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선발 데이브 부시(33)가 한국 마운드에 선 이후 최고의 피칭을 선보였다. 중요한 순간 1승 이상의 값어치를 지닌 호투였다.
부시는 17일 문학구장에서 열린 2012 팔도 프로야구 KIA와의 홈경기에서 8⅓이닝 동안 3피안타(1홈런) 4탈삼진으로 2실점, 시즌 3승(4패)째를 거뒀다. 최고 140km에 불과한 볼 구속. 하지만 슬라이더에 커브를 더하면 거침없이 KIA 타자들을 돌려세웠다. 1회 김선빈에게 좌중간 2루타를 내줬고 3회 박기남에게 몸에 맞는 볼을 던졌다. 하지만 8회까지 삼진 4개를 곁들이며 완벽한 모습을 보였다.
이미 승부가 기운 9회 선두타자 홍재호에게 안타를 내준 뒤 김선빈에게 투런포를 얻어맞고 물러났다. 뒤를 이은 제춘모가 안치홍와 나지완을 각각 안타와 볼넷으로 내보냈지만 조영훈, 이성우를 잡아내 승리를 확정지었다.

경기 전 이만수 SK 감독은 "부시가 오른팔 근육통 때문에 등판이 밀렸다"면서 "잘해주길 바란다"고 기대했다. 하지만 정작 이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의 고민은 불펜진이었다. 불펜의 핵인 박희수가 앞서 열린 롯데와의 3연전에 모두 등판했다. 사흘간 12-28-23개를 잇따라 던졌다. 이 감독은 "문제는 불펜진들이 과부하에 걸린 상태"라고 인정하면서도 "힘들지만 박희수를 오늘도 대기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엄정욱 역시 14일과 16일 각각 37개와 33개를 던졌다. 정우람은 15일과 16일 11개와 16개를 던졌고 최영필 역시 14일 17개, 16일 39개를 소화한 상태였다. 불펜에서 대기한 것까지 감안하면 적지 않은 투구수들이다. 부시가 8이닝 이상을 먹어줬다는 것은 그만큼 불펜들이 휴식을 취했다는 뜻이기도 했다.
게다가 빠른 템포로 이뤄진 부시의 호투는 야수들에게도 반가웠다. SK는 롯데와의 원정 3연전 동안 상당히 피곤한 경기를 했다. 팽팽하게 경기가 진행됐고 비까지 내려 내내 경기에 집중해야 했다. 피로도가 가중될 수밖에 없었다.
특히 바로 전날에는 양팀 선발들이 일찍 무너지며 연장에 돌입, 장장 4시간 22분의 혈투를 치러야 했다. 새벽 5시가 다 돼서야 귀가할 수 있었다. 그나마 승리를 했다는 점에서 상대적으로 피로감이 덜했다는 것 뿐이었다.
부시는 상당히 상당히 공격적으로 로케이션을 가져갔다. 대부분의 볼이 스트라이크존에서 형성돼 KIA의 방망이를 끌어냈다. 삼진 역시 6구 이내에 끝을 내 8회까지 투구수가 95개에 불과했다. 수비시간이 짧으면서 야수들의 피로감을 최소화했다. 이날 경기가 2시가 36분만에 끝났다는 것만으로도 부시가 얼마나 빠르게 피칭을 가져갔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결과까지 좋아 이날 부시의 피칭으로 많은 이들이 행복해 했다.
부시도 경기 후 "스트라이크를 많이 던지고 이닝을 최대한 빠르게 끝내려고 노력했다"면서 "불펜 투수들의 힘을 덜어주기 위해 많은 이닝을 소화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이어 "9회 김선빈 한 명만 더 상대한다는 생각으로 던졌는데 홈런을 맞아 아쉽다"면서 "다음 경기에도 내 역할을 찾아 최대한 실점하지 않고 많은 이닝을 던져 팀 승리에 기여하고 싶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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