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품' 장동건 "코믹 연기, 예전부터 하고 싶었죠"[인터뷰①]
OSEN 장창환 기자
발행 2012.08.18 08: 01

12년 만의 드라마 복귀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미남배우 장동건이 SBS 주말특별기획 ‘신사의 품격’을 통해 성공적으로 컴백해 여성 팬들을 TV 앞으로 끌어들였다.
12년이라는 세월, 그리고 마흔이라는 나이가 무색할 정도로 브라운관 속 장동건은 ‘꽃미남’ 그 자체였다. 이젠 한 여인의 남편, 한 아이의 아빠지만 그래도 특유의 아우라는 감출 수 없었다. ‘신사의 품격’에서 그는 ‘불꽃 독설’을 날리지만, 자신의 여인에게만은 한 없이 로맨틱한 김도진 역할을 맡아 시청자의 곁으로 돌아왔다.
차갑고 무거울 것만 같은 그였다. 그러나 최근 서울 명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장동건은 비주얼은 물론이거니와 친근한 느낌까지 풍겼다. 더군다나 위트와 유머를 겸비했다. 오랜만의 드라마 복귀, 그에게는 우여곡절도 있었다.

“처음에는 어색하고 적응하는데 시간이 걸렸다. 드라마로 데뷔하고 많은 작품을 했지만, 12년 만의 드라마 출연을 의식을 많이 해서 그런지 호흡 조절이 빠르고 적응이 잘 안돼서 애를 먹었다.”
장동건은 무겁고,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를 주로 해왔다. 그러나 이번에는 달랐다. 로맨틱 코미디 ‘신사의 품격’의 김도진은 까칠하기도 하지만, 귀엽고 코믹한 인물이기 때문이다.
“처음 1~2회 찍을 때 적응이 안 됐다. 장르에 대한 고민을 하지 않았지만, 다른 작품과는 차이점이 분명히 있더라. 호흡도 그렇고 연기하는 패턴도 그렇고. 사실 그런 것에 대해 뒤늦게 고민을 하게 됐다. 나름 연기 인생 20년이라고 생각했는데 내 생각과는 좀 다르더라.”(웃음)
코믹한 역할을 하다 보면 망가지는 일은 부지기수. 장동건도 예외는 아니었다. 본인 또한 이러한 연기를 소화하는 데 있어서 어색함을 많이 느꼈다.
“촬영 들어가기 전에 시놉시스를 봤는데 ‘신사의 품격’의 인기가 이렇게 까지 많을 줄은 예상을 안 하고 촬영에 임했다. 사실 (망가지는 것에 대해) 마음의 준비가 덜 돼있었다.(웃음) 작업 방식의 차이였다. 영화는 모든 걸 처음부터 완벽하게 끝내놓고 예상을 하고 촬영에 들어가는데, 드라마는 그때그때 나오는 대본을 보고 촬영을 한다. 그에 대한 시행착오가 있었다. 1~2회 촬영 하면서 ‘더 많이 가야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남자들끼리 있는 장면을 촬영하니 점점 (코믹 연기의) 욕심이 생기더라.”(웃음)
그렇다면 장동건의 실제 성격과 김도진과는 얼마나 매치될까? 오히려 그는 김도진이 서이수(김하늘 분)에게 대하는 모습을 보고 ‘로맨틱함’을 많이 배웠다.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김도진의 성격은 나와 많이 다르다. 친구들끼리 있을 때 나오는 장난스러운 모습이 내가 가진 성격이다. 그러나 여자에게 대하는 것들은 내가 모르는 감정들이 많더라. 김도진이 하는 ‘닭살스러운 애정행각’은 실제 내가 하지 못하는 것들이고 내게 없는 모습이다. 이번 드라마를 찍으면서 여자들이 좋아하는 남자의 모습, 남자친구에게 바라는 점을 뒤늦게 배웠다.”(웃음)
‘신사의 품격’ 출연은 장동건에게 갑작스러운 결정이 아니었다. 예전부터 가볍고 즐거운 캐릭터를 원했던 그다. 좋은 시점에 좋은 작품을 만나게 된 장동건은 뿌듯해했다.
