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에게 포기란 없다.
LG가 살아나고 있다. 근성이 살아나고, 투지가 살아났다. LG는 지난 16일 잠실 KIA전을 시작으로 17~18일 대전 한화전까지 모두 이겼다. 지난 6월10일 이후 69일 만에 3연승을 달리며 최하위 한화를 6경기차로 떨궈놓았다. 포스트시즌 커트라인 4위 SK와는 여전히 8경기차가 나는 7위 LG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으며 달라붙고 있다.
18일 한화전은 LG의 근성과 투지가 그대로 나타난 한 판이었다. 3회말 한상훈의 파울 타구에 허벅지를 강타당한 포수 윤요섭은 벌러덩 넘어지며 통증을 호소했으나 이내 툭툭 털어내고 자리를 지켰다. 7회초 2사 1·2루 찬스에서 오지환은 2루수 쪽으로 깊은 땅볼을 친 뒤 1루를 향해 전력질주했다. 그리고 1루로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을 들어가며 세이프됐다. 8회초 1사에서 높게 뜬 좌익수 뜬공을 친 4번타자 정성훈은 2루 베이스까지 전력으로 달리며 기본에 충실했다. 3루측 관중석을 메운 LG 팬들은 그들의 투지 넘치는 플레이에 뜨거운환호로 답했다.

LG는 매년 이 시기 추락하며 맥없는 야구를 펼쳤다. 4강 목표가 멀어지자 제풀에 쓰러졌다. 잔여 경기는 그저 주축 선수들이 그동안 못 채운 개인 기록을 쌓는 시기였다. 팀의 목표는 사라졌고 개인의 목표만이 자리했다. 팀을 위한 투지·희생은 찾아볼 수 없었다. 비단 LG 뿐만 아니라 매년 이 시기 포스트시즌에서 멀어지는 팀들에게서 흔히 볼 수 있는 공통적인 현상이었다.
하지만 올해 LG는 다르다. 비록 4강권에서는 멀어졌지만 포기하지 않고 있다. 김기태 감독부터 "포기하기에는 이르다. 죽기살기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장 올 시즌 뿐만 아니라 내년을 위해서라도 이기는 습관을 들여야 했다. 매시즌 막판 무기력한 모습은 팬들에 대한 예의도 아니고 팀 기강을 위해도 아니다. 선수들도 김기태 감독의 마음을 알고 행동으로 보여주고 있다.
투수조장 김광삼은 "감독님의 말씀대로 우리팀 선수들 모두들 포기하지 않고 있다. 누가 보더라도 (4강 가능성이) 희박한 상황이겠지만 생각을 달리하면 아직 포기할 단계는 아니다. 각자 기본에 충실하며 할 수 있는 데까지는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외국인선수들에게도 전파됐다. 레다메스 리즈는 "우리팀 모두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다"고 자신했다.
결국 팀을 위한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개인이 아닌 팀이 먼저 자리할 때 진짜 하나 힘을 발휘할 수 있다. 김광삼은 10승 도전 여부에 대해 "팀을 위해 던지다 보면 기록적인 것들은 부가적으로 따라오게 되어있다"고 힘줘 말했다. 개인 기록이 아니라 팀을 위해서 유니폼이 흙투성이가 된다면 결과는 따라오게 된다. 시즌은 끝나지 않았고, LG는 아직 34경기가 더 남았다. 그들의 뒤에는 끝없이 성원을 보내는 팬들이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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