면서부터 모든 스태프가 (‘~걸로’체를) 따라했다. 실생활에서도 입에 배서 문자 할 때도 ‘걸로~’로 마무리 짓고 그런다. 많이 쓴다.”(웃음)
장동건은 ‘신사의 품격’에서 살이 많이 빠진 모습으로 시청자의 우려(?)를 낳기도 했다. 실제로 그는 드라마 촬영 중 고된 스케줄로 체중이 감소했다.
“건강관리를 많이 못했다. 사실은 몸과 마음이 지쳐있을 때 드라마를 시작했다. 영화 ‘마이웨이’와 ‘위험한 관계’도 찍은 후에 바로 드라마 촬영에 들어갔다. 다른 때처럼 컨디션이 좋은 상태가 아니었다. 드라마 촬영 현장 특성상 2~3일씩 밤새는 건 일도 아니었다. 그래서 살이 많이 빠졌다. 그런데 드라마가 끝나자마자 3kg이 찌더라.”(웃음)
주변에서의 반응은 엇갈렸다. 대부분은 ‘신사의 품격’에 출연해 이미지 변신을 시도한 장동건을 응원했지만, 지인 중 몇 명은 출연을 말리기도 했다.
“대체적으로 이 작품을 한 것에 대해 잘했다고 보는 분들이 많다. 반면 애정이 더 있는 사람 중에서는 ‘그래도 너의 이미지를 지키지 그랬냐’는 사람도 있긴 있다.(웃음) 이 드라마를 통해서 내가 하려는 것들은 충분히 이룬 것 같고 홀가분해진 느낌이다. 뭔가를 가지려면 뭔가를 버려야 하는 거다. 새로움이라는 것을 얻게 된 것이다.”
‘불혹의 귀요미’라는 애칭을 얻게 된 장동건이다. 40대인 장동건에게는 다소 부담스러운 별명일 수도 있지만, 그는 마음에 들어했다.
“드라마에서 귀여움을 떠는 모습은 아이와 함께 놀면서 많이 하게 된 것 같다.(웃음) 40년 가까이 살면서 한 번 도 짓지 않은 표정을 아이랑 놀다보니깐 자연스럽게 나오더라. 아이하고 있을 때 했던 것들을 드라마에서 연기하기도 했다. 귀요미라는 별명이 마음에 든다.”(웃음)

장동건은 같은 기획사에 소속된 현빈과는 돈독한 사이다. 군대에서 현빈은 ‘친한 형님’ 장동건을 위해 ‘신사의 품격’ 본방사수를 했다. 또 그를 위해 항상 응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드라마 촬영 중에 현빈이 휴가를 나온 적이 있다. 그래서 밥을 한 번 먹었는데 내무반에서 채널을 잡고 있다고 하더라.(웃음) 촬영 열심히 하라고 했다. 또 전에는 대본을 받고, 연기를 하면서 현빈에게 고충을 토로한 적이 있었다. 적응도 안 된다고 했다. 그런데 현빈은 그거 하시다보면 나중에 기운 나서 할 거라고 했다. 그 말이 딱 맞더라.”(웃음)
김도진으로 4개월간 살아온 장동건은 역할에 대한 아쉬움이 남았다. 조금 더 좋은 컨디션이었다면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었다며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냈다.
“드라마 끝나고 아쉬운 점이 남는다. ‘컨디션이 좀 더 좋았더라면’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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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