“나도 내 모습에 식상해 있었다.(웃음) 그 이전부터 가볍고 즐거운 캐릭터를 해보고 싶다는 얘기를 많이 했었다. 개인적으로 그런 마음을 먹고 있었는데 영화에서는 그런 역할이 나에게 오지 않았고 인연이 닿지 않았다. 그러던 찰나에 ‘신사의 품격’을 만났다. 그래서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다. 즐겁게 자신 있게 했으면 좋겠고, 보는 사람들도 즐거웠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했다. 앞으로는 좀 더 새로운 걸 하더라도 대중이 쉽게 받아들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목적은 이룬 것 같다.”
장동건은 김하늘과 연인으로 호흡을 맞췄다. 두 사람은 자연스럽게 연인 연기를 펼쳤지만 사실은 이번 작품이 첫 만남이었다. 장동건은 어색한 첫 만남 이후 코믹 연기로 분위기를 이끌어 나갔다.
“김하늘과 나는 작품에서 함께 호흡을 맞춘 적이 없었다. 벚꽃 아래에서 키스하는 장면은 촬영 초반이었다.(웃음) 호흡을 맞춰 보지 않은 상태에서 촬영해서 김하늘이 어색하게 생각했을 거다.(웃음) 그 이후 내가 현장에서 처음으로 코믹 연기를 했는데 스태프와 김하늘 모두 좋아하더라. ‘내가 그렇게 딱딱한 사람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의도적으로 현장에서 많이 내려놓고 편하게 하려고 했다.”
김하늘과는 많은 스킨십이 있었다. 정작 장동건에게 있어서 멜로 연기는 어렵지 않았지만, 현장에 몰려든 팬들의 앞에서 키스신은 부끄러웠다.
“영화 찍을 때는 하루 종일 (애정신)을 하고 그랬는데 ‘신사의 품격’에서 김하늘과는 의외로 쉽게 한 것 같다. 흔히 하는 말이지만 현장에서 장면에 빠지는 거 보다는 이 장면을 빨리 끝내야겠다는 생각밖에 없었다. 세트 촬영이나 스태프끼리 있으면 괜찮은데 카페 앞에서 찍는 장면은 구경하시는 분들도 많았다. 빨리 그 순간을 모면하고 싶을 뿐이었다.”(웃음)
장동건과 김하늘의 호흡도 좋았지만, 김수로-김민종-이종혁과의 우정 넘치는 연기도 좋았다. 장동건은 이들과 함께 있을 때 편하고 재밌게 촬영에 임했다.
“남자배우들이 호흡이 잘 맞았다는 것이 이 드라마에서 마음에 들었던 부분 중 하나다.(웃음) 네 남자의 이야기가 굉장히 좋았다. ‘신사의 품격’ 전부터 친하게 지냈던 배우들이다. 남자 넷이 모여서 찍을 때는 노는 것 같았다. 갈수록 상황만 주어진다면 10~20분짜리도 만들 수 있을 정도로 모두가 자신의 캐릭터에 대한 확신이 있다. ‘앞으로도 이런 촬영을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신사의 품격’의 프롤로그는 많은 명장면을 만들어냈다. 과거 드라마와 영화를 패러디하기도 했고, 40대가 공감할 수 있는 상황극을 연출하기도 했다. 장동건 역시 프롤로그 촬영에 만족해했다.
“프롤로그를 보면 대체적으로 재밌고, 남자들의 심리를 잘 표현했다. 패러디한 것도 재밌었다. ‘모래시계’도 그랬고 ‘마지막 승부’ 패러디도 그랬다. 그리고 대학 시절 4:4 미팅 장면도 재밌었다. 대본 읽을 때부터 웃음이 터졌다.(웃음) 혼자서 대사 읽고도 웃고 그랬다.  처음에는 어색하기도 했지만, 나중에는 오히려 더 과장되게 연기해서 그래서 감독이 제지하기도 했다.”(웃음)
장동건은 올해 41세가 됐다. ‘신사의 품격’의 역할도 41살이다. 40대 남성 시청자들도 ‘신사의 품격’을 통해 많이 공감했고, 장동건 역시 김도진을 통해 공감을 느꼈다.
“공감 가는 부분이 굉장히 많았다. 40대 전부가 공감 할 수는 없겠지만, 남자들끼리 감정이나 40대가 느낄 수 있는 것들은 많이 공감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항상 아이 같은 철없는 모습들이 40대 남자의 모습이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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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훈 기자 rum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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