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은 마무리로 굳었다".
LG 봉중근(32)이 마무리 전업을 선언했다. 올해 데뷔 후 처음으로 마무리 활약하고 있는 봉중근은 25경기에서 17세이브 평균자책점 1.48을 기록하고 있다. 블론세이브는 단 하나로 세이브 성공률은 94.4%. 지난 17일 대전 한화전에서 17일 만에 17세이브 추가하며 마무리 본능을 과시했다. 이튿날 그는 "내 마음은 마무리로 굳었다. 벌써부터 내년 풀타임 마무리가 기대된다"며 마무리 전업을 선언했다. 크게 3가지 이유에서다.
▲ 마무리의 매력을 느끼다

가장 큰 이유는 마무리투수의 매력을 느꼈기 때문이다. 그는 "마무리에 매력을 느낀다. 승부욕이 강해서 무조건 막아야겠다는 생각으로 던진다. 성격상 마무리와 잘 맞는 것 같다. 욱 하고 끓어오르는 성격도 있는데 그래서 롯데전에서도 그런 일이 있었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그는 지난 6월22일 잠실 롯데전에서 첫 블론세이브 범한 후 홧김에 소화전을 내려치는 바람에 오른 손목 부상을 당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만큼 승부욕이 강하고 강심장이라 마무리가 적합하다는 평가가 많다. 그는 "처음 마무리를 시작할 때 두려움도 있었다. 내색할 수 없었지만 수업을 충분히 받았고 이제는 적응이 되어간다. 내년 4월부터 시작하게 될 마무리 시즌이 기대된다"며 웃어보였다.
물론 메이저리그 애틀랜타 시절을 제외하면 거의 모든 시간을 선발로 뛰었기 때문에 마무리로 적응해야 할 부분도 많다. 17세이브를 올리기 전까지 보름여간 1경기밖에 마운드에 오르지 못하는 등 컨디션 관리에도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2003년 애틀랜타 시절 마무리 존 스몰츠가 이끈 불펜에서 함게 한 경험이 있고, 오승환(삼성)·손승락(넥센) 같은 후배 마무리들에게 조언을 구하기도 한다. 봉중근은 "애틀랜타 시절 불펜에서 좋은 동료 투수들과 함께 하며 어떻게 준비하는지 직접 보면서 많이 배웠다. 한국에서는 오승환과 손승락에게 틈날 때마다 조언을 구하는데 이야기를 잘 해줘 고맙다. 경기 상황에 따라 50~70% 상태로 몸을 푸는 게 중요하다더라"고 말했다.
▲ 임창용의 조언, 롱런을 위한 마무리
봉중근은 지난해 6월 자신을 괴롭혀 온 팔꿈치 통증에 인대접합수술을 받으며 일찌감치 재활에 들어갔다. 하지만 초인적인 재활 속도로 당초 예상보다 3개월 빠른 3월부터 실전.등판에 나섰다. 봉중근이 팔꿈치 수술을 받은 건 '선발'을 하기 위해서였다. 길게 던져야 하는 선발투수에게 거듭된 통증은 참을 수 없는 고통이었다. 하지만 그는 돌아오자마자 마무리 중책을 맡았고, 이제는 선발이 아닌 마무리로 마음을 굳혔다. 여기에는 팔꿈치 인대접합수술 2번 받은 임창용(야루크트)의 조언이 있었다. 봉중근과 임창용은 지난 2009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을 함께 하며 깊은 친분을 쌓았다.
봉중근은 "창용이형에게도 많은 조언을 구했다. 같은 팔꿈치 수술을 받았기 때문에 만날 때마다 이것저것 자주 물어본다. 창용이형이 선발보다는 마무리를 하는 게 선수생활을 오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며 "선발은 150개를 던지고 4일을 쉬는데 이것을 회복하기가 쉽지 않다. 오히려 마무리로 뛰는 것이 선발보다 오래 할 수 있다. 선수생활 오래 하고, 팀도 4강으로 가야 하기 때문에 마무리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실제로 임창용도 2005년 팔꿈치 인대접합수술을 받은 뒤 마무리로 활약하며 재기에 성공했다. 2001~2003년 한 때 선발로도 활약한 임창용이었지만 30대 중후반까지 그가 위력을 떨친 보직은 마무리였다.
▲ 김용수·이상훈 선배처럼 LG 지키겠다
봉중근은 "우리 LG는 마무리를 필요로 한다. 나 아니어도 누군가 할 수 있겠지만 내가 자리를 빼앗기지 않을 만큼 마무리를 잘하고 싶다"고 욕심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그는 김용수와 이상훈의 이름을 꺼냈다. 그들은 LG의 우승과 전성기를 이끌엇떤 이름들이다. 김용수와 이상훈이 뒷문을 지킨 LG는 강팀이었다. 경기 후반 의지하고 믿을 수 있는 투수의 존재는 팀 전체를 하나로 만들었다. 김용수가 2년 연속 30세이브를 올린 1994~1995년 LG는 한국시리즈 우승과 페넌트레이스 2위를 차지했다. 이상훈이 37세이브를 올린 1997년 LG는 한국시리즈 준우승팀으로 한국시리즈 진출이 어색하지 않은 강팀이었다. 봉중근은 "김용수·이상훈 선배님들처럼 대를 이을 수 있는 마무리가 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긴다"고 말했다.
봉중근은 "내 뒤에 8명의 수비수들이 내가 나가면 이길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질 수 있도록 하고 싶다. 우리팀이 그동안 경기 후반 마무리에 대한 부담을 많이 느끼며 불안해 했다. 그런 분위기를 없애려 했는데 조금씩 자리 잡아가는 것 같다. 9회에 내가 나가면 반드시 이길 수 있다는 믿음을 생기기 시작했다. 내년에는 나와 팀 모두 더 좋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 또 하나 목표는 리그 최고의 마무리투수 대열에 가세하는 것. 그는 "나는 아직 배우는 입장이다. 오승환이나 손승락과 같은 마무리 대열에 끼고 싶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마지막으로 김기태 감독의 믿음과 배려에 대한 보답이다. 그는 "감독님께서 많은 관리와 배려를 해주셔 감사하고 또 죄송하다. 믿어주시는 만큼 잘 하고 싶다"고 말했다. 시즌 초반 팔꿈치 재활에 따른 관리가 필요한 마무리투수였던 그를 믿고 기다려준 이가 김기태 감독이었다. 그가 최대한 부담을 갖지 않도록 많은 배려를 아끼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 8회에도 등판하는 마무리로 테스트받고 있다. 봉중근은 "그런 부분 쉽지 않고 힘들지만 결국 이겨내야 한다. 자신있다"고 힘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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