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풀시즌 아닌가."
일종의 성장통이다. SK 성준 투수 코치가 후반기 들어 결과가 좋지 않았던 '불펜의 핵' 박희수(29)가 오히려 좋은 경험을 겪고 있다며 긍정적으로 봤다.
좌완 박희수는 올 시즌 46경기에 출장, 59이닝을 소화하면서 7승(1패) 1.53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하고 있다. 탈삼진은 68개인데 반해 볼넷은 19개에 불과하다. 이닝당출루허용률인 WHIP는 1이 채 되지 않는 0.98이다.

이승호와 정대현(이상 롯데)을 비롯해 부상, 입대 등으로 핵심 불펜 자원들이 빠져 나간 공백을 박희수가 훌륭하게 메웠다.
전반기 성적을 보면 리그 최고의 불펜 투수였다. 박희수는 전반기 동안 34경기에 나와 43⅓이닝을 소화하면서 19홀드(3승 5세이브)로 이 부문 선두를 달렸다. 피홈런은 단 1개도 없었으며 탈삼진은 52개인데 반해 볼넷은 13개에 그쳤다.
마무리 정우람이 전력에서 이탈하자 임시 마무리로 기용되기도 했다. 피안타율은 1할7푼6리였고 기출루자 득점 허용률이 1할4푼3리에 불과했다. 평균자책점은 0.62였고 이닝당출루허용률은 1도 되지 않은 '0.88'이었다. 사실상 전반기 SK를 박희수가 이끌고 왔다 해도 틀린 말이 아니었다.
전반기 막판 팔꿈치 통증을 호소했지만 빠르게 회복세를 보인 박희수였다. 그러나 후반기 들어 절대적이던 박희수의 위력이 다소 감소했다.
박희수는 후반기 첫 경기였던 지난달 24일 대구 삼성전에 출장, 1⅔이닝 1피안타 무실점으로 팀의 7-6 승리에 기여했다. 그러나 29일 문학 LG전에서 난타를 당했다. 박용택에게 내야안타를 맞은 후 바로 정의윤에게 투런포를 얻어맞았다. 올 시즌 처음 맞은 홈런.
그렇게 후반기 12경기에 출장한 박희수의 성적은 4승 1패 1홀드, 평균자책점 4.02를 기록하고 있다. 벌써 5경기에서 자책점을 기록했다. 전반기 34경기 중 2경기에서만 자책점을 내준 박희수와는 분명 비교가 되는 수치다. 전반기에 3점에 불과했으나 후반기에 7점을 내줬다. 블론세이브도 3개나 된다. 피안타율이 2할4푼6리로 올라갔다. 기출루자 득점 허용률도 3할에 달했다.
이에 성 코치는 "좋지 않은 것이 아니다. 구속이나 구위가 나쁜 것이 아니다. 크게 다르지 않다. 올해가 첫 풀타임이란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면서 "이런 저런 경험을 많이 해봐야 한다. 이를 넘어야 더 강해질 수 있다. 박희수는 현재 더 강해지고 있는 과정"이라고 해석했다.
박희수는 성 코치의 말대로 올 시즌 첫 풀타임을 소화하고 있다. 아직 이렇게 많은 경기를 뛴 적이 없었다. 이닝도 곧 작년 67이닝을 뛰어 넘을 기세다. 투수들은 예민하지만 자신의 피칭에 대해 오히려 감각에 무뎌질 때가 있다. 실제는 아니지만 전과 똑같은 느낌으로 던진다고 착각할 수 있다. 하지만 투수는 한 시즌 내내 좋을 수는 없다. 피로가 쌓이면서 순간 임팩트가 다소 떨어질 수 있다.
주위에서도 박희수에 대해 구위는 그대로라고 말하고 있다. 따라서 첫 풀타임에 따른 쌓인 피로가 원인이라고 보고 있다. 박희수 스스로는 전과 똑같다고 하지만 몸은 피로감을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 순간 집중력이 떨어지면 안되는 중간 투수라는 점에서 피로에 따른 집중력이 살짝 떨어졌다는 것이다. 좌우 제구 밸런스가 깨지면서 볼이 몰리게 된 원인이 될 수 있다.
박희수도 "구위는 나쁘지 않다. 오히려 요즘 점점 올라오는 추세다. 롯데전에 앞서 휴식도 취해 힘은 충분한 상태"라면서도 "그런데 이상하게 경기가 꼬이는 느낌이다. 내 볼을 던지다가도 중요한 순간 실투가 나온다. 전에는 실투가 파울이 됐는데 지금은 실점으로 이어진다"고 다소 답답함을 호소했다. 지난 15일과 16일 이틀 연속 승리를 추가, 팀내 최다승인 7승이 됐지만 웃지 못했다.
시즌 초반부터 연일 타이트한 경기를 이어가고 있는 SK다. 당연히 박희수가 필요할 수밖에 없다. 박희수가 느끼고 있는 육체적 피로는 곧 풀타임 불펜으로 더욱 강해져가는 일시적인 성장통이라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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