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도 제구도’ 놓친 니퍼트의 삼성 첫 패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2.08.18 20: 29

로테이션 한 번을 거른 만큼 공에 힘은 있었다. 그러나 마음 먹은 대로 제구가 되지 않았고 빗맞은 타구가 꽤 많은 안타로 이어진 데다 타선은 계속 말려들며 패전투수로 만들고 말았다. 더스틴 니퍼트(31, 두산 베어스)의 올 시즌 삼성 라이온즈전 첫 패배는 제구도 아쉬웠고 여러모로 박복했다.
니퍼트는 18일 잠실 삼성전에 선발로 나섰으나 6이닝 동안 6피안타(탈삼진 1개, 사사구 7개) 3실점으로 시즌 16번째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기록과 함께 8패(11승)째를 당했다. 전날(17일)까지 니퍼트는 한국 무대 2시즌 통산 삼성 상대 7경기 5승 무패 평균자책점 1.77로 뛰어난 면모를 보였던 바 있다.
첫 타자부터 운이 없었다. 니퍼트는 1회초 선두타자 배영섭에게 4구 째 직구(146km)를 던졌는데 한복판으로 완벽하게 몰린 실투였다. 배영섭은 이를 놓치지 않고 그대로 당겨 선두타자 좌월 솔로포로 때려냈다. 이것이 이날 경기 결승점이었다.

이후 니퍼트는 박석민에게 몸에 맞는 볼을 허용하는 등 사사구를 7개나 내줬다. 니퍼트의 한 경기 7사사구는 자신의 한국 무대 최다 불명예 기록이다. 주자를 쌓은 후 맞지 않으려 신경을 쓰다가 볼이 많아지는 악순환이 일어났다. 2회 실점이 바로 2사 만루에서 박한이에게 내준 밀어내기 볼넷이었다. 총 111개의 공을 던진 니퍼트의 볼 개수는 무려 52개였다.
또한 니퍼트가 내준 6개의 안타 중 네 개는 빗맞아 수비가 빈 곳으로 떨어진 것이었다. 2회 진갑용의 우익선상 안타는 어설프게 뜬 뒤 우익수 쪽 파울라인으로 향했고 조동찬의 중전 안타도 중견수 이종욱 앞에 떨어지는 바가지 안타가 되었다. 2회 추가 실점의 발단은 두 개의 빗맞은 안타였다.
무엇보다 아쉬웠던 것은 타선의 허약한 지원. 1회말 두산은 이종욱이 풀카운트 끝에 우익수 뜬공으로 물러난 뒤 오재원도 풀카운트까지 이끈 끝에 볼넷으로 걸어나갔다. 상대 선발 미치 탈보트가 첫 두 타자에게 던진 공은 12구. 확실히 괴롭힐 수 있던 순간이다.
그러나 큰 리드 폭을 보인 오재원이 김현수 타석에서 탈보트의 견제구에 횡사당하며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고 말았다. 16일 목동 넥센전서 상대 선발 앤디 밴 헤켄의 직구-체인지업 패턴에 완전히 말려든 이후 부쩍 초조한 모습을 보인 두산 타선은 결국 단 한 점도 지원하지 못하며 경기를 어렵게 끌고 갔다.
어차피 잔여 경기를 모두 지더라도 두산은 삼성에게 11승 8패 상대 전적 우세를 확정지었다. 그러나 시즌 후반기는 잡고 가야하는 경기를 반드시 이겨야 하는 중요한 시점이다. 상대 전적 무패의 가장 확실한 에이스 카드를 꺼내들고도 패한 두산이다.
니퍼트의 한국무대 사상 첫 삼성전 패배는 단순한 1패가 아니다. 니퍼트야 검증된 투수인 만큼 한 경기서 제구가 안 될 수도 있으나 팀 입장에서는 결코 좋은 일이 아니다. 타선이 3연패 동안 단 2득점으로 극도의 부진을 보였기 때문이다.
삼성 3연전 돌입 전 송재박 타격코치는 "8월초 5.5경기 차를 1.5경기 차까지 좁히며 상승세를 탔다. 그러나 반대로 방심하면 그만큼 큰 하락폭으로 떨어질 수 있음을 염두에 두고 방심하지 말아야 한다"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만큼 선수단 모두가 현재 3연패에 경각심을 갖고 다음 경기를 준비해야 할 시점이다.
farinelli@osen.co.kr
잠실=백승철 기자 baik@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