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 스카우트 앞에서 맹위 떨친 탈보트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2.08.19 10: 00

투심 패스트볼 최고 구속이 142km. 그런데 일반적인 투심처럼 짧고 빠르게 떨어진 것이 아니라 마치 서클 체인지업처럼 반시계 방향으로 힘차게 떨어졌다. 마침 중앙석에서는 워싱턴 내셔널스 스카우트가 국내 구단 전력분석원들과 함께 그의 공을 체크했다. 삼성 라이온즈의 외국인 우완 미치 탈보트(29)가 전년도 눈도장을 받았던 더스틴 니퍼트(31, 두산 베어스)를 꺾고 쾌투를 보여줬다.
탈보트는 지난 18일 잠실 두산전에 선발로 나서 6⅓이닝 동안 3피안타(탈삼진 3개, 사사구 2개) 무실점으로 호투하며 시즌 12승(2패)째를 따냈다. 지난 5월 9일 사직 롯데전서부터 원정경기 5연승을 달리고 있는 탈보트다. 특히 이날 승리는 전날(17일)까지 삼성 상대 통산 7경기 5승 무패 평균자책점 1.77로 사자 킬러였던 니퍼트를 꺾은 경기였던 만큼 더욱 의미가 깊었다.
총 95개(스트라이크 58개, 볼 37개)의 공을 던진 탈보트의 직구 최고 구속은 148km, 투심 패스트볼과 슬라이더-서클 체인지업을 섞은 탈보트는 특히 서클 체인지업으로까지 혼동하게 만드는 투심의 무브먼트를 자랑했다. 2회말 선두타자 이원석의 무릎 가까이 꽉 차게 떨어진 투심 패스트볼은 움직임이 서클 체인지업과 똑같았는데 141km까지 찍혔다.

투구 외적으로도 탈보트는 1회말 1사 1루에서 확실히 빨라진 견제 동작을 보여주며 리드 폭이 컸던 주자 오재원의 견제사를 이끌었다. 메이저리그 시절에도 슬라이드 스텝이 느렸고 시범경기 당시 2.28초의 슬라이드 스텝으로 거의 주자 출루 시 '나무늘보‘급 투구를 보여줬던 탈보트는 평균적인 수준까지 셋 포지션 동작을 간결하게 만들었다. 동작은 간결해졌는데 위력적인 구위를 잃지 않으며 진정한 한국형 외국인 투수로 변신한 탈보트다.
이날 잠실구장에서는 메이저리그 내셔널리그팀인 워싱턴 스카우트가 탈보트와 니퍼트의 공을 체크했다. 빅마켓팀이 아닌 워싱턴의 스카우트는 지난해에도 최대 기대치 3~5선발까지 가능한 투수를 찾기 위해 니퍼트와 벤자민 주키치(LG) 등의 투구를 직접 와서 지켜보기도 했다. 윤석민(KIA), 류현진(한화) 국내 에이스들의 경기를 보기도 했으나 한국 프로야구에서 메이저리그로 직행한 전례가 없던 만큼 실상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의 관심도는 외국인 투수들 쪽으로 쏠렸다. 비용 대비 검증도가 높기 때문이다.
대체로 시즌 중후반이 되면 미국은 물론 일본 구단의 스카우트들이 국내 구장을 찾아 잘 던지는 투수들의 투구를 지켜본다. 패전 희생양이 된 니퍼트만 하더라도 워싱턴 스카우트가 2,3경기 가량을 눈여겨봤으며 요미우리, 소프트뱅크 등 일본 구단에서 굉장히 탐을 냈다. 실제로 지난 시즌 후 요미우리는 니퍼트에게 대단히 좋은 조건을 제시하기도 했다. 지난해 3월 도호쿠 대지진과 요미우리의 망설임이 없었더라면 니퍼트는 다음 시즌 도쿄돔을 홈으로 뛸 수도 있었다.
더욱이 메이저리그 시절 선발-중간을 오가는 스윙맨으로 뛰던 니퍼트와 달리 탈보트는 2010년 클리블랜드에서 선발로서 10승을 거뒀던 전력을 갖추고 있다. 이미 한 팀의 선발 로테이션을 지켰던 경력의 탈보트. 메이저리그 스카우트 앞에서 위력투를 보여준 만큼 시즌 후 삼성이 그의 재계약을 위해 의외로 노심초사하게 될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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