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도전에는 언제나 대가가 따른다. 퀸스파크 레인저스(QPR)에서 새 도전을 시작한 박지성(31)의 경우 그 대가는 바로 패배였다.
박지성이 주장 완장을 차고 선발 출전한 QPR은 19일(한국시간) 새벽 로프터스로드에서 끝난 2012-2013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스완지시티와 개막전에서 0-5로 참패했다. 이로써 QPR은 5시즌 연속 개막전 무승(1무4패)을 기록하게 됐다.
비록 경기는 패했지만 이날 박지성은 우왕좌왕하는 QPR 선수들 사이에서 중심을 잡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박지성이 공을 잡을 때마다 현지에서는 박수가 터져나왔다. 몸 상태가 100%가 아닌데다 손발이 맞지 않아 불안한 모습을 보인 QPR에서 넓은 시야와 안정적인 수비력, 공간을 찾아 연결해주는 날카로운 패스는 박지성이 왜 QPR에 필요한 선수인지 잘 보여줬다.

새로 영입된 선수들이 대부분인 QPR은 조직력에서 스완지시티에 밀리는 모습을 보이며 전반전부터 경기를 어렵게 풀어나갔다. 전반 8분 만에 스완지시티의 이적생 미추에게 선제골을 허용한 QPR은 최전방의 지브릴 시세와 아델 타랍은 물론 양쪽 날개인 데이빗 호일렛과 제이미 매키, 파비우까지 가세하며 스완지시티의 골문을 두들겼지만 득점에 성공하지 못했다. 안정된 패스플레이보다 개인기를 앞세우느라 스완지의 탄탄한 수비벽을 깨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이날 삼바 디아키테와 함께 중앙 미드필더로 출전한 박지성은 공수 밸런스 조절은 물론 팀 전체의 경기를 조율하며 사실상 프리롤에 가까운 움직임을 보였다. 스완지시티의 패스를 끊어내 곧바로 측면의 호일렛에게 롱패스로 연결, 슈팅 찬스를 만들어주는 등 창조적으로 경기를 운영한 박지성에게 로프터스로드를 꽉 채운 1만 8000명의 관중들은 환호성을 올렸다. 이날 박지성은 패스 성공률 92%, 킬패스 5개를 기록했지만 팀의 대패로 빛이 바랬다.
그러나 부족한 점도 있었다. QPR의 조직력은 경기 내내 엉망이었다. 가장 큰 문제는 디아키테와 함께 중앙에서 경기를 조율해야 할 박지성에게 공이 많이 가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답답해진 박지성이 직접 중앙으로 돌파해 들어가는 모습도 간간히 볼 수 있을 정도였다.
이처럼 서로 호흡이 맞지 않다보니 지나치게 드리블을 길게 끌거나 패스하지 않고 돌파하다 스완지시티에 빼앗기는 등 허술한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이런 모습들은 번번이 상대 팀의 골 장면으로 되돌아왔다.
개막전 첫 경기인 만큼 아직 다듬어지지 않은 부분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선수들의 몸 상태도 완벽하게 올라오지 않았고 새로 영입된 선수들이 많아 조직력을 앞세운 플레이를 하기에는 부족함이 있었다. 그러나 무엇보다 확실한 것은 QPR은 맨유처럼 우승을 두고 다투는 팀이 아니라 강등권에서 벗어나기 위한 '생존 싸움'을 하는 팀이라는 점이다.
그 동안 맨유의 박지성에 익숙해져 있었던 팬들은 0-5 처참한 패배와 감독조차 끔찍하게 여길 법한 경기력에 '멘붕'을 겪었다. 시즌 개막 전부터 QPR이 강팀이 아니라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눈 앞에 닥친 처참한 결과에 당황할 수밖에 없었던 것.
박지성의 새로운 도전에는 패배에 익숙해져야 한다는 조건이 붙었다. 아시아 최초 EPL 주장이라는 영광 뒤에 가려졌던 현실은 개막전부터 호되게 나타났다. 그러나 모든 도전에는 대가가 있는 법. 우리는 '캡틴 박' 박지성의 새로운 도전과 그에 따른 쓰라린 대가까지 모두 응원해줄 필요가 있다. 그것이 이제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낯선 패배일지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